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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맥도 내시경으로 수술…국내 최초 도입

부정맥도 내시경으로 수술…국내 최초 도입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2.07.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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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심혈관센터 "부정맥 치료 새 역사 쓴다"
기존 방법으로 치료 불가능한 환자 정상맥박 되찾고 뇌졸중 예방

가장 흔한 부정맥 중 하나인 심방세동 치료법에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내시경을 통해 심장에 직접 접근하는 수술법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돼 부정맥 치료의 새 이정표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온영근(순환기내과)·정동섭(흉부외과) 교수팀은 심방세동 환자에게 '양극성 고주파를 이용한 흉강경하 부정맥 수술(내시경적 부정맥 수술, Total Thoracoscopic Ablation, TTA)'을 도입, 현재 5명의 환자에게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내시경적 부정맥 수술은 ▲개흉수술에 비해 흉터가 작고 회복속도가 빠르며 수술 위험도가 현저히 낮은 장점과 ▲내과적 시술에 비해 와파린 복용을 끊을 수 있고, 재발률이 낮아 미국과 유럽 등 의료선진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최신 치료법이다.

특히 내과적 치료가 어려운 심방변형이 심한 만성 심방세동 환자 또는 기존 치료법이 잘 듣지 않았던 환자나 개흉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하다는 게 내시경적 부정맥 수술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치료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월 첫 환자로 등록해 수술을 받았던 한 모씨(66세/남자)다. 한씨는 수술 후 다섯 달이 지난 6월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하고 현재 건강을 회복했으며 다른 환자들도 항응고제 복용을 끊을 계획이다.

▶기존 치료법 한계 뛰어 넘어…환자 부담 최소화
그동안 국내에서는 심방세동 환자를 치료할 경우 약물 투여 또는 심장에 전기적 충격을 주거나 고주파절제술를 통해 정상 박동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택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부정맥이 재발하는 빈도가 여전히 높을뿐더러 혈전이 가장 잘 발생하는 부위인 좌심방이(left atrial auricle)에 대한 치료가 어렵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가장 큰 불편 중 하나인 와파린과 같은 항응고제를 쉽게 중단할 수 없는데다 흔하지는 않지만 시술 자체가 가진 치명적 합병증(심장 천공, 폐정맥 협착 및 폐쇄, 심방-식도루 등)도 간간히 보고되고 있다.

이론적으로 성공률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개흉수술도 한계점은 뚜렷했다. 개흉수술의 경우 가슴 중앙을 절개한 후 심장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심폐기(체외순환장치)를 사용해야만 한다. 이 경우 환자부담이 높은 데다 수술 자체가 가진 위험성 탓에 판막수술 등 다른 심장 수술과 병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서울병원 온영근·정동섭 교수팀이 선보인 내시경을 통한 부정맥 수술은 이러한 제약들을 뛰어넘었다. 우선 심폐기 사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게 됐다. 내시경적 부정맥 수술은 일반적인 개흉수술과 달리 내시경 삽입과 수술 도구를 사용을 위한 구멍(port) 3곳만을 환자 몸에 뚫게 된다.

이 때문에 심장 외부에서 심폐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내시경적 부정맥 수술의 기본 원리인 양극성 고주파 기구를 심장에 접근시킬 수 있다. 즉, 환자의 심장이 뛰고 있는 상태에서 최소한의 침습만으로도 수술이 가능하다는 의미.

실제로 수술 후 흉터 역시 5mm로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아 봉합 없이 반창고만 붙여도 될 정도다. 덕분에 기존 개흉수술이 5시간 이상 걸렸던 것에 반해 내시경적 부정맥 수술은 2시간 정도면 마칠 수 있으며, 수술 후 4일 뒤에는 퇴원할 수 있다.

특히 부정맥 재발시 혈전이 발생해 환자를 심각한 상태에 빠트릴 수 있는 좌심방이(left atrial auricle)를 함께 절제함으로써 수술 후 재발의 증거가 없으면 항응고제(와파린) 복용을 중단할 수 있다. 환자들의 삶 또한 보다 윤택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선진국서는 안전·효과 모두 챙겨 널리 시행
내시경적 부정맥 수술은 국내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시행중이어서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발이 흔하다고 알려져 있는 만성 심방세동에서도 완치 지표인 정상 심장박의 전환율이 85%를 상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 치료법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해 준 것도 그래서다.

특히 기존 치료법 중 하나인 경피적 부정맥 시술의 실패 이후 더 이상 치료법을 찾지 못했던 환자들에게도 비슷한 성적이 외국 학계에 보고된 바 있어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개흉수술 이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던 만성 심방세동 환자가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내시경적 부정맥 수술이 차세대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동섭 교수는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내시경적 부정맥 수술 시행 빈도가 점차 늘고 있다"며 "나라마다 5년 정도의 중기 성적도 매우 고무적이어서 국내에서도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외과적 술기간 융합 '하이브리드 치료'로 발전
내시경적 부정맥 수술은 내과 술기와도 융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라는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브리드 치료는 내시경 수술과 동시에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전통적인 내과적 치료방법인 고주파전극도자 절제술 등을 통해 보완하는 형태를 말한다. 내외과로 분리돼 있던 부정맥 치료를 같은 장소에서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치료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심장내과와 심장외과의 손발이 맞아야만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 할 수 있는 데다, 기반 술기인 내시경적 부정맥 수술 자체가 배우기 까다롭고, 시술하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가지 술기를 모두 구현 가능한 하이브리드 수술장을 갖추려면 만만치 않은 투자비용이 발생해 일선 의료기관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망설여왔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내시경적 부정맥 수술의 성공에 힘입어 현재 하이브리드 치료의 초기 형태인 선(先) 수술 후(後) 보완을 바탕으로 한 협진 체제를 선보인 데 이어, 조만간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만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온영근 교수는 "현재 내외과적 치료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치료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부정맥 치료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치료 과정 및 치료 후 합병증을 대폭 감소시켜 환자들의 만족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에 대한 연구와 환자 사례가 늘어간다면 임상 적용 범위가 넓혀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심방세동의 유병률을 낮춤으로써 혈전 색전증 특히 뇌졸중의 빈도를 대폭 감소시켜 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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