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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진료권'이 바로 잡힌 의료계가 먼저다

청진기 '진료권'이 바로 잡힌 의료계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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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7.1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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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욱(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R1)

▲ 조병욱(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R1)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네가 뭘 안다고 이래라 저래라야." 필자가 일반의 시절 응급실 당직을 보다가 환자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위 환자는 평소 alcohol drunken state로 밥 먹듯이 응급실을 드나들던 터라 지역 응급실에서는 나름 유명한 환자였다. 이번에 응급실에 온 이유는 epigastric pain.

오늘은 술도 안 먹었는데 이상하게 윗배가 아프단다. 아무래도 위염인거 같으니 주사나 놔주고 제산제나 처방해 달라고. 그래서 "그동안 단순 위염인데 응급실까지 오실 정도는 아니셨는데 오신거 보면 다른 게 있을 듯 싶으니 간단하게 피검사라도 좀 해서 확인해 보시죠" 라고 권했다.

그 직후에 들은 말이다. 아무래도 음주를 자주 하는 편이기도 해서 Pancreatitis가 걱정되어 피검사를 권했는데 느닷없이 저런 말을 듣게 된 것이었다. 환자는 병원 돈벌이에 도와줄 생각 전혀 없으니 수작부리지 말라고 하고는 자의 퇴원서를 쓰고 제산제 처방만 받아들고 퇴원을 했지만 다음날 새벽 다시 응급실에 찾아와서는 혈액검사를 한 후 acute pancreatitis로 입원을 했다.

환자를 일대일로 보게 되는 진료 현장에서도 간혹 저런 경우가 발생하는데, 집단 대 집단으로 가면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인터넷 토론방에서 현직의사임을 밝히고 현 의료정책의 문제점을 역설하여도 기득권이라는 이유로 폄하당하기 일수이고 '의사 = 돈벌레' 라는 일방적 편견 속에 묻혀 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12년 전 의약분업 때도 그랬고, 6년 전 약대 6년제 반대 때도 그랬고, 1달 전 포괄수가제 때도 그랬다.

이번 포괄수가제 반대 때 방송토론(SBS 토론)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박민수 과장이 "돈을 더 주겠다는데도 도대체 왜 의사단체가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한 것이 계기가 된 것이라고 보인다.

수가를 더 올려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 수가를 더 줘도 환자들의 선택권과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을 문제 삼았던 것이 유효하지 않았을까.

의료정책에 대하여 의사집단에서 반발할 수 있는 계기는 두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수가(급여)에 대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진료권 침해.

물론 두 가지를 따로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국민을 대상으로 수가(급여)에 관련하여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이미 의사들은 상대적 기득권 계층이므로(문닫는 의원, 병원들. 파산하는 의사들 얘기를 해봐야 소용없다. 국민들은 돈 잘 버는 의사들만 눈에 보인다).

'원가이하의 수가'를 이야기 하자면 각종 공중파 방송에서 나오는 커피값 원가분석, 삼겹살값 원가분석, 한우값 원가분석을 보면 답이 나온다. 전문직으로서 인건비나 지적재산권 따위는 절대 원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원가를 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니 얘기가 될 수 없다.

진료권 침해는 그간 의료계의 지나친 침묵으로 인해 정부가 상당부분 진행해 왔다.

가까운 예로 포괄수가제 전면시행하면서 급여는 포괄수가제로 주면서 청구는 행위별로 하게 하여 진료의 질을 보장하겠다고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근본적인 문제인 교과서적인 진료지침이 아닌 보험급여 삭감이 두려워 심평원의 심사기준에 따라 진료를 보게 되는 것까지 다양하다.

심평원의 심사기준 때문에 환자 진료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모른다.

37대 집행부가 천명한 "의사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움직인다"라는 의지는 분명하다. 어떠한 것에 대해 어떻게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인지는 그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후배의사들이 좌절하지 않는 의료계는 '수가'가 바로 잡힌 의료계가 아닌, '진료권'이 제대로 바로 잡힌 의료계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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