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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병협 회장 "의사 노조? 자다가 벌떡 일어날 일"

중소병협 회장 "의사 노조? 자다가 벌떡 일어날 일"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2.07.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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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노조' 설립 움직임 탄력...전방위 탄압 '걸림돌'

 

▲ 6월 28일 열린 전공의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환규 의협회장이 의사노동조합 활성화를 역설하고 있다. 노 회장은 3일 중앙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전국적인 의사노조를 설립하겠다고 밝혀 향후 의사노조가 의료계의 중대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의협신문 김선경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의사 노동조합' 설립 분위기가 올 하반기 들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새로운 의협 집행부 출범 직후 전공의 결의대회와 병원의사협의회 재건 위원회가 잇따라 열리면서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3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11월 이전에 지역·직능별 의사노조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역별·직능별 노조가 만들어진 뒤 이를 묶는 전국적인 의사 노조 조직을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의협이 의사 단체행동권의 법적 보장에 대한 필요성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있으나, 시기까지 못 박고 의욕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의료계가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을 계기로 정부와 날선 갈등을 이어가며 일선 의사들, 특히 임금 근로자인 병원 의사들의 의권확립에 대한 목소리가 전에 없이 높아진 현 상황과 궤를 함께 한다.

최근 <의협신문>이 봉직의 4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봉직의 단체 설립 필요성에 대해 94%가 동의하고, 과반수는 단체행동권을 보장받는 '노동조합' 설립을 요구한 것은 현재 병원 소속 의사들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 의사의 취업 분포를 살펴보면 개원의가 약 36%로 가장 많고, 이어 봉직의 26%, 전공의 20%, 공보의 3% 순이다. 개원의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조를 설립할 수 없고, 공무원 신분인 공보의 역시 의사노조 가입이 어렵다. 따라서 노조가 설립될 경우 봉직의와 전공의가 중심이 되며 특히 살인적인 근무시간, 비현실적인 급여 등 사측(병원)과 갈등이 첨예한 전공의 직역이 의사노조의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노조 가로막는 걸림돌은?

전공의노조는 이미 서류상으론 결성돼 있는 상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지난 2006년 6월 30일 노동부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함으로써 합법적인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그러나 이후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고 현재 활동을 멈춘 상태다.

전공의 노조가 다시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될 산이 많다. 우선 병원 측의 전방위적인 '탄압'을 극복해야 한다. 실제로 2006년 노조 결성 당시 대전협 정책이사를 맡고 있던 조 모 씨는 초대 노조위원장을 맡기로 돼 있었으나 노조 설립을 막으려는 병원의 끈질긴 압박으로 결국 사퇴하고 말았다.

병원별·과별 각개격파 식으로 이뤄지는 전공의 개개인에 대한 협박과 회유를 얼마만큼 견뎌내느냐가 전공의노조 성패의 중요한 요소다.

백성길 대한중소병원협회장은 전공의 노조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2006년 4월 경기도병원회장 신분으로 <의협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보건의료노조와는 별개로 의료인 신분의 노조까지 설립된다면 병원경영의 측면에서는 정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처우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병원장과 전공의 관계가 노사관계로 바뀌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 병원 경영자들의 보편적인 정서다. 당시 병협은 대전협 측에 노조의 핵심 권리인 '단체행동권 포기'를 집요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트릭스 깨고 스스로 각성해야"

'의사노조 = 귀족 노조'라는 사회적 편견도 극복해야 한다. 이미 일부 대기업 노조의 이기적 행태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갖고 있는 국민이 사회 기득권층이라 여기는 의사들의 노조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게 될지는 자명하다.

미국의 경우 의사노조가 무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국민의 지지 속에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유럽 의사들 역시 '전문가 노조' 형태로 의사 권익 뿐만 아니라 국민 보건의료를 위해 앞장서며 신뢰를 얻고 있다.

앞으로 의협이 의사 노조 설립의 근본 취지에 대해 의료계 내부는 물론 국민에 대해서도 설득과 이해를 구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의사노조 설립을 위해 무엇보다도 강하게 요구되는 것은 의사 스스로의 인식 변화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지난달 열린 전공의 결의대회에서 "당신들이 아무리 자기 스스로를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고귀한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 인식해도, 병원 경영자들 눈에는 값싼 노동자일 뿐"이라며 의사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해 의식을 갖고 깨어날 것을 주문했다.

이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모순의 근원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행동으로 나서지 않으면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는 일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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