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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사이 환자소견 송부도 환자동의 있어야 하나?
의료인 사이 환자소견 송부도 환자동의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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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6.30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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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톺아보기 (4)

법률이 완전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간이 만들다보니 때로는 모순된 조항이 들어가거나 해석이 애매한 경우도 많다. 의사와 관련이 깊은 의료법도 마찬가지다. 어떤 조항은 해석이 애매하고 어떤 것은 서로 상충되기도 한다.

의료전문 법무법인 LKpartners(엘케이파트너즈)는 의료법의 이런 문제들을 찾아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의료법 톺아보기'를 통해 애매한 법률조항을 명쾌하게 풀어본다.

▲ 정성연 변호사 (법무법인 LKpartners)
상급종합병원에서 내과 과장으로 근무하는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경찰 조사가 필요하니 경찰서로 출두하라는 것이었다.

항상 원칙대로 살아온 자신에게 범죄혐의가 있어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자존심을 무척 상하게 만들었지만, 수사기관에 협조해야 한다는 소신으로 진료가 없는 토요일 오후를 지정해 조사에 응했다. 경찰관에게 혐의 내용을 물으니 '환자나 환자보호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진료기록의 내용 확인이나 환자의 진료경과에 대한 소견 등을 송부했다'는 것이었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치료한 지방 거주 환자가 거주지 근처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겠다고 요구하여 그렇게 하라고 한 적이 있었다. 담당 의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치료에 필요하니 환자 진료기록을 보내달라고 하였다.

환자의 거주지가 상당히 멀어서 사본을 받기 위해 병원까지 오는 것이 번거로울 것 같아 편의 차원에서 진료기록을 팩스로 송부해 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환자가 그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담당 의사를 고소하면서 그 가운데 A씨가 자신의 동의 없이 진료기록을 송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수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A씨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속한 의료기관을 밝히고 환자의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진료기록을 송부해달라는 요구에 응한 것이, 그것도 사본교부를 위해 환자가 내원하려면 하루가 다 소요될 것 같아 이를 돕는다는 마음에서 한 행위가 범죄가 된다니.

집에 와서 법령을 검색해 보니 웃기게도 경찰의 말이 맞는 것이었다. 의료법 제21조 제3항에 의하면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으로부터 제22조 또는 제23조에 따른 진료기록의 내용 확인이나 환자의 진료경과에 대한 소견 등을 송부할 것을 요청받은 경우에는 해당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송부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되어 있었다.

아는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벌금형을 받으면 자격정지 15일의 행정처분도 있다고 한다. 구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 환자의 진료에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다른 의료기관에서 그 환자에 대한 기록, 임상소견서 및 치료경위서의 열람이나 사본 송부를 요청하면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하였음에 반하여, 2009. 1. 30. 법률이 개정되어 위와 같이 바뀐 것이다.

의료인 사이에 환자에 대한 소견 등을 송부하는 이유는 환자치료의 목적이지 그 외의 목적을 가지는 경우는 상정하기는 어렵다. 굳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의사에게 그 정도 윤리의식은 있지 않을까.

환자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도 중요하지만 치료 목적으로 의사들이 내용을 확인하거나 의견을 송부하는 경우까지 처벌하고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은 과잉입법이라고 할 것이다. 개정이 시급한 규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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