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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타협? 기꺼이 감옥에 가겠다"

"정부와 타협? 기꺼이 감옥에 가겠다"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2.06.28 15:57
  •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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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결전 앞둔 노환규 의협회장..."희망으로 행동하면 이룰 수 있어"

의료계와 정부의 대치 국면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잘못된 의료제도의 근본부터 뜯어고치겠다며 칼을 뽑아든 의협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의 강압적인 포괄수가제도를 '수술 연기'라는 집단 투쟁으로 맞선 의료계의 각오가 비장하다.

취임 2개월도 되기 전에 '전시'를 선포하고 군복으로 갈아입은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고 말한다. "타협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27일 의협 회장 집무실에서 약 1시간 동안 만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에 대한 속내와 근황을 들어보았다.

 

▲ ⓒ의협신문 김선경
짧은 기간 동안 매우 많은 일들이 숨 가쁘게 진행됐습니다.

= 육체적·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의사들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낍니다. 평소 의협에 관심이 없던 분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의협 잘한다'고 지지를 보내주고 계십니다. 지금까지 패배의식 속에 살았는데 용기를 갖게 되었다고 메시지를 보내는 분들도 많습니다.

의사들이 희망을 얻게 됐다는 것은 다시 저에게 희망으로 되돌아옵니다. 의사 단체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 의사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 의료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애초 회장님의 구상대로 진행된 것입니까?

= 미리 밝힌 플랜대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의료계에 가해지는 각종 악재들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습니다. 취임 초기부터 예상했지만, 정부가 의협 집행부를 흔들기 위해 여러 가지 악재를 쏟아낸 것이 오히려 저에게는 호재가 됐습니다.

예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정부가 생각보다 훨씬 더 비열하다는 것이죠. 공중파 방송과 신문광고를 통해 국민에게 의료제도에 대한 거짓말을 하고, 불법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일례로 의료계의 수술연기를 앞두고 정부가 대응반을 만들어 의료현장을 돌며 각개격파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병원 장부를 뒤지는 등 불법 행위들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회장님은 의료제도를 바꾸는 일이 어렵고 가능성도 희박하며, 그래서 긴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라고 밝히셨습니다. 그런데 현재 의협의 행보는 긴호흡이라 보기엔 무척이나 빠른 템포로 느껴집니다.

= 저도 긴 호흡으로 가고 싶어요(웃음). 그런데 정부가 제도 변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일단 대응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신속히 대응해서 빨리 얻어야 합니다. 지금은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료대란 중에 대선 맞이할 수도….

의협이 원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말들이 있습니다.

= 의사라면 모두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개선이 첫 번째입니다. 잘못된 건정심 구조가 얼마나 많은 잘못된 제도를 만들었습니까? 건정심은 노사정위원회처럼 공급자와 지불자가 1대 1 구조로 바뀌어야 합니다.

건정심 위원 구성을 바꾸는 일은 국회 권한이라 정부와 다툴 사안이 아니라고들 하는데, 과거 2000년 11월 의정합의서의 경우에도 정부와 의료계의 약속일뿐이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들은 모두 그대로 입법되지 않았습니까? 정부가 하고자 하면 다 됩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지요. 건정심 구조개혁과 관련해서는 조만간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입니다.

수술연기 방침에 일선 의사들의 참여도를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

= 과마다 다르겠지만, 최소한 50%는 넘을 것이라고 봅니다. 수술연기 대상에 응급환자는 빠져있습니다. 환자 생명에 위협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지요.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다는 주장은 틀린 말입니다.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준비 안 된 제도를 강제로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정부와 극적인 대타협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가능성은?
= 보건복지부와의 대타협을 말하는 것인가요? 정부와 타협은 없습니다. 의정간 벼랑끝 대치상황이라고들 하는데 이제 막 시작에 불과합니다. 10월 중 대규모 의사대회를 열고 12월 대선까지 대정부 공세를 계속 강화할 것입니다. 의료대란 중에 대선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투쟁 수위를 높이면 정부의 탄압 강도 역시 높아질텐데….
= 원하는 바입니다. (정부의 탄압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정부에 의해 의협 회장이 해임되거나 투옥 된다면, 그것은 의료계로선 더 없는 호재입니다. 지금까지 무관심했던 분들이 모두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투옥도 각오하신다는 말씀인가요?
= 당연합니다. 곤장을 맞는다면 걱정할지도 몰라요. 아프니까(웃음). 그런데 수감되는 것을 왜 걱정하나요? 오히려 쉬게 됐으니 좋은 일이지요.

"의-정 대화 채널, 정부가 먼저 끊었다"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와 같은 투쟁 전담체의 필요성은?
= 투쟁 전담 조직은 집행부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집행부가 모두 저와 같은 마음이라면 굳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 의협 조직으로도 충분합니다.

보건복지부와 대화채널은 유지되고 있습니까?
= 최근에 완전히 단절됐습니다. 정부가 끊은 것입니다. 두개의 채널이 있었는데 보복부에서 한 쪽을 먼저 끊었지요. 그것도 무척 예의 없게…. 그래서 나머지 한 채널은 우리가 깼습니다.

의협의 건정심 탈퇴 이후 병협과의 관계도 단절된 것 같습니다.
= 병협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협이 경영자단체와 같은 방향을 보고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같은 길을 걷기 위해 노력했고 희망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본인들이 스스로 밝혔습니다. 커밍아웃을 한 것이지요.

영상수가를 인하한 26일 건정심에서 굴욕적인 부대결의가 있었습니다. 병원계가 정당한 소송을 해서 기껏 이겨놓고는 '소송해서 죄송하고 다시는 소송하지 않겠으며, 또 소송하면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입니다. 을사조약에 버금가는 굴욕 아닙니까? 역사에 길이 남을 일입니다. 병협의 그와 같은 태도가 지금 의료계가 처한 비극적인 현실을 초래했다고 생각합니다.

ⓒ의협신문 김선경

병협이 의료계의 중요 단체 중 하나인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전략적인 관계 설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병협이 중요한 단체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기형적이고 왜곡된 것이지요. 경영자 단체에 병원을 대표하는 권한을 준 것인데, 그들이 정말 병원을 대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병협이 정부에 약점이 많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병협은) 강자를 가장한 약자입니다. 정부로선 컨트롤하기가 쉬우니 병협에 권한을 주고 있는데, 이것은 실수이고 부적절한 일입니다.

제 임기 동안 병협과의 관계 개선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병원 경영자들이 아닌, 병원에 소속돼 있는 의사들이 제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조만간 재출범하는 병원의사협의회에 의협이 재정적·행정적 모든 면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입니다.

의협이 주변으로부터 고립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 관점에 따라 다릅니다. 의협은 의료계 종주단체로서의 지분과 지위를 가져야 하는데, 그간 여러 가지 상황을 겪으며 많이 축소돼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 중에 있는 성장통이라고 보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의협이 특별 성금 모금 운동을 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치과의사들이 참여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제가 주장하는 '전문주의', 전문가단체가 존중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해 성금을 냈다고 합니다. 지금은 의협이 고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의료의 중심적 단체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면 모든 관계가 재정립 될 것입니다.

순발력 있는 소통, '집단지성'의 힘 믿어

회원들과의 소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시는 것 같습니다.

= 주로 인터넷 기반으로 '닥플' 같은 의사 커뮤니티, 페이스북 등을 통해 꽤 많은 글을 쓰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 페이스북 친구가 3500명쯤 됩니다(웃음). 대회원 서신문도 보내고 인터뷰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충분치는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닥플' 여론에 너무 편중하신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 물론 닥플이 전체 의사 회원의 여론을 대변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런데 닥플 회원이 약 1만 명, 하루에 올라오는 글이 약 1000개쯤 되는데, 거의 의료현안에 관련된 글입니다. 어디에도 이렇게 활성화된 의사 커뮤니티가 없습니다. 의협이 특별 성금을 모금한다는 공지를 닥플에 올리자마자 3억 원 가까이 모였습니다. 28일 현재 6억3000만 원 정도 모금됐는데, 이 중 4억 원은 닥플 회원이 모아준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대정부 여론전에서도 의사 커뮤니티가 큰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즉각적이고 순발력 있게 움직이는 것은 우리 민초 회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 지금까지 해결해 온 것들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 시도의사회 조직은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 인터넷을 통한 소통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생긴 오해인 것 같습니다.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 회장을 2년 8개월 맡는 동안 전의총 명의로 80개의 성명서가 발표됐는데, 지금 봐도 틀린 내용이 하나도 없더군요. 모든 성명서가 회원들이 온라인상으로 먼저 내용을 확인하고, 교정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서 나온 '집단지성'의 결과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소수의 의사들이 판단해 내놓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요.

반대로 대구시에서 벌어진 비의사 보건소장 임용 같은 사안은 시도의사회가 맡아서 해 줄 일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수평적, 시도의사회는 수직적 조직입니다. 순발력이 필요한 사안에서는 수직적 조직이 수평적 조직을 결코 따라올 수 없습니다. 물론 이 두 가지를 잘 활용해야 하는데, 그동안은 워낙 긴급한 사안들이 많아 수평적 조직이 더 많이 동원되었던 것입니다.

시도의사회와 충분히 교감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상의 접촉이 중요하지만, 아쉽게도 기회를 많이 갖지는 못했습니다. 시도의사회와 소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의협신문 김선경
희망을 갖고 행동하면 반드시 이뤄진다

회장님의 건강을 염려하는 회원들이 많습니다.

= 몸 상태는 솔직히 심각합니다(웃음). 운동부족에 스트레스는 많고…. 수면시간은 하루 평균 4~5시간 정도, 못자면 2시간 정도 입니다. 주말에도 개인 시간이 거의 없다보니 많이 자봐야 7시간을 넘긴 적이 없네요. 사실 수면시간은 취임 전과 비슷한데 문제는 꿈속에서도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꿈에서도 일을 하니, 일어나서도 피곤하죠(웃음).

회원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 'If you think you can, or you think you can't, you're right!'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의 명언입니다. 당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공을 차지 않고 골을 넣을 수 있는 확률은 0%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목표를 이룰 가능성은 없습니다.

기회는 항상 오지 않습니다.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꼭 이뤄집니다. 이것은 막연한 낙관주의와는 다른 것입니다. 희망을 가지고 행동하면 반드시 이뤄집니다. 저는 경험을 통해 굳게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믿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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