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궁금하세요?"
"대구가 궁금하세요?"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2.06.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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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즐겨라> 펴낸 임종식 경북 영천성모병원 내과부장

 
도시는 그대로 있으려 하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오래된 옷가지를 정리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고 그 빈자리는 끝 모르는 욕망으로 채운다. 옛것은 불편하고 보기 싫은, 그래서 '반드시' 청산돼야 할 잔재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도시가 오래도록 간직해 온 옛 모습은 기억속 흔적만을 남긴채 그렇게 스러진다.

의사 임종식(경북 영천성모병원 내과 부장)은 우리가 살아온 모습과 그 속에 담긴 소중한 가치가 시류에 묻혀 하찮게 내몰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마음 속 깊이 파인 상처를 보듬어주고 넉넉한 가슴으로 언제나 자리를 지키며, 있는 그대로가 위안이 되는 도시의 품이 그립다.

아쉬움에, 그리움에 그의 화폭과 앵글에 녹아든 도시의 모습은 하나 둘 그렇게 늘어났다. 그 속에 담긴 그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동촌 강가 막창집에서 그의 도시, 그림, 사진, 글, 삶을 이야기했다. 그의 '도시'는 대구다.

 
얼마전 '그림 그리는 의사 임종식의 대구여행기'라는 부제를 단 그의 첫 책 <대구를 즐겨라> 1쇄가 품절됐다. 대구는 어떤 매력을 간직하고 있을까. 무엇이 그의 본능을 깨웠을까.

"대구는 문화와 역사적인 깊이를 간직한 도시입니다. 최근 들어 역동적인 모습을 많이 보이고는 있지만 선인들의 전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화려한 모습 보다는 소외된 뒤안 풍경이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오래되고 낡은 것들에 대한 연민이랄까요?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니었지만 2006년부터 시작한 블로그에 그 연민의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곳곳을 둘러보며 느낀 단상을 그림과 사진을 통해 전했고 시시콜콜한 일상을 글로 옮겼습니다.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었습니다."

옛말에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했던가. '대구를 즐겨라'. 즐길거리에 대한 그의 안목을 빌리고 싶었다.

"책 속에 소개된 거의 모든 곳이 제게는 특별합니다. 목이 타들어 가는 북성로 골목길, 선인의 아픈 숨결을 간직한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 장군의 거룩한 죽음이 고결하게 전해지는 신숭겸 장군 유적지, 보리밥 먹으러 가는 칠성시장, 틈만나면 들리는 팔공산 주변 사찰과 유적 등은 한번쯤 돌아볼 만 합니다. 그러나 저에게 즐긴다는 것은 단순히 유희로써가 아니라 몸과 마음, 기쁨과 슬픔 등 삶 속에서 교차되는 모든 것을 융합해 아프고, 낡고, 불편하고, 힘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즐기는 것입니다."

'아프고 힘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즐긴다….' 가볍지 않다. 내친김에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궁금해졌다.

"조금은 큰 틀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관조적으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살아가다보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집착과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고 합리적인 생각속에 진정성을 잃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함께 걸으면서 곁에 있는 누군가의 손을 잡을 수 있다면 행복한 사회로 향한 걸음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호승 시인의 노래한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시구를 좋아합니다. 어둠과 슬픔을 딛고 이겨낸 사람이 밝음과 기쁨의 의미를 더 잘 알기 때문입니다. 소외된 이들의 삶을 돌봐주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래된 문화나 유적도 보존을 잘해서 바른 정신, 올곧은 절의와 충절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이 책이 관광안내도처럼 이곳저곳에 대한 단순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 사는 곳이 어디인지를 공유하고, 살고 있는 곳에서 다른 이들을 배려하고 보듬어가면서 애정어린 시선을 나눌 수 있다면 사회는 지금보다 조금 더 건강해질 것입니다."

책을 다시 펼쳐보니 곳곳에 그의 말이 살아 숨쉰다. 범상치 않은 데생실력에 따뜻하고 평안하게 다가오는 색감, 저자의 생각을 품은 독특한 구도, 세상살이의 진솔함이 느껴지는 글이 새롭다. 그림이나 사진이나 글이나 모두 취미 수준은 벗어나 보였다.

"초등학교때부터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중학교때까지는 미술부 활동을 하면서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그때 같이 그림 그린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책에 나오는 데 그 친구는 지금 미대 교수입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본능이 아직 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 본문 78∼79쪽 '옻골 최씨종가'편, 맛깔스런 일러스트로 표현한 옻골마을 입구가 돋보인다.

사진은 그림그리기 대용으로 시작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이의 성장을 남기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다가 사진으로 느껴지는 감동과 느낌이 좋았습니다. 사진은 특별히 기술적이나 이론적으로는 잘 모릅니다. 작품성 있는 난해한 사진이나 화려한 사진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다른 이가 함께 느낄 수 있다면 그 뿐입니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지는 않지만 지인들에게 사진과 글을 보냅니다. 무미건조한 메일에 사진과 그림을 넣어서 지인 30~40명에게 한달에 2~3번은 보냅니다.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전하고…. 다들 좋아합니다. 저는 '메일의 아트화'라고 떠들고 있습니다만…."

책 출간이후 이어진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 출판기념회 등 분주한 일정탓에 그의 입술은 헤르페스성 포진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무엇을 소망할까. 좀 쉬고 싶다는 말을 흘려 들으며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도 함께 물었다.

"성공 보다는 성장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물질·권력·명예를 얻는 것보다는 사람사이에서 배우고 얻고 거기에서 매일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제가 할 수 있는게 이게 전부고, 이것을 하면 그냥 좋습니다. 남에게 여유롭게 보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눈과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손, 저의 분신인 카메라가 있어 늘 행복합니다. 다음 이야기는 아마 영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대구가 제2의 고향이라면 영덕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제 삶의 뿌리입니다. 그냥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영덕을 즐겨라>를 준비중입니다. 영덕 바다와 바닷길, 복사꽃과 대게, 사투리·놀이문화·명소 등이 떠오릅니다. 어느새 나이가 훌쩍 들어버린 우리세대의 추억과 감흥도 담기겠죠."

'팔공산에 부지 매입해서 작업실 만들고 그 곳에서 세상듣기'. 그가 블로그에 밝힌 장기계획이다. '세상듣기'. 그는 이미 세상을 듣고 있다. 열린 눈과 귀로 캔버스를 열며 셔터를 누르고 펜을 잡는다. 그가 사는 도시를 사랑하며 그 곳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들과의 소통을 즐긴다.

해거름녘 낯선 도시에서의 첫 만남은 낯설지 않은 로맨티스트의 매력에 빠져 깊어갔다.

피곤이 잠식하지 못한 그의 영혼은 벌써 영덕 바닷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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