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5 18:04 (목)
"누구를 위한 응급실 당직인가" 관심 '폭발'

"누구를 위한 응급실 당직인가" 관심 '폭발'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2.06.14 21:43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일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공청회서 의료계 우려 증폭
병협·의학회·전공의 "현실 무시한 처사…실효성 떨어져" 한목소리

▲ 14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관련 공청회. ⓒ의협신문 김선경
8월 5일 시행을 앞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제도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게 될 전공의 단체에 이어 학계와 병원계까지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면서 반발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14일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 대강당에서 비상진료체계 구축 관련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는 사안을 둘러싼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배포된 자료집은 행사 시작 전 동 났고, 자리가 없어 강당 뒤편에 서서 듣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질의응답 시간이 길어져 폐회는 예정 보다 1시간가량 지연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은 당직전문의 또는 이와 동등한 자격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는 의사가 응급환자를 진료하지 않을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핵심은 법 시행규칙에서 당직전문의를 각 진료과목별 전문의 또는 3년차 이상 전공의로 규정한 대목이다. 이에 고년차 전공의와 전문의가 기존 인턴 또는 저년차 전공의가 수행하던 응급실 당직 업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

주제발표를 맡은 구성자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사무관은 "환자가 응급실에 찾아왔을 때 전문의 또는 3년차 이상 전공의가 직접 진료하게 함으로써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문의가 당직 서도 전문분야 아니면 속수무책"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별도로 고년차 전공의, 다른 과 전문의를 배치함으로써 신속한 치료가 가능해질까? 의료현장에 있는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응급센터는 만성적 적자 구조다. 당직전문의를 채용하지 못하면 외래 보는 전문의들이 당직을 설 수밖에 없는데, 밤근무를 한 사람에게 다음날 외래진료를 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50대 중반의 흉부외과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참석자는 "당직하기 힘든 나이이지만, 최선을 다해 설 준비는 돼 있다. 문제는 내 전공이 아닌 환자는 응급으로 와도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라며 "병원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거지, 특정의사가 특정시간에 있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일호 대전협 회장이 공청회장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공청회 시작에 앞서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전개했다. 현재 주당 100시간에 육박하는 근로시간이 응급실 당직으로 늘어난다면 피로 누적으로 의료의 질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경문배 대전협 정책이사는 "하루 15시간씩 일하고 당직까지 서야 하는 혹독한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얼마나 환자를 잘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응급의료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전공의의 적정 근로시간을 확보하는 정책이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협, 피켓 들고 침묵시위…의학회 "당직 개념 달리봐야"

수련교육을 책임지는 의학계에서도 제도 시행이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 연구 및 중증질환자의 진료에 참여하고 있는 고년차 전공의들이 응급실 당직을 맡게 되면서 연차별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의 질서가 무너질 것이란 관측이다.  

김재중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는 "개정안 대로라면 1·2년차 전공의는 응급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수련과정이 없어져 능력을 기르지 못한 상태에서 상급년차에 들어서게 된다"면서 '당직' 개념을 병원 상주에 한정하지 않고, 응급실에서 연락 온 환자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back-duty)까지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공청회장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붐볐다.

반면 시민사회단체와 정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한국 응급의료서비스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고문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국민들은 야간이나 공휴일에 전문의로부터 진료 받지 못하고 생명을 잃고 있다. 비상진료체계를 갖추고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응급실 모니터링을 수시로 시행하고, 위반 사항에 대해 과태료를 받는 경우에는 이를 지역사회 시민들도 알 수 있도록 공시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 지원팀장은 "응급의료과 전문의로서 전공의들의 주장에 공감한다"면서도 "지금껏 공급자 중심으로 맞춰졌던 의료를 환자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문제점이 한꺼번에 드러난 거라고 생각한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고통스럽겠지만, 응급환자를 잘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