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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당신은 화를 잘 내십니까?

청진기 당신은 화를 잘 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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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6.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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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욱(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 조병욱(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1년여 전 TV 에서 한국인의 화를 주제로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았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라는 속담을 실생활 속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실험하는 방송이었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를 나게 만든 대상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상에게 화풀이를 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화를 잘 낸다'라는 말에서 정의는 얼마나 '자주'라기 보다는 얼마나 '제대로'라는 개념으로 접근 하는 것으로 보는 것으로 하고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이 화두에 관하여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몇가지 모아지는 관점들이 있었다.

첫 번째. 화가 나게 만드는 대상이 자신보다 지위, 권력, 계급, 서열 등에서 위에 있기 때문에 화를 낼 수 없게 되어 화풀이 대상을 다른 쪽을 찾게 되어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두 번째, 이루고자 하는 욕구에 대한 좌절로 인해 오는 감정이 '화'를 나게 하는 것이다.

세 번째, '화'를 낸 다는 것 자체가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해소를 바라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화를 '잘' 내고 내지 못하고의 차이점은(다분히 개인적인 의견들을 모은 것이지만) 욕구에 대한 좌절, 즉 불만이라는 감정이 상위 계급이나 신분등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깨닫고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해소를 위해 엉뚱한 대상으로 분출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귀추 할 수 있다.

"여러분은 화를 잘 내십니까?"라는 질문에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정부 주도의 포괄수가제 확대 및 전면 시행이 7월 1일로 확정 발표되었다. 의협은 건정심을 탈퇴했고, 병협은 조건부라고는 하지만 찬성을 했다. 인터넷 토론방에서는 몇몇 열혈 의사들이 반대 여론을 만들려고 열심히 글을 올리고 있다.

사실 포괄수가제에 대한 이야기는 12년전 의약분업때도 나오던 것이었다. 지속되는 건강보험재정의 적자와 공공 부문으로서의 의료의 역할 등을 이야기하며 예방의학 시간에 주구장창 외우던 의료비 지불방법 중 하나였다.

게다가 필자가 인턴 파견근무를 하던 병원에서는 '급성 충수돌기염'에 대한 포괄수가제가 시범도입되어 적용되고 있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병원(일산병원)에서는 차근차근 그 자료들을 쌓아가면서 왜곡을 하였든 하지 않았든 제시할 통계적 지표들을 준비해 왔다. 그리고 7월 1일 의료비 100억 절감을 위해 7개군 질환에 대한 포괄수가제가 시행된다.

의협신문이니 '포괄수가제'가 어떤 제도인데? 라는 얘기는 생략하겠다. 7개군 질환과 관련이 없는 과목의 의사들은 상관이 없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아직도 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의약분업'은 개념적으로 논의가 된지 20여년 만에 시행이 됐고 '포괄수가제'는 필자가 학교에서 처음 들은 이후 12년 만에 시행됐다. 다음은 '총액계약제'가 기다리고 있다.

몇 년 안에 시행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국민의료비의 증가가 무분별한 의사들의 비급여진료와 과잉진료로 인해 발생했다고 국민들을 호도하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의 논리에 '화'를 내어야 하고, 이 '화'를 잘 내어야 한다. 의사들이 화내는 것을 본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이미 시행이 확정되었다. => "종로에서 뺨을 맞았다."

자 이제 화를 내야할 시기가 왔다. => "한강가서 눈을 흘겨야 할 것인가? 뺨 맞을 이유가 없음을 따지고 화를 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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