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5 18:04 (목)
청진기 공부(工夫)

청진기 공부(工夫)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2.04.30 09:5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태용(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

▲ 문태용(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

공부의 중국식 원발음은 쿵푸이며, 쿵푸의 유래는 공자의 유림에서 유래 된 것이 아니라 소림사 무술에서 언급이 된다.

그렇다면 공부란 지식을 축적하는 작업이 아니라 오히려 낡은 지식을 먼지 털 듯 털어 내고 마음 한가운데로 중심 잡는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중심(中心)이란 마음 한가운데를 말하지만 방향이 없는 상·하·동·서·남·북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상·하·동·서·남·북 어느 곳으로도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다가 갈 수 있는 그런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염착·집착·몽유·아상 등등 이러한 것들은 중심으로 가는 것과는 달리 오히려 중심에서 멀어지는 쿵푸와는 무관하게 가시적인 세력을 키우는 것 들이다.

염착이란 오염된 애착으로, 마음에 무명(無明)이 붙어 있는데 그게 정이 들어 떼어내지 못하는 그 마음을 말한다. 예를 들면, 땀이 젖은 어깨위에 꽃잎 하나가 붙었다. 꽃잎보다 큰 손가락으로 어깨위에 앉은 꽃잎을 떼려고 하면 그 꽃잎은 살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손톱으로 파다보면 피가 나고 상처가 생기지만 찰거머리처럼 오히려 달아 붙는다. 떼려고 하면 떨어지지 않고 붙이려하면 붙지 않는 것이 염착이다.

몽유란 꿈속 행동을 실재로 행한다는 뜻이다. 일본군이 중국 난징(南京)대학살을 저질렀을 때 쑨원(孫文)선생은 선지자를 찾아 묻기를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선지자는 반문하기를 "그대는 몽유환자를 어떻게 치료합니까?" 하고 되물었다.

몽유는 자다가도 문득 일어나 길을 걷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자신이 꿈과 같이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때문에 그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고 벌을 준다 해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몽유 환자는 그저 대적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쑨원은 배웠다.

아상(我相)이란 자아(에고)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마음에 잣대를 만들어 인간을 짝사랑하고 홀대하고 무시하는 일종의 방어 기제다. 그런 아상 역시 축적된 외부의 지식이다. 지식수준에 따라 직책이 주어지고 명예가 주어진다.

이름도 생기고 자가용도 수준에 맞게 고급화되지만 그 모든 것이 태어날 때 갖고 나온 것이 아니며 죽을 때 갖고 가는 것이 아니다. 선천적으로 유전자에 입력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후천적으로 획득된 지식이 유전자에 입력되어 있는 것이다.

하여 아상을 버리지 아니하면 귀가 닫히고 눈이 멀어 순전히 빈 깡통이 되는 것이다. 존재는 빈 깡통 속에 들어 있어 보이지 않는다.온통 남의 삶을 대신 살아간다. 기대는 것이 없으면 편히 잠을 잘 수 없고 마치 죽을 것만 같은 불안을 느낀다.

존재의 중심을 알아차린 사람은 더 이상 오염을 싫어한다. 기대는 것을 싫어한다. 잠드는 것도 싫어한다. 그런 그는 인간사이 정(情)도 좋아 하지 않는다. 가는 인연 잡지 않고 오는 인연 막지 않는다. 그는 오로지 선지자를 찾아 자신의 중심 자리를 확인하기 좋아 할 뿐이다.

중심이란 태풍의 '눈'과 같은 것이다. 태풍의 눈은 고요하고 맑고 없는 듯 하지만 중심에서 쏟아져 나오는 에너지가 비바람을 불러일으킬 때는 엄청난 태풍의 회오리가 몰아친다. 원자핵 폭탄처럼. 그래서 이를 쿵푸라 한다.

그대는 비로소,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혼자 가면서도 걸림이 없을 뿐 아니라 하늘을 쳐다보아 한 점 부끄러움이 없고, 영재와 더불어 학문을 토로하고, 부모형제 일가친척이 무병장수하는 큰 세 가지 낙을 누리게 될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