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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내 CCTV설치 허용해야…
진료실 내 CCTV설치 허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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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4.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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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두륜(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2011년 9월 30일부터 개인정보보호법이 실시되고 있다. 환자의 민감한 정보를 많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다른 분야에 비해서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이해와 대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데 구체적인 사례에서 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진료실 내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설치가 가능한지 여부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25조(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운영 제한)

①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된 장소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경우
2. 범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3.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4. 교통단속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5. 교통정보의 수집·분석 및 제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② 누구든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목욕실·화장실·발한실(發汗室)·탈의실 등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의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교도소, 정신보건 시설 등 법령에 근거하여 사람을 구금하거나 보호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과에서 지난 1월에 발간한 '개인정보호법 적용 사례(의료기관)' 5쪽에 진료실·병실 등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CCTV 설치가 제한되고, 진료실에서 환자와의 분쟁 시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 영상정보처리기기에 녹음기능을 함께 사용해 영상과 음성을 수집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철거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도 동일한 내용으로 회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진료실 내 CCTV를 설치한 병원에서는 이를 철거했거나 철거할 예정이고, CCTV 설치를 계획하고 있던 병원들은 설치를 보류하거나 아예 포기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진료실 내 CCTV 설치가 무조건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병원의 진료실은 의사가 예약된 환자를 만나 환자의 상태를 보고, 듣고, 만져보면서 질병을 진단하고 그에 따른 처방과 처치를 하는 장소이다.

따라서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개된 장소'가 아니다. 문제는 같은 조 제2항의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법에는 '목욕실·화장실·발한실·탈의실 등'이라고 돼 있어, 병원 진료실이 여기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결국 법률 해석의 문제이다.

병원 진료실은 환자가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는 공간이고, 그 과정에서 환자의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병원의 진료실 이외에도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는 장소는 얼마든지 많다.

그럼에도 법률이 특별히 '현저히'라는 문구를 기재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 '목욕실·화장실·발한실·탈의실'을 나열한 이유는, 적어도 이러한 장소에 준해야 사생활이 현저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본 때문은 아닐까?

또한, 진료실 내에 CCTV를 설치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진료실 내 CCTV 설치는 진료계약 체결이나 진료의 과정을 확인시켜 줌으로써, 불필요한 분쟁의 발생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환자에 대한 성추행이나 의료인에 대한 폭력 등 범죄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진료실에 CCTV 설치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다양한 현실적 필요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환자와의 분쟁에 대비해서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행위는 마치 비도덕적인 것처럼 매도한다.

과연 그럴까? 민사분쟁에 대비해서 계약서를 꼼꼼히 작성해 두듯이 의료분쟁에 대비해서도 가급적 환자 동의서와 진료기록을 꼼꼼하게 작성해 두는 게 좋지만, 의료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진료실 내 CCTV는 의료현실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기술적 장치일 뿐이다.

분쟁에 대비해서 계약서를 꼼꼼히 작성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전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더구나 개인정보보호법상 CCTV를 설치하더라도 녹음기능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분쟁에 대비한 증거로서의 가치에는 한계가 있다.

진료실에 CCTV가 설치되면, 의료인은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면서 충실하게 진료와 설명을 할 것이고, 환자도 좀더 신중하게 판단하고 책임있는 행동을 할 것이다. 요즘처럼 환자와 의료인 사이에 인격적인 소통과 대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진료실 내 CCTV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은 될 수 있다.

특히 금년 4월부터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면 의료분쟁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진료실 내 CCTV 설치는 이에 대한 방어수단이 될 수 있다.

진료실 내 CCTV 설치를 허용한다고 해서 의료인들이 이를 악용하거나 환자의 사생활을 누설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의료인은 의료법 제19조에 따라 진료과정에서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누설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의료법에 따른 형사적· 행정적 책임을 지고, 민사상 손해배상책임까지 부담한다. 그리고 카메라나 CCTV 등을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3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결국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에 대한 법리 해석의 결과, 병원 진료실 내 CCTV 설치가 무조건 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현실적인 필요성을 고려할 때 CCTV 설치가 가능한 쪽으로 법을 해석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병원 진료실 내 CCTV 설치가 가능한지는 현재 매우 애매한 상황이다.

애매한 상황을 오래 방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법제처에서 유권해석을 하든지, 아니면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의료법에 특례규정을 두든지 간에 조만간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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