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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새로운 의사상을 그릴 때
청진기 새로운 의사상을 그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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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4.1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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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기(인천 경기지방병무청)
▲ 김충기(인천 경기지방병무청)

2000년 의료대란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던 당시 필자는 의과대학 진학을 결정했다. 여느 사람들과 같이 '어떻게 의사가 파업을 할 수가 있나!'라는 울분의 심정이었지만, 그 무리(?)에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의사가 되면 적어도 먹고 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으리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통 받는 이를 돌보고 치유하는 행위의 선함과 고결함에 대한 막연한 동경 때문이었다.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면서 단순히 관념적으로 이상향을 바라보던 시절은 지났다. 직면한 현실적 문제들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의사들이 과연 올바른 방향에 서있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긍정하기 어려웠다. 물론 의사들이 마냥 고결하게 살아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의사들에 대한 필자의 어린 시절 가졌던 동경과 크게 다르지 않을 대중의 막연한 정서적인 기대에 과연 현실의 의사들은 어떻게 비춰지는지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 의료계는 위기임에 분명하다. 의사들이 과거와 같은 풍요로움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사회 변화의 흐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진정 위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의사들이 함께 발맞춰 사회적 역할에 충실한 주체로 인정받도록 변화해 나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얼마 전 의협회장 선거가 있었다. 선거는 집단의 문제를 분명히 인식하고 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의사들이 앞으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거시적인 비전에 대해 충분한 합의를 이뤘는지는 의문스러웠다.

펼쳐진 공약들은 비단 당장 오늘, 내일의 문제에 한정된 것은 아니었을까. 적어도 10년, 20년 뒤에 시점을 두고 의사들이 어떤 모습으로 사회에서 인정받고 살아갈 지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

목표는 의사들이 원하는 의사의 모습, 대중들이 원하는 의사의 모습 사이의 접점을 찾아 그것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추구할 수 있는 바람직한 의사상을 만드는 일이다. 사람들은 의료보험료 몇 프로 인상에 목을 매고 몇 푼 병원비를 아까워하면서도 몸에 좋다는 온갖 건강식품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의업의 가치가 그만한 돈을 주기도 아깝다기보다는, 단순히 말해 사람들은 그저 의사들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들기 때문에 그에 대한 합리적 보상에도 인색하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사람들이 바라는 의사의 이상적 모습은 헌신의 삶을 살아가신 고 장기려, 이태석 선생님에 고정되어 있다. 그 분들의 고결한 삶에 대한 존경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대다수의 보통 의사들은 그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가혹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희생적 의사상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바람직한 의사상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사들의 책임 또한 무겁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중요한 것은 국지 전술보다는 거시적 전략이다.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 의사들이 본연의 가치를 인정받고 의료 환경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의 예처럼 프로페셔널리즘, 의료윤리와 같은 것들로부터 실마리를 고민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목표를 소수의 공허한 목소리로부터가 아니라 의료계 전반의 다양한 시각으로부터 끌어내고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세세한 현실의 문제들에 매몰되어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집단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진취적인 집단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선 의협의 새로운 힘이 미래를 향한 변화에 주춧돌을 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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