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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지혜…노환규 당선인 징계에 부쳐
솔로몬의 지혜…노환규 당선인 징계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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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4.0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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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현대중앙의원장 의료커뮤니케이션협회 이사)
▲ 이현석(현대중앙의원장 의료커뮤니케이션협회 이사)

흔히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 솔로몬의 지혜를 말하게 된다. 잘 알려진 이야기로 한 아이를 두고 두 명의 여인이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자 그 아이를 반으로 토막 내어 두 여인에게 나누어 주라는 명령을 하자 한 여인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자기 아이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자 그 여인이 친어머니라고 판결한다. 즉 친어머니라면 자기 아이의 죽음보다는 양육권 포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만일 현대에서 그런 판결을 내렸다면 아이를 반으로 토막 내라는 말이 떨어지는 순간 살인죄라는 비난 속에 다음 말을 잇기가 곤란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솔로몬의 지혜를 이야기 하는 것은 모두가 만족하고 승복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어 분열과 갈등을 막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지금 새로 선출된 의협 회장의 징계 여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의사 사회란 도제식 교육이 기본으로 되어 있어 선후배간의 예의와 위계질서가 엄격한 집단이다. 그런데 이 위계질서를 무너트린 노환규씨에 대해 합법적으로 징계를 한 윤리위원들은 나름대로 억울함이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윤리위원회 규정에 어긋나지 않게 처리했는데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할 수도 있다. 또 선거에서 이겼다고 봐주고, 차기 회장이라고 봐주고 하면 힘없는 사람만 처벌하라는 말이냐는 항변도 가능하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앞으로 3년간 의협을 이끌어 갈 회장을 선출하는 큰 선거를 앞두고 있었다면 선거가 시작되기 전 결정을 내려 출마를 막든가, 선거 후 윤리위원회를 여는 것이 규정내에서 현명하게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이토록 큰 파장이 일었다면 윤리위원 전원이 배석한 가운데 나름대로의 입장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회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문제가 된 계란 투척 사건을 좋게 보지 않는다. 아무리 화가 나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현 집행부에서 많은 논란 끝에 통과시킨 간선제에서 59%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을 뿐 아니라 3명의 경쟁자도 신임 회장의 징계에 반대하고 있다.

즉 아무리 간선제라고는 하지만 단순 계산을 해보면 약 84%의 지지를 얻은 후보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투표 당시 아무도 몰랐던 새로운 비리가 표출된 것이 아니라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기에 이미 투표에 충분히 반영된 결과였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것이다.

그리고 의협의 어떤 조직과 권위도 회원으로부터 위임 받은 것이라는 점이다. 즉, 권한을 위임한 회원의 의사를 무시할 수 있는 권리는 어느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재심이라는 적절한 규정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만일 절차상의 하자가 없음을 이유로 징계가 확정된다면 차기 회장은 다른 사람이 맡게 될 것이고 그러면 징계에 반발한 많은 산하 단체들과 회원들이 느끼는 분노와 좌절은 의협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으로 변질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차점자가 회장이 될 경우 단지 15%의 지지 밖에 못 받은 상태에서 많은 산하 단체와 회원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 새로운 선거가 치뤄질 경우에도 선거의 무력함을 지켜 본 회원들이 과연 얼마나 호응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설사 법정에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서 노 당선자가 회장업무를 시작하여도 불안정한 신분에서 업무를 개시해야 하고 사회에서는 이를 반쪽 회장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앞으로 3년 동안 의협은 식물기관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는 의사 집단의 치졸한 모습으로 인해 결국 국민들로부터 조롱 받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거듭 말하지만 필자는 노 당선자를 지지하거나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는 모습은 정말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윤리위원회는 재심 신청이 들어올 경우 신속히 재심을 진행하여 파국을 막는 것이 그들에게 부여된 임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들이 내리는 결정은 개인적인 신념에 의해 내리는 것이 아니라 회원 각자로부터 위임 받아 대리 집행하는 것임을 인정한다면 오히려 이번 사태는 쉽게 진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만이 의협이 살고 회원이 사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이다.

일반 형사재판에서 최종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입각할 때 아직까지 노 당선자의 신분은 유효하다. 따라서 현 집행부는 당연히 인수위원회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노 당선자 역시 본인이 59%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고는 하나 이는 반대표도 41%가 있었다는 의미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노 당선자의 적극적인 행보가 파격적인 당선을 이끌어냈지만, 당선자가 된 지금의 입장에서는 지지하지 않는 회원들도 끌어안고 포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를 보면서 안타까운 점은 이런 갈등을 조정하고 통제할 원로들이 많았으면 하는 점이다. 그 동안 우리는 불평만했지 의료계를 위해 헌신한 훌륭한 선배들을 너무 소홀히 대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다.

어느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원로 그룹이 나와 갈등을 조정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든든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아직은 적절한 규정에 의해 수습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당사자들의 갈등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 이 기회와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해 훗날 죄인으로 평가받는 불행한 일이 없기를 다시 한 번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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