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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반어법

청진기 반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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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3.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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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용(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

▲ 문태용(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

"언어(言語) 즉 말과 글이 산을 넘고 벽을 뚫을 수는 있어도 근접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 하나는 진리요 또 다른 하나는 사랑이라. 전자는 존재의 본질이요 후자는 존재의 산실이라, 존재로 본다면 이 둘이 또한 둘이 아니로다."

이는 한때 주역에 도통한 탄허스님이 여신도에 의해 하찮은 구설수에 오르자 그의 스승인 한음선사께서 엄히 탄허스님을 가르쳤던 시문이요 탄허스님이 깨우쳐 눈을 뜬 큰 법문이기도 하다.

인간은 시간 속에 놓여 있지만 과거에도 머물지 아니하고 미래에 와 있지도 않다. 항상 중간에 있다. 그것을 현실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이라고 말할 때 그건 이미 과거가 된다.

중간이란 바로 순간의 찰나에 불과하다. 눈 한번 깜짝하는 순간보다 짧다. 시간이라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시간이 아니라고 말 할 수도 없다. 과거도 아니요 미래도 아닌 것이다.

진리를 진리라 하면 이미 진리가 아니다. 사랑을 사랑이라 하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다. 그렇게 노자는 말하고 있다. 심지어 효를 강요하면 불효가 극성을 부린다고 했다. 진리와 사랑은 언어로 나타낼 수 없다. 자유는 언어가 없는 그 곳에 있다.

인간이 추구하는 자유는 오로지 존재의 본질인 진리, 바로 깨우침이요 존재의 산실인 사랑을 자연스럽게 누리는 것이다. 그런 깨우침과 사랑의 자유를 얻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다. 그런데 온갖 잡다한 언어가 자유를 가로막아 오히려 진리, 사랑과는 점차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중심을 벗어나고 있다. 중심이란 인간 내면의 마음자리다. 말과 글은 자신의 오염된 마음에서 나와 왜곡되고 변형되면서 타인의 마음을 변질시키고 오염시킨다.

그렇게 오염된 마음은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오염시킨다. 집착하면서 미쳐버리기도 한다. 중심에서 벗어난 것을 미쳤다고 한다. 중심에서 벗어난 미친 마음은 과거에 머물기도 하고 미래를 향해 질주하기도 한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사랑을 어떻게 표현한다는 말인가' 하며 의문을 제기했다.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사랑을 죽음으로 표현했다. 반어법을 쓴 것이다.

오조 홍인은 '달마의 의발'을 전수 받을 당대 수제자를 찾기 위해 깨우친 자의 게송을 가져 오라고 했다. 사판승 신수는 '보리수는 부처의 몸이요, 명경지수는 부처의 마음'이라고 했다.

이판승 혜능은 아니 불(不)자를 앞에 붙여 '보리수가 없는데 부처의 몸이 있고, 명경지수가 없는데 부처의 마음이 있을 수 있는가' 라고 외쳤다. 달마의 의발은 응당 혜능에게 전수되었으나 무사 출신인 혜명이 뒤따라가 달마의 의발을 빼앗으려고 위협을 했다.

그러자 혜능은 의발을 바위 위에 얹어 놓고는 '사형은 이 의발로 무엇을 하겠단 말이요' 하고 소리쳤다. 혜명은 들은 척도 않고 바위 위의 의발을 낚아채듯 훔쳤으나 그 의발은 좀처럼 바위에서 떨어져 나오질 않았다. 혜능은 다시 소리쳤다.

'힘으로 불법을 얻겠단 말이요!' 그러자 혜명은, 세상 모든 일이 어떤 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어리석고 무명함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혜능에게 불법의 큰 뜻을 물었다.

이때 혜능의 말씀은 오로지 '불사선 불사악' 두 마디였다. 착한 생각도 내지 말고 악한 생각도 내지 말라. 반어법으로 진리를 말한 것이다. 무명한 혜명이 어리둥절해 하자 혜능은 비유법을 쓴다. 착한 사람도 죽고 악한 사람도 죽는다. 그렇다면 죽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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