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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보고서 놓고 정부-학자 시각 엇갈려
OECD 보고서 놓고 정부-학자 시각 엇갈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2.03.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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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OECD 검토보고서 주제로 토론 열어
DRG 전면적용 등 권고안 해석 두고 의견 분분

정부가 최근 공개한 OECD 검토보고서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의 타당성 여부는 물론이고, 권고안의 해석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4일 'OECD가 본 한국의 의료제도'라는 제목을 심평포럼을 열었다.

마크 피어슨 OECD 보건분과장.

이날 포럼에는 마크 피어슨 OECD 보건분과장이 직접 연자로 참석해 보고서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는데, 개괄적인 내용은 정부가 공개한 자료와 일맥상통했으나 판단의 배경과 시각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일단은 보고서가 만들어진 배경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OECD에서 내놓은 보고서의 공식명칭은'한국의료의 질 검토보고(Health Care Quality Review : Korea)'로, OECD가 2011년 시작한 의료 질 검토사업의 첫번째 성과물이다.

의료 질 검토사업은 보건의료 질의 관점에서 회원국의 정책현황을 분석하고 국가 전반의 보건의료 질 향상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는데 사업의 목적을 두고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각 국의 의료제도 자체를 평가하는 방식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전제가 다르다보니 보고서를 해석하는 시각도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지불제도 개편을 대표적인 예로 짚어보자면, 정부는 보고서 발간이후 자료를 내어 "OECD 평가단이 보고서를 통해 현행 행위별수가제는 과잉의료를 유발하고 진료비 통제기전이 미약하므로 DRG 등 보다 포괄적인 지불제도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 월등히 긴 입원환자 평균재원일수를 근거로 들었는데, OECD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마크 피어슨 보건분과장은 이날 한국 병원의 과잉공급 문제를 짚으면서 마찬가지로 한국 병원에도 DRG를 전면적용해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그는 DRG제도가 비용의 관리보다는 질 관리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은 병원 수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기 때문에 병원은 수익을 위해 많을 서비스를 제공하려 할 수 밖에 없다"면서 "DRG 도입만으로 낮은 수가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병원이 진료를 많이 하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DRG 도입을 권고한 것은 의료서비스의 양과 질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라는 것"이라면서 "DRG는 임상관행이 잘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지 정부가 병원에 특정진료나 규격진료를 강요하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청구실명제와 맞물려 논란이 됐던 의료인 개인에 대한 성과지불제에 대해서도 질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마크 피어슨 분과장은 "일차의료 제대로 투자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일차의료 구축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면서 "적절한 보상과 더불어 일차의료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추가보상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일차의료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든 높아질 필요가 있다"면서 "의료인들에게 병원보다 일차의료가 더 매력적인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련기간 중 일차 의료수련을 거치도록 해, 일차의료에 익숙해지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4일 'OECD가 본 한국 의료제도'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토론자들 사이에서도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박은철 연세의대 교수는 "보고서가 알려지는 과정에서 몇가지 점핑이 있었던 것 같다. 한국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안이 왜 DRG 인가하는 점에 의문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OECD가 객관적인 의료 전문가로서 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도 한 나라의 구체적인 정책 실행방안까지 제안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OECD가 정책방향을 제시한 것을 두고 일부가 이를 증폭시켜 마치 그것이 한국의 의료제도가 나아가야 할 대안인 것처럼 얘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든다"고 꼬집었다.

보고서의 타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임금자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DRG가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언급되고 있는데 DRG를 시행하면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라면서 "보고서에 상반된 내용이 담겨 있다보니 오히려 혼란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 연구위원은"병원의 과잉, 일차의료 활성화 필요성 또한 굳이 OECD의 입을 빌지 않아도 우리 모두 알고 있던 문제"라면서 "이는 환자들의 소비행태 개선이 우선되어야 할 문제로, 공급자 중심의 규제책에서 벗어나 환자의 소비행태를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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