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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제 폐지-PA 양성화, 가야할 길이라면…"

"인턴제 폐지-PA 양성화, 가야할 길이라면…"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2.03.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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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제도 개편 로드맵 설계한 왕규창 대한의학회 교육수련이사

▲ ⓒ김선경
'인턴'이라는 용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적어도 병원에서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한, 거의 모든 새내기 의사들이 통과의례처럼 밟는 1년 동안의 수련과정이 쏙 빠진다는 얘기다.

십 수년 전부터 무용론이 제기된 인턴제가 폐지수순을 밟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요즘 의료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의 의대생들이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반대 물결을 일으키자 관련 고시를 예고한다던 보건복지부는 돌연 무기한 연기를 선언했다.

이 논란의 중심에 왕규창 대한의학회 교육수련이사(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신경외과)가 있다. 왕 이사는 지난해 3월 복지부에 제출한 '전문의 제도 개선 방안 연구' 최종보고서의 책임연구원으로서 바뀌는 제도의 골격을 설계했다.

왕 이사는 <의협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는 내 손을 떠난 일"이라고 못 박으면서도 "여기저기에서 반대가 심했지만 인턴제가 없어져야 할 제도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인턴의 존재 가치에 대한 대의를 생각해야할 때"라고 했다.

"인턴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이유가 뭡니까. 부려먹으려고? 한 달 단위로 각 과를 도니까 교육하는 입장에서도 동기가 떨어져요. 그러느니 레지던트부터 시키자는 겁니다. 소속감이 생기면 허드렛일만 시키지는 않겠죠."

인턴제를 폐지로 제시된 대안은 알려진 대로 NR1(New Resident1) 제도다. 의사국시에 합격한 인턴 지원자들을 레지던트로 전환하고, 기존 레지던트 1년차와 구분해 한시적으로 5년 동안 수련을 받도록 한다. 진료과별로 수련기간을 얼만큼 단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각 학회가 결정해야 할 몫으로 남겨놨다.

왜 처음부터 수련기간을 줄이지 않을까? 왕 이사는 일단 인턴제부터 없앤 다음 기간 단축을 논의하는 게 순서라고 판단했다. 수련기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레지던트수가 줄게 되고, 지방 중소병원 등에서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턴을 레지던트에 붙이고 레지던트의 위쪽부터 줄여나가는 방법입니다. 레지던트 1년차가 갑자기 두 배가 되면 큰 혼란이 생기지만, 배출이 두 배가 되면 대형병원에서 펠로우로 흡수할 수 있거든요."

인턴 잡무는 보조인력 몫으로…PA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

얼핏 별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최근 촉발된 PA 양성화 문제도 수련제도 개편과 맞물린다. 왕 이사는 지난해 말 복지부 용역으로 제출한 '의사보조인력 실태조사 및 외국사례 연구' 보고서에서도 책임연구원을 맡았다.

현재 인턴이 병원에서 하고 있는 잡다한 일들이 새로운 레지던트 1년차에게 그대로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의사가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업무는 일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보조인력에게 합법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PA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그림이 서로 다른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왕 이사는 "정의부터 서로 맞춰놓고 얘기해야지, 보고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니다"고 했다.

"가장 많이 나온 문제가 수술보조인데, 현행법 규정에는 없어요. 이걸 트레이닝 받은 간호사에 한해서 '진료보조사'라는 자격을 줘 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의사가 보는 앞에서 매듭 정도는 지을 수 있게. 환자·보호자에게도 알려야 하고요."

이달을 끝으로 왕규창 교육수련이사는 의학회에서의 3년 임기를 마무리한다. 김재중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교육연구부장)가 그의 뒤를 이어 의학교육 및 수련제도와 관련한 산적한 과제들을 맡을 예정이다.

인턴제 폐지와 진료보조사 양성 등 굵직굵직한 제도 개선책을 내놓으면서 때로는 원색적인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는 그의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는 못했지만 전공의 근무시간 상한제와 지도전문의 지침 개선에 관한 연구도 모두 왕 이사가 책임을 맡아 추진한 성과물들이다.

"새로운 수련제도가 안착하기 까지는 10~15년 정도가 걸릴 거예요. 큰 그림을 그려놨으니, 이게 정말 가야하는 길이라면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인도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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