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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료분쟁조정법 제46조의 위헌성

시론 의료분쟁조정법 제46조의 위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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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3.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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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과실 보상재원은 특별부담금 성격..분만의료기관엔 어떤 이익?
현두륜(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 현두륜(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며칠 전 산부인과학회와 분만병원협회가 공동연수강좌를 개최하고,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한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산부인과의사회 이외에도 이비인후과의사회와 성형외과의사회가 전면 거부를 선언했고, 이러한 흐름은 다른 과에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의료분쟁조정법 공포 이후 가장 강력하게 이 법안에 대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비용을 분만의료기관에 분담시키고 있는 제46조 규정이다. 해당 규정은 아래와 같다.

제46조(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① 조정중재원은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였다고 의료사고보상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분만에 따른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사업을 실시한다.
 

② 보건복지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의료사고 보상사업에 드는 비용의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③ 조정중재원은 제1항에 따른 의료사고 보상사업에 드는 비용의 일부를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게 분담하게 할 수 있다.

④ 제1항에 따른 의료사고보상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제3항에 따른 보건의료기관개설자의 범위, 보상재원의 분담비율, 보상의 범위, 보상금의 지급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그에 따라 동법 시행령(안) 제21조는 보상에 필요한 재원을 국가와 분만의료기관 개설자가 절반씩 분담시키고 있다. 그러나, 위 규정은 평등권과 과잉금지원칙 위반, 위임입법의 한계 일탈, 부담금관리기본법 위반, 과실책임주의 원칙 위반 등과 같은 점에서 위헌적인 요소가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특별부담금 부과에 관한 헌법적 한계를 벗어났다는 점이다.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비용을 의료인에게 부담시킬 경우 이는 '특별부담금'에 해당한다. 특별부담금은 특정한 공익사업 등 일정한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조세 납부의무자인 일반국민들 중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에 대해서만 추가적으로 부담시키는 또 하나의 공과금이다.

따라서, 특정인의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고,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며, 조세법률주의나 조세에 대한 헌법적 통제장치를 회피하는 수단으로서 악용될 소지가 높다.

그에 따라, 헌법재판소에서는 특별부담금 부과의 요건으로서, 1) 집단적 동질성(일반인과 구별되는 동질성을 지닌 특정집단에게만 부과할 것) 2) 객관적 근접성(특별부담금의 부과를 통하여 수행하고자 하는 정책 과제와 특별히 객관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 3) 집단적 책임성(그러한 과제의 수행에 관하여 조세외적 부담을 져야 할 책임이 인정될 만한 집단에 대해서만 부과할 것) 4) 집단적 효용성(특별부담금의 수입이 특별부담금의 납부의무자의 집단적 이익을 위하여 사용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헌재 2003. 12. 18. 2002헌가2).

먼저 객관적 근접성이 있는지 여부이다. 정부가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사업을 실시하려는 목적은 저출산을 극복하고 출산 친화적인 사회분위기를 조성함에 있다.

그러면 과연 저출산의 이유는 무엇인가?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해서 보상을 하면 저출산이 극복되고 출산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가 조성될까? 분만사고를 염려하여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한 보상제도가 마련된다고 하여 출산율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분만사고에 대한 보상사업이 출산 친화적인 분위기 조성이라는 정책 목적과 객관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음은 저출산이나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해서 조세외적 부담을 져야 할 책임이 분만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있는지 여부이다. 분만 의료기관은 저출산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이 없으므로, 출산을 장려해야 할 의무 또한 없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나 분만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사업은 헌법상 국가의 의무이지, 분만의료기관의 의무는 아니다.

그리고,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해서도 법적인 책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을 분만의료기관에 부담시키는 것은 집단적 책임성 요건에 위반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통제할 수 없고 책임질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다면, 이는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고, 분만 의료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마지막으로, 특별부담금의 수입이 납부의무자인 분만의료기관의 집단적 이익을 위하여 사용되는지 여부이다.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해서 보상을 해준다고, 분만의료기관에 돌아오는 이득이 있을까? 이득이 있다면, 과연 그 이득은 무엇일까? 약간의 정신적 위안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러한 이득은 분만의료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 비하면 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무분별한 소송 제기나 신뢰 관계 저하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비용 분담으로 분만의료기관에게 이득이 돌아온다면, 산부인과 의사들이 지금과 같이 반대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정부가 의도하고 있는 정책 목적과 부담금의 부과 사이에 객관적 밀접성이 존재하지 않으며, 집단적 책임성과 집단적 효용성의 요건도 충족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한 비용을 분만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분담시키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 제46조는 위헌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나 무과실 분만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헌법이 국가에게 부과한 의무이다.

따라서, 그 비용은 전부 국가가 부담해야 하고, 그로 인한 재원은 일반국민으로부터 징수한 세금이 되어야 한다. 그 비용의 일부를 분만의료기관에 부담시키는 것은 책임 전가이고 위헌적인 발상이다. 그로 인하여 분만 의료기관이 분만을 포기하거나 기피한다면, '출산친화적인 분위기 달성'이라는 정책 목표에 역행하게 된다.

국민 어느 누가 분만에 대한 열의와 소명감이 없는 의료인에게 출산을 맡기겠다고 할 것인가? 정부가 정녕 출산친화적인 분위기 조성을 원한다면, 먼저 어려운 여건에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에 전념할 수 있고, 그로 인하여 보람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분만의료기관이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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