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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과계 거목 박영관 선생님 영전에

한국 외과계 거목 박영관 선생님 영전에

  • 최동하 포항송라요양병원장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2.02.2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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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화증에 의한 식도정맥류 환자의 Sugiura 술식 첫 도입
영남지방 외과 발전 공헌…노령에도 아랑곳 않고 봉사활동

▲ 고 박영관 계명대 명예교수
고 박영관(朴永寬) 선생님 영전에 삼가 옷깃을 여미고 고합니다.

오늘 선생님의 영전에 모여 머리를 숙인 저희 후학들은 선생님의 그 후덕하신 인품과 빛나는 유덕을 깊이 가슴에 새기며 이제 하늘나라로 인도되신 선생님 명복을 빕니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고 인생은 구름처럼 덧없다는 옛 말에 기대어, 저희는 이 비통함을 달래어 봅니다. 생자필멸(生者必滅) 제행무상(諸行無常), 선생님이 남기신 빈자리에 이 가르침을 올려 놓고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선생님은 1925년 평안남도 평양시에서 출생하시어 평양고보를 거쳐 1945년 평양의과대학에 입학하여 수학하셨으나 재학 중 6·25전쟁이 발발하는 바람에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서 월남하신 후 1954년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에 전입하여, 1957년 경북의대를 졸업하고, 7년간 육군 군의관으로 복무 후 소령으로 전역하였습니다. 그 후 1969년까지 대구동산기독병원 외과 레지던트를 거쳐 1971년 5월 대구동산기독병원 외과장 및 흉부외과장, 1981년 계명의대 외과학교실 교수, 1987년 3월에 계명대 의무부총장 겸 동산의료원장으로 취임해 1990년 병원을 떠나기까지 20여 년 동안 인생의 황금기를 오로지 동산병원의 발전과 후학육성에 혼신의 힘을 쏟아 오늘날 계명대 동산의료원의 터전을 마련하였습니다.

선생님의 진지한 학구열과 생사의 갈림길의 위급한 극한 상황에서 담대하시고 예리하신 판단력, 뛰어나신 수술의 기량은 실로 외과의사의 재질을 두루 구비하신 분으로 많은 추앙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은  1975년 2여 년간 일본 동경대학에 유학해 간장외과·장기이식외과·암외과를 연구하고, 귀국 후 간경화증에 의한 식도정맥류 환자의 스기우라(Sugiura) 술식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소개해 좋은 성적을 얻음으로써 종래의 shunt 술식에서 non-shunt 술식으로 판도를 바꾸는데 선구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국내 어느 대학에 못지 않는 많은 예와 좋은 성적의 신장이식수술을 시행하였으며, 또, 일본 암연구소와 공동으로 한국과 일본간의 대장·직장암을 비교 연구하여 국제학회에 발표했습니다. 1977년부터 1년 6개월간 미국 래히 클리닉·메이요 클리닉·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1983년에는 6개월간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암연구소에서 선진의학을 연구·체험한 후 한국 외과계 특히 영남지방 외과계 발전에 크게 공헌하였습니다.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후학들의 교육에 매진, 60여 편의 논문을 대한외과학회지·계명의대 논문집·대한대장항문학회지·중앙의학지·감염학회지·최신의학지 등에 발표했습니다. 대구동산기독병원과 계명대학교 의과대학과 동산의료원에서 가르침을 받은 60여 명의 문하생들은 한국 도규계 각 분야에서 선생님의 뒤를 이어 오늘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외과동문일동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박영관 선생님이라는 거목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밑에서 직접 간접으로 수련을 받고, 영향을 받은 외과의들은 언제나 선생님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1990년 3월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을 정년퇴임하고, 10여 년간 계명대학교 경주동산병원장과 대구가야기독병원 명예원장을 맡아 의욕적으로 직접 수술을 집도, 젊은 의사들을 가르쳤습니다. 그 후 10여 년간 노령에도 아랑곳않고 정정하게 사역봉사 활동을 하시던 중 말년에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음은 실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지금은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야속한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고 인생은 구름처럼 덧없다는 옛 말에 기대어, 저희는 이 비통함을 달래어 봅니다.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인 것이 속세의 인연이요, 탄생은 죽음을 잉태하고 있는 것이 자연의 법도이기에 선생님은 우리의 곁을 떠나 가셨습니다만, 선생님의 공덕과 온후한 성품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길이길이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하늘나라에서 부디 고이 잠드소서.

2012년 2월 25일
최동하 포항송라요양병원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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