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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제 폐지, 의대생들이 꿈틀댄다
인턴제 폐지, 의대생들이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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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2.2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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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IFMSA 책임위원장(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연합)

박수현 IFMSA 책임위원장(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연합)

작년 말 불과 1년도 남지 않은 시점 당장 돌아오는 2013년, 인턴제를 폐지하는 정책이 확정되었다는 사실이 통보되었다. 고급인력인 의사가 긴 수련기간으로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해왔다.

의료계의 큰 변화와 획기적인 개혁이 될 수 있는 인턴제 폐지. 그렇게 좋은 정책이라면 왜 당사자인 의대생들은 불안에 떨며 술렁이고 있는 것일까? 최근 의대생들이 움직이고 있다. 늘 수동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던 학생들이 왜 서명운동을 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일까?

인턴제 폐지에 대한 논란은 수 차례 있어왔다. 길고 고된 의사로의 수련과정에의 효율성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된다고 해서 그 정책이 무조건 환영 받는 것은 아니다. 모든 정책에는 시행착오와 기회비용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 성급히 일단 시행먼저라는 태도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인턴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실습을 잘 돌면 되지않느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습교육과정은 한순간 바뀌는 것이 아니다. 변화과정이 불과 1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실습과정이 인턴제를 대신할 수 있다는 논리는 조금 성급해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턴제 폐지의 모태로 따오겠다는 미국 시스템은 서브인턴이라는 말을 붙일 정도로 의대생들의 실습과정이 심화되어 있고 깊이가 있다. 학생 한두 명당 담당하고 책임을 지는 수련의가 존재하고 그것은 체계적인 팀으로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하여 자유롭게 질문하고 논의해볼 수 있으며, 실수가 있을 때는 바로잡아줄 담당의가 존재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이걸 당장 현실적으로 한국의 병원 시스템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단순히 일정과 실습과정을 바꾼다고 해서 이러한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서브 인턴제를 위해, 의대생들을 지속적으로 감독하고 일일이 가르쳐줄 누군가가 없기 때문이다.

임상 중심인 우리나라 병원에서는 이미 과중한 업무가 수련의들에게 주어져있다. 가뜩이나 과부하인데, 그 안에서 누군가가 의대생들의 시행과정을 전부 통제하고 책임을 진다는 것은 현재 시스템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 환자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에 아무리 이론적으로 확실히 교육하였다 하더라도, 임상에서도 이상적으로 실행 될 거라고 믿는 것은 무리수이다.

서브 인턴제를 위해서는 의대생들을 지속적으로 감독하고 일일이 가르쳐주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교육적 이론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팀이 만들어지고, 학생의 행위와 교육에 대한 꾸준한 피드백과 질의응답이 이루어지고, 그에 책임을 지는 담당자가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의 개혁 혹은 횡포?

그뿐 아니다. 의사가 해야 하는 일의 일부를, 학생들이 한다고 했을 때의 법적인 문제, 나아가 사회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법은 제도를 시행하고 나서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하여 수정하고, 새롭게 제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기 전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고, 바람직하게 제도가 발휘될 수 있도록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새 제도 아래 의대생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여 책임의식을 가지고 학업에 임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인 문제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지나치게 성과가 중시되고 있는 사회에서 사람들 안의 의학은 아픔을 치료해야만 하는 학문이다. 의사에 대한 존중보다 불신이 커져가는 사회 안에서 의사 역할을 학생 때부터 시행한다고 했을 때의 환자들의 반응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의학이 병의 치료만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변화와 그에 따른 협조가 필요한 실정이다.

지금 의대생들의 움직임은 결코 새로운 제도에 대하여 반기를 들겠다는 것이 아니다.별다른 역할도, 권한도 없이 잉여로서 구실하지 못하는 실습과정에서 벗어나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

단지 걸려있는 많은 문제들이 짧은 시간 내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일단 시작하고 차차 보완하겠다는 논리가 두렵다는 것이다. 그 제도는 누군가가 희생하여야 된다는 전제를 갖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의료계의 개혁제도에 대하여 내심 찬성하지만 '제발 우리가 첫 시행의 희생물이 아니었으면' 이라는 심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정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을 만드는 보건복지부, 시행할 병원 수련부, 가르침을 줄 학교와 교수님들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제도가 적용될 당사자들이 의대생들이란 사실이다. 언제나 당연한 듯 배제되어 왔지만, 새로운 정책을 정착시키고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다. 그 체계에 대한 사전설명 없이 일방적인 통보방식은 제도에 대한 불안감과 수동적인 태도만을 조장할 뿐이다.

이러한 태도는 분명 새 제도가 정착되는 데 있어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학생들이 걱정하는 수많은 궁금증, 인턴이 아예 없어지는 시기(NR1 종료시기)에 만일 인턴을 마친 사람들과 바로 졸업한 학생들이 몰려 전공의 지원을 할 경우 그 치열한 경쟁에 대한 설명, 군복무를 한 후 바뀐 제도가 적용된 병원에 온 경우 등등 수많은 질문은 계속 두려움으로 쌓이고 있는데, 다짜고짜 당장 내후년부터 제도를 바꾸겠다는 통보는 그 제도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에게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제도 시행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막상 적용될 의대생들의 의견과 현실적 문제들은 어디에도 적용된 흔적이 없다. 이대로면 눈에 뻔히 보이는 문제들, 이를 모두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완벽한 정책을 가지고 나올 것인지, 혹은 제도의 변화 과정에서 피 터지는 경쟁과 어수선하고 명확한 역할분담이 되지 않은 시행착오를 감수해야만 하는 '의료계의 개혁' 정책을 들고 나올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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