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6 11:27 (화)
청진기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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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2.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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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용(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
▲ 문태용(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

'눈 내린 들판일지라도 어지러히 걷지 말라. 그대가 남긴 발자취 뒤따라 오는 자의 이정표가 되리니'. 이는 서산대사께서 지으신 '야설'이라는 시다. 공부(工夫)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어느날 서산대사께서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한 도반이 찾아와 '미시가 가까운데 식사나 같이 하시지요' 하고 소리를 질렀다. 들은 척 마는 척 서산대사는 한 참 후에야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뚜벅 뚜벅 걸어가더니만 혼자서 밥을 챙겨 먹고는 밭에 나와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도반은 문득 깨우친 바가 있어 그 길로 절로 돌아가 한 장의 편지를 서산대사에게 보냈다. 그 편지에는 단 두자 '점심(點心)'이 적혀 있었다. '그대는 시간에다 점을 찍었지만 나는 마음에다 점을 찍었습니다. 그대는 배고픈 것과 상관없이 때가 되면 식사를 하지만 저는 배고플 때 밥을 먹습니다.'

건강이란 잘 살겠다는 의지와 병들지 않겠다는 소망이 담겨진 문귀가 아닌가 싶다. 브리태니커 의학사전에 건강이란 '사람이 주위환경에 계속적으로 잘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신체적, 감정적, 정신적, 사회적 능력의 정도' 라고 표기 되어 있다.

인간은 삼라만상 모든 동식물중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는 유일무이한 만물의 영장이다. 건강을 지킨다는 것은 사회로부터 의료인으로부터 보호를 받는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중심에 놓여있어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리지 아니하고 무상(無常)한 육신을 아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본다.

중심이란 동서남북에서 가장 가까운 한 점이다. 육신으로 볼 때는 가장 에너지 낭비가 적은 곳이기도 하고 평안하고 안락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변해 나가는 무상을 두려워한다. 영원한 것을 갈망하고 풍요롭게 사는 것을 선호한다. 때문에 건강할 수가 없고 때로는 자살을 한다. 욕망이 실패를 부르고 실패는 죽음을 부른다.

언어의 마술사 작가 이외수는 <장외인간>에서 완벽한 자살은 '하나님, 자동차, 심근경색, 에이즈, 뇌진탕, 암세포, 날벼락 등이 자신을 죽여 줄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리는 방법' 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자살하고자 하는 사람은 결코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은 몸에 해로운 줄 알면서도 서서히 죽기위해 술 담배를 즐긴다. 정신적 건강에 좋다고 변명해 가면서. 그들에게는 중심이 없다. 항상 중심에서 벗어나 미(尾)쳐있는 것이다. 항상 피곤하다. 틈만 나면 쉬는 곳을 찾고 눕고 싶어 하고 어딘가 기대고 싶어 한다.

욕심과 무지, 이것이 인간의 육신을 해치고 정신을 미치게 만드는 가장 큰 마군(魔群)이다. 욕심을 버린다고 중심에 이를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중심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잠들 수 없는 그 곳이다. 어둠 속에 놓여 있는 중심은 금방 길을 잃게 마련이다.

어둠을 밝혀야한다. 어둠을 밝힌다는 말은 무지에서 벗어나 밝은 마음속에 자신의 중심자리를 놓치지 않고 지켜본다는 것이다. 욕심을 완전히 버렸다 하더라도 꾸준히 책을 가까이하여 공부하면서 자신이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점검을 해야 한다.

마음 중간에 점을 꼭 찍어 놓고 꺼지지 않는 등불을 밝혀 자유자재 무애(無碍)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건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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