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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Big 5, 그리고 엑소더스

청진기 Big 5, 그리고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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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2.1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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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대(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부회장)

▲ 조영대(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부회장)

Big5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어린 시절 좋아하던 '빅파이'라는 과자가 생각난다. 승리의 단어 Victory에서 유래하여 최고의 파이(Vic pie)를 뜻한다고 하는데, 이 과자를 즐기는 사람들 대부분은 커다란 파이(Big pie)로 알고 있다고 한다.

어릴 때는 큰 게 무조건 최고였기 때문에 Big이든 Vic이든 어차피 내겐 다르지 않았다. 물론 해당 제과업체에서도 네이밍 단계에서 이미 이러한 이중적인 의미를 기대했을 것이다.

의료계로 돌아와서, 커다란 병원이 과연 최고의 병원일까 질문한다면? 새내기 의사들은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할 듯하다. 최근의 인턴 모집에는 이러한 인기가 확연하게 반영되어 1월에 실시된 원서 접수 시 1150여명에 달하는 지원자가 Big5 병원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유난히 수도권 쏠림이 두드러졌다고는 하지만 국시합격자와 군복무를 마치는 전체 인원의 1/3을 웃도는 압도적인 지원이다. 그에 반해 상당수 지방국립대 병원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이들 병원은 병상 수 등 외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진료실적·연구실적에 있어서도 항상 상위권에 위치해 있어 의사로서 경험의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여겨진다.

또한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 기업병원들을 필두로 하여 인턴들의 불합리한 잡무를 최대한 줄이고 급여 등 월등한 대우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장점에, 빵빵한 기업과 재단의 뒷받침 그리고 인적네트워크 등을 바탕으로 의료인력까지 싹쓸이 해 가는데 대하여 불만이 있겠지만, 이들 병원이 선도기관으로 전체 인턴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면 일부 병원에서는 여전히 인턴을 부족한 의료인력을 채우기 위한 방편으로 보고 있을 뿐이니, 심지어 공보의보다도 낮은 급여와 복지에, 노조 등 보조인력에 휘둘려 의사들에게 업무가 과중되는 일까지도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2013년에는 의학전문대학원의 비중이 높아지고 인턴제 폐지 정책 등의 불확실성과 맞물리면서, 그리고 서울대학교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본교 우대정책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에 나선만큼 이러한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 자신이 올해 미달병원의 수련담당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설마 미달이라고 해서 그 때마다 공백을 PA로 메우겠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병원의 지속적인 발전을 생각한다면 수련과정에 대해서는 꼼수가 아닌 정공법으로 승부해야 한다. 특히 최근의 인턴지원은 전년도 원내 인턴의 진로결정에 따라 급변하는 경향을 보이므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뭐니뭐니해도 중요한 것은 고유의 경쟁력을 키우고 해당 기관의 과정이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를 지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중소병원이라면 큰 병원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가족같은 분위기·다양한 술기의 경험 등 내세울 거리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월급이나 복지 등 단시일 내에 바뀌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어차피 경쟁을 통해 점진적인 개선을 기대하겠지만, 사용자 측인 병협에서도 부적절한 병원에 대한 수련기관 퇴출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최근의 사례들을 보면 원하는 병원 혹은 과를 위해서는 재수도 마다않고, 이게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수련포기를 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엑소더스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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