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10:33 (금)
"의약분업 목표 9개...1개도 성공 못해"
"의약분업 목표 9개...1개도 성공 못해"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2.02.15 10:08
  • 댓글 2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규식 교수 '의약분업은 실패한 정책' 결론
약국조제료 증가로 국민 가계 부담 크게 늘어

 

▲ '의약분업제도 개선 전국민 서명운동 결과 보고회 및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는 단상에 지난 8개월간 국민들로 부터 받은 의약분업 제도 개선 서명지 박스가 쌓여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근간을 뒤흔든 의약분업제도가 시행 12년을 맞는 동안 애초의 정책목표 가운데 제대로 달성된 것은 단 한가지도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철저한 준비 작업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 결과라는 비판이다.

 

이규식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15일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의약분업제도 개선 전국민 서명운동 결과 보고회 및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의약분업 정책의 목표를 크게 ▲의약품 오남용 예방 ▲약제비 절감 ▲알권리 및 의약서비스 향상 ▲제약산업 발전 및 유통구조 정상화로 분류하고, 세부 정책목표를 △임의조제 근절 △항생제 사용 감소 △전체 약 사용량 감소 △약제비 절감 △국민 부담 증가 여부 △처방전 효과 △복약지도 효과 △실거래가상환제의 제약산업 발전기여 여부 △의약품 유통 정상화 여부 등 9개 항목으로 나누어 각각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임의조제 근절 여부에 대해서만 판단을 유보했을 뿐, 나머지 8개 항목은 모두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결론내렸다. 항생제의 경우 의약분업 이후 생산량이 여전히 증가하고 내성률도 떨어지지 않고 있으며, 전체 의약품 사용량 역시 분업 이후 거의 변화가 없어 의약분업 제도가 약의 오남용을 방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약분업 제도 이후 약제비가 매년 증가해 2000년 1조 2675억원에서 2009년 10조7071억원으로 무려 11.2배나 늘어난 사실을 근거로 들며 "의약분업을 실시하면 1조2천억원∼1조5천억원의 약제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 참여연대와 김용익 교수의 주장은 모두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약제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약국약제비를 꼽았다. 조제료·약국관리료·복약지도료 등이 포함된 약제비가 전체 보험급여비 중 차지하는 비율이 2009년 기준 35.4%에 달해 국민의 가계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또 약사들의 복약지도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음에도 복약지도료 명복으로 매년 2000∼3000억원이 지출되고 있어 환자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정책 목표는 전혀 달성하지 못한 채 건보재정 악화만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의약품 슈퍼판매를 둘러싼 국회-정부-시민단체의 갈등도 의약분업 제도 탓이라고 분석했다. 의약분업 시행으로 대형병원 앞 문전약국은 성행하는 반면 동네약국은 몰락해 가정상비약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결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 요구 운동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 이규식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가 12년간 시행된 의약분업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이 교수는 의약분업 정책 실패의 이유에 대해 "의사의 진료관행과 환자 행태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 행정적 준비 미흡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 "국민에게 큰 부담을 준 의약분업에 대해 지금까지 일부 단편적인 평가들은 있었지만 정책 추진 당시의 목표나 기대효과의 성취 여부, 제도의 문제점 등을 모두 감안한 종합적인 평가는 없었다"며 "현 시점에서라도 종합적인 평가를 내림으로써 의약분업이 국민들에게 보다 유익한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원내조제 허용시 건보재정 4천억원 절감"

이날 이 교수와 함께 주제발표 한 이용균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은 병원 외래약국 이용에 대한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약국 약제비 절감을 위해 병원내 원내약국 개설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실장은 "병원 원내 조제를 허용할 경우 약제비 절감에 따라 약 4306억원의 건강보험재정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영욱 대한중소병원협회장도 "의료기관 외래조제실과 원외 약국 가운데 환자가 조제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반드시 환자에게 돌려주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 이재호 의무이사는 자유토론 발언을 통해 '국민선택분업'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협의 기본 입장을 밝혀 관심을 모았다.

이 의무이사는 “지금까지 의협은 국민 불편과 비용을 가중시킨 현행 의약분업 제도를 재평가하고 제도를 개선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해 왔다"며 "적어도 노인·거동불편자·영유아·장애인들에 대해서 만큼이라도  진료를 받은 해당 의료기관에서 직접 조제·투약을 받거나 약국에서 조제를 원할 경우 원외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병협은 이날 심포지엄에 앞서 ‘의약분업제도 개선을 위한 전국민 서명운동 결과’ 보고회를 열었다. 2011년 6월 20일부터 2012년 2월 10일까지 전국 629개 병원에서 진행한 ‘병원 원내조제 허용’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는 총 263만6747명의 국민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성상철 병협 회장은 “의약분업 이후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가 병원 밖에 약을 지어야 하는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언제까지 관련업계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환자 불편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성 회장은 “262만명이라는 국민이 서명운동에 동참한 것만 보아도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병원 외래약국의 기능이 다시 회복되면 의약분업 이후 급증한 약제비도 크게 절감돼 소비자와 건강보험재정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