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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한센인 의료봉사 그 곳에 사랑이 있었네
한센인 의료봉사 그 곳에 사랑이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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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1.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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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전주 김인신경정신과의원)

▲ 진료를 하고 있는 김임 원장
시각장애자이며 희망제조기라는 별명을 가진 송 ○○ 선생은 최근에 쓴 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겨울에 산과 나무위에 눈 내리는 모습을 잘 본다. 허나 내가 듣고 있는 나뭇잎위로 눈 내리는 사각거리는 소리는 듣지 못하는 것 같다.

전주 치명자산을 같이 동행 하던 한 여류시인에게 부러 물어보니 나뭇잎 위로 눈 내리는 것은 보나 그위로 눈 내리는 소리는 들을 수 없다고 말을 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렇다. 그는 눈으로 볼 수없는 만큼 청각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욱더 발달되어 미세한 소리를 분명 듣고 있는 것 같다. 이 현상 역시 외국에서든 국내에서든 하루나 반나절 또는 2~3일 걸려 하는 의료봉사의 진료에서도 마찬가지 일 거라고 난 생각한다.

해외봉사에서는 특히 준비된 약품의 종류와 약량도 아주 적고 빈약하며, 현지의 병에 적절한 특효약도 없어 만약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보통의사가 그 현장에서 본다면 심히 초라할 것이다.

또한 조직적인 다학제 과의 완벽한 참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부족 분만큼 대신 참여한 봉사자팀원들의 단합된 열과 성의로 가득한 혼신의 힘을 발휘해 봉사한다면 전혀 예측하지 못할 아주 특별한 진료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예전 다른 봉사에서도 막연하게 느꼈지만 최근 한센인 의료봉사에서 더욱 확실하게 느꼈다.

돌이켜 보면 나는 전남대 의예과 2학년 봄부터 CCC MS, 한울이 등 동아리 모임의 선배들 권유로 연 2회 방학철마다 즐겁고 기쁘게 무의촌 의료봉사팀에 참여했다. 이게 운좋게도 계속 돼 아마 본과 3학년 말까지 의료봉사했던 것 같다.

의대 졸업후 서울로 1969년 봄에 와서 신촌 세브라스병원 인턴 시절부터 병원과 관련된 모 간호대의 여름방학 거제도 봉사팀에 운좋게 초빙받아 참여할 수 있었다.

그 병원에서 계속된 전공의시절에도 틈만 나면 월1회 정도는 주말에, 그리고 전공의 4년차 때를 빼고 매년 1회 휴가 때에도 이대 다락방의 무의촌 의료봉사팀에 참가했다.

1974년 전문의가 됐을 때는 이대 다락방 모임에서 이사이며 지도교수로 서울시내 여러대학의 의대생·간호대생·치대생으로 구성된 단기 의료봉사팀을 이끌고 매년 여러차례 의료봉사를 다녔고, 1980년 봄 전주 예수병원 신경정신과를 새로 만들며 일하려 전주로 내려와서도 3~4년 더 그러한 활동을 의사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처럼 당연하게 생각하며 계속 봉사활동을 했다 .

그후로는 예수병원에서 근무하였기에 해외로나 국내로도 매년 1~2회이상 의료봉사를 행복하게도 계속 나갈 수가 있었다. 그리고 1999년 2월 전주시에 개업하고 나서도 계속되어 최근까지 여러종류의 의료봉사 활동을 할 수가 있었다.

나는 매우 부족한 의사이지만 그래도 돌이켜 보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참으로 신의 축복을 풍성히 받아온 다복한 의사인 거 같다. 이 자리를 빌려 신에게 영광과 감사를 드린다.

여하간 과거엔 봉사할 때마다 병고에 시달리다가 날 찾아온 환자를 위해 그때마다 최선을 다 했는가 질문할 때가 종종 있었지만, 수년전 부터는 그러한 의식 없이 몸에 배여서인지 혼신의 힘으로 진료하는 내 자신을, 진료를 끝내려는 무렵에 가끔 스스로 얼핏 느낄 수가 있었다.

허지만 늘 부족한 자신을 채찍질하며 내 자신을 지켜보지만, 요새 칠순이 가까이 되가면서 조금은 편하게 거뜬한 맘으로 한명의 정신과의사로서 진료를 마무리 하는 때가 많아지는 것 같다.

이번 의협에서 주관하는 한센인 의료봉사도 최근 두차례의 적은 횟수로 작년 가을부터 짧게 참가해 봤지만 의미가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참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내과·외과·정형외과·흉부외과·신경외과·신경과·재활의학과·가정의학과·소아청소년과·정신건강의학과·영상의학과 등 경우에 따라선 여성의학과도 참여 하였으니 대단했던 준종합병원 수준의 의료 봉사 진료팀이었다.

허나 그에 수반된 치료나 검사장비를 준비하거나, 진료현장까지 빌려올 수도 없는 처지라 언뜻 시작할 때는 암담해 보이나 진료가 끝날 때는 모두가 웃고 끝낼 수 있는 것도 의료봉사만의 묘미인 것 같다. 내게온 환자에게 혼신의 힘으로 진료하므로 진료시에는 옆이 안보이나, 진료가 끝나가는 시간이 되어서는 옆의 다른과 진료 팀의 활동이 눈에 들어온다.

참가한 의사들과 봉사대원들이 하나같이 열심히 진료하며, 피곤해하거나 지친 모습 대신 생동감 넘치는 웃음띤 모습들이다.내가 만나봤던 봉사대원들은 하나같이 환자들을 잘 섬겨주며 따듯한 진료를 하고 있어서 그들이 존경스러웠다.

전남 나주시에서 의료봉사할 때는 광주광역시의 두 개 의대부속병원에서 상당수의 대원들이 참가했고, 지난해 12월 전북 김제시 의료봉사에선 전주와 익산에 있는 각 의대부속병원 팀들이 참가했다.

그러나 주 봉사팀은 의협에서 조직한 서울의 수개 대학 부속병원에서 참여한 대원들로 구성해 버스한대가 매번 참가했다. 들은 말에 의하면 매번 4~50명이 넘는 그들은 버스타고(가끔은 따로 몇 명이 자가용을 몰고 참가하기도) 시골 목적지로 오기까지 서울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오전 6~7시에 모여 출발해야 하며, 특히 인솔자이며 단장인 문용자 선배님은 70대 중반의 노령인데도 아주 젊게 사시며 신앙심이 깊고 의협에서 중요 활동을 오래해 온 보배같은 귀한 의사였다.

그 분 따라 같이 참여한 의협 이사들과, 봉사단체에 직접 관계하는 직원들 모두가 모범을 보이며 그리고 봉사대 팀원들을 잘 섬기며 동시에 자기 맡은 바 할 일과 봉사도 적절하게 진행해 내고 있다.

봉사활동이 끝난 후 즐거운 저녁 식사시간에는 문선배님이 젊은 의사나 팀원들인 우리들 옆에 와서 언제나 기쁘게 어울려 좋은 말과 격려와 덕담을 나누는 봉사후의 after time도 참 좋은 시간이다.

처음 진료전에 전체 소개가 있어서 자기파트에서는 어느정도 대원들이 서로 알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지금까지 누가 누군지 모르고 봉사했다면, 모두 같이 저녁 먹을 때 비로소 친목시간이 되어 짧은 저녁시간이지만 서로들 안면을 익힌다.

여러 곳에서 참여했지만 그래도 그간 서로 이미 알았던 봉사 대원들은 더욱 반갑게 자리하며 다음 봉사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다가 다시 반갑게 만나기를 약속하며 즐거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 길에 오른다.

여하간 봉사때 진료 시간에는 우리들의 봉사대상은 보통 주민이 아니고 한센병으로 고생하며 그래도 잘 이겨내온 분들이다. 하여 더욱 정감 가며 그들을 대할 때마다 그들의 말을 한마디라도 더 정성껏 들어주려 애쓰는 내맘이 전달되는지 만나는 환자마다 대화가 이뤄진다.

그들의 말하고 싶은 하소연이나 생활의 아픔과 맘속에 응어리진 한이나 상처를 편하게 말하거나 어떤 경우는 속시원하게 울면서 표현해줘 잠시나마 그들의 아픔과 애환을 조금 풀어주고 상처난 맘을 어뤄만져 줄 수가 있었다.

치료시간에는 서로 정겨워지고 어느 땐 그들의 숨겨진 증오감·열등감·죄책감·비교의식·피해의식을 마치 외과수술처럼 정신적으로 짤라줘 "환자가 개운하게 수술받았다"는 느낌을 내게 전해준다 .내가 준 처방약의 봉투는 얄팍하고 미약하게 보이지만 한 환자의 진료 후 헤어질때는 그들이 만족스럽게 그리고 편하게 떠나는 걸 보면 '천량 빚도 말 한마디로 갚는다'는 옛말이 내가슴에 새삼 무게있게 새겨진다.

적은 횟수의 의료봉사 참가이지만 나보다 더 많이 이렇게 끊임없이 여러차례 참여하는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의료기사 사회복지사 행정직원 약사 의대학생 간호대학생 치대생 그리고 의료 기술직 대학생들, 또 직접 참여해준 김제시의사회장 등 현지의 유명한 의사들 모두가 다 소중하고 귀한 분 들이었다 .

우리봉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텐데 다른 분야에서 봉사하는 의료직 여러분들도 많겠지만 우리손이 적게 가는 작은 자들에게 봉사가 더 되었으면 한다. 기독교에서는 '작은자'를 도움이 필요한 병든 자·고통받는 자·강도 만난 자·고아·과부·연로한자·심신으로 지쳐있는 자·가난한 자·소외된 자라고 한다.

이 모두가 다 우리가 보살펴야할 이웃이다.종교를 떠나서 이러한 이웃을 마땅히 우리가 보살펴야 돼지 않을가? 그중에서도 특히 한센인 정착촌 의료봉사에 새해들어 친구로써 이웃으로써 이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 기꺼이 뜻을 세워 참여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봉사활동이 현대에서 꼭 필요한 생명존중이요, 화평이요,소통이 잘 돼는 사회를 이루는 중요한 길의 하나일 거 같다.

새해에도 우리들의 미래는 한센인 의료봉사에 참여하려는 여러분의 뜨거운 가슴과, 의지의 결단으로 한층 더 밝아질 것 같다. 의료직 여러분들과 가족의 귀한 참여로써 더욱 더 살기 좋은 지역사회와 국가를 이룩하면 좋겠다.

글을 마무리하려하니 우리봉사 팀원들을 기쁘게 이끌며 의료봉사하던 문용자 선배님의 밝고 맑게 웃는 선한 모습이 떠오른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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