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사회 발전 의제 주도적 목소리 내야"
"국가·사회 발전 의제 주도적 목소리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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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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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총선·대선정국 어떻게 맞을까
-정책적 영향력을 위해 갖춰야할 것들-
▲ 권용진(서울의대 의료정책실 교수 전 의협신문 주간)

지금까지 대한의사협회가 정책을 발의해서 입법도 하고 예산도 마련한 정책이 무엇이 있을까?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올해 예산이 통과된 예방접종사업은 국민에게나 의료계에게나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었음에도 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집단 반발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소아청소년과의사들이 그 내용과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반발했다기보다는 소아청소년과 개원의사들의 권력다툼의 과정에서 이 아젠다가 활용됐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비단 이 사업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의료정책에 대한 의사사회의 입장은 정확한 근거나 명분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카더라 통신' 수준의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과 다음 선거에 출마하고 싶은 후보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의료계의 반대는 주로 사진을 찍는 1인 시위나 기자간담회 등으로 표현된다. 정부와 협의하고 조정하는 것보다 회원들의 환심을 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협은 왜 정책적 영향력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일까? 의협의 주장은 항상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국민건강을 위해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할 경우에는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배타적 독점권이 사회의 진화에 따라 계속 위협받으면서 의사들은 항상 방어적 상황에서 주장을 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적정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현행 수가 수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이 또한 정확한 말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이것을 만회하기 위해 비급여 확대 등 다른 보완책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할 때면 의사들은 항상 이 질문을 받게 된다.

"그렇게 수가가 낮은데 어떻게 저 많은 병원들이 유지가 되나요?"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약간의 탈법과 과용을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가 없다. 탈법과 과용을 자인하는 순간 세무조사와 실사의 대상이 될 것이고,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하면 수가가 낮다는 것이 거짓말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보면 의협이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싶어 하는 이유는 배타적 독점권을 수호하고 수가인상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로 요약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의협이 아닌 의사들의 정책적 영향력은 정말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의사란 전문직은 그 직업의 특성이 '질병으로 고통 받는 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사회적 환경과 정치적 환경마저 돌봐야 하는 직업인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시행하고 있는 암관리정책, 만성질환관리정책 등 모든 질병정책에는 그 전문분야의 의사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그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1차의료기관 기능강화를 위한 질병군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보건복지부는 회의의 장을 마련하고, 사회를 봤을 뿐 선정은 각 전문과별 의사들 간의 논의와 합의의 과정을 거쳐 진행됐다.

종합해보면 의사들의 정책적 영향력은 매우 큰데 의사협회의 정치력과 정책역량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의협은 전체 의사를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위상을 상실했다. 의협은 법정단체이다. 의료법에 명시된 강제 가입단체로서 윤리위원회와 연수교육 관리를 통해 전문성을 조정하고 유지하는 명실상부한 의료인단체 중앙회다.

그러나 현재 의협은 이런 법적 기능을 수행하기보다는 개원 의사들의 이익만을 주장하는 조직이 되었다. 이것은 의협이 전문가단체와 이익단체의 이중 위상을 가진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이 두 가지 위상을 분리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 행정부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면서 행정부가 문제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행정부는 의료전문직이 아니다. 앞서 밝힌 대로 의사들이 자신들의 전문성에 근거해서 발휘하는 정책적 영향력은 매우 크다.

아직까지 국가 전체적으로 미래의 건강수준의 변화를 예측하고 그것을 대비하기 위한 논의가 치밀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데는 의사들의 소극성도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의

협 입장으로 바꿔 말하면 의협은 전문가단체로서 국가 경영에 얼마든지 명분있게 참여할 수 있는 내용이 있음에도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료계가 정책적 영향력의 근거로 전문성과 배타성을 주장하고자 한다면 국가의 이런 현실을 관료나 정치권의 책임만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의료계도 모르는 것을 어떻게 그들이 먼저 알겠는가?

구체적으로 의협이 정책적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첫째, 의협과 의원협회를 분리해야한다. 국민건강지표와 질병정책 등에 대한 연구와 협조는 의사협회가 책임지고 의원협회는 개원의사의 이익을 보호하고 1차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단체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가협상은 의협이 아니라 의원협회가 참여하는 것이 옳다. 의협의 전문가단체로서 위상은 매년 11월에 수가협상장을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계속되는 한 영원히 회복될 수 없다.

둘째, 국민의 미래 건강문제와 그 대응책에 대해 연구와 전망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국가와 사회발전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세계인들이 직업을 구하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일이 활성화되었고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로 국가 관리체계의 변화도 절실한 상황임에도 의협이 이에 대해 전문가단체로서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연구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국회와 행정부에 더 많은 전문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단결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표와 돈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존하고 있는 이익단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사회는 다양해졌고 자유롭게 소통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들의 영향력이 조직적으로 구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의사사회가 겪고 있는 진통은 한국 사회 진화의 과정에서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현명하다면 그 다음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해 볼 때가 되었다. 참여와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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