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9 21:53 (금)
영성적 관점에서 보는 중·노인의 건강

영성적 관점에서 보는 중·노인의 건강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1.12.16 11:34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홍식(가천의대 길병원 종합건진센터 임상교수)

▲ 이홍식(가천의대 길병원 종합건진센터 임상교수)

인간 생명이 단순히 생물학적 차원으로만 축소될 수 없고 인간의 다차원성을 내포하듯이 인간의 건강 또한 인간의 어느 한 차원으로만 축소될 수는 없으며 인간의 모든 에너지, 곧 육체적·심리적·영적 에너지들의 조화와 통합에 관련된다.

건강은 한 인간의 평형과 조화로 이뤄지지만 그 평형과 조화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방식으로 주어지는 평형과 조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한 사람의 건강을 증진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구체적인 심리적·육체적 상태에서 출발해 가장 참된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돕는다는 뜻이다.

인간은 자신의 특수한 삶 속에서 자신의 조화와 평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 한다. 건강에 대한 권리는 미리 예정된, 또는 정해진 삶의 질을 향유하는 사람만이 누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몸의 가치에 대한 찬양이 지나친 건강 열풍, 외모와 활력에 대한 일종의 우상화, 정신과 육체의 점진적인 쇠퇴와 질병의 실재를 인간의 참된 체험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새로운 유형의 향락주의로 이어지고 있다.

육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이 쇠퇴하고 최소한의 삶의 질만 존재하며 생명의 가치를 손상하기도 한다. 삶의 질이 낮다고 판단될 때에도 인간 생명 자체의 고유한 가치와 생명의 본질적인 자질은 여전히 남아 있어야 한다.

중년의 삶과 노화를 혼란과 과도기, 그리고 위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인생 후반부에 새로 탄생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 시기는 바로 자아의 깊은 곳으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시기이며, 외부로부터 오는 영향에 방해받지 않은 채 무엇이 될 것인지를 선택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느 정도 심리적 변화들이 포함되어 있다.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분노의 표면화, 가족과 일에 대한 책임감에서 오는 불안, 변해 가는 자신의 모습, 가까이 다가오는 죽음과 고통에 대한 느낌 등이 그것이다.

중년에는 종종 신체의 노화를 경험하게 된다. 몸은 노화로 인해 약해지기 시작하고 둔화된 육체는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예민한 감수성으로 육체가 인간의 행복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을 인정하고 자연스러운 체력의 저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이것을 진실로 마음 아파한 후에 더 큰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통합된 영성은 결코 육체의 능력을 부인하지 않는다.

젊음을 추구하는 물질문명 시대에 인간의 영성이 대체로 중년과 그 이후에 성숙해진다는 확신은 의미심장한 역설이다. 중년의 과도기에 대한 그의 설명은 준엄한 현실이며 또한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중년과 노년기의 보편적 경향을 탐색하고 나아가 성년기를 지나며 성숙해 가는 남성과 여성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살펴본다. 인생 후반기에 이성간에, 그리고 동성간에 나타나는 까닭 모를 갈등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남성과 여성의 성(性)의 차이점을 보면서 배울 수 있게 해준다.

빅토르 위고는 "사십은 청년의 노년이고, 오십은 노년의 청년이다"라는 말을 했다. 사랑과 일의 의미를 재음미하고 나아가 인생관을 형성하는 일은 흔히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자기분석의 본질이기도 하다.

나이든 성인이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미래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깊이 스며든 절망감 속에서도 완전성을 찾으려고 애쓸 때 지혜의 궁극적인 큰 힘이 중심으로 떠오른다. 죽음 앞에서 경험의 완전성과 인생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지혜이다.

인생의 만년에 이르러 우리를 힘들게 하는 시련은 수 많은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어둠이다. 상실과 낭패, 거절과 실패, 그리고 쓸모 없다는 느낌에서 오는 어둠 따위가 그것이다. 그렇지만 이 어둠은 심오하고 신비로운 변모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엘리엇은 '이스트 코우커(East Coker)'에서 오로지 믿음·소망·사랑 안에서 기다릴 때만 이 어둠이 빛으로 변화된다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우리에게 이 사실을 일깨워줬다.

우리는 삶의 여정에서 미처 생각치 못한 것, 평범한 것으로 알았던 것, 알고 이해해야 하고, 일부분은 지금 시작되고 있고, 다른 부분은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부분도 있다.

노년에 관한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고 좀 더 깊이 있고 보람된 삶이 되도록 해야 한다.

비움, 받아들임을 통해 제품을 만든 설계자에 뜻에 맡기고 창조자의 의도를 일부나마 이해할 때 더욱 의미 있고 올바르게 우리 각자를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