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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갈등의 시대, 강요된 침묵이 화합의 길인가?
청진기 갈등의 시대, 강요된 침묵이 화합의 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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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0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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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기(세브란스병원 내과 R4)
▲ 김충기(세브란스병원 내과 R4)

최근 대법원에서 대한의사협회장 선거 간선제 무효소송에 대한 파기환송 이후 이를 둘러싼 대한 갈등은 더 첨예해졌다. 평범한 젊은 의사의 입장에서 직선제에서 간선제로의 회귀는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이에 많은 의사들이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10만 의사들이 이 사회에서 의무와 권리를 다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를 모색하고 궁극적으로는 올바른 의료현실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그 역할과 의미가 있다.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모든 회원들의 의사를 공평하게 수렴하여 진정 그 집단의 뜻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집단 구성원의 주관적 의사에 따라 대표자를 뽑는 행위는 의료 현실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에 정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절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선거가 혼탁해지고 갈등이 더 노골화되며 여러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는 주장도 있고, 현실적으로 저조한 투표율 등을 고려할 때 현재 방식의 직선제를 고수하는 데에 있어서도 고민이 있음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지금도 폐쇄적으로 인식되는 의사 집단에 있어서 구조적 효율성만 강조한다면 전제 구성원 간에 내재된 갈등의 깊이를 더 깊게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

의료계 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전반의 갈등은 갈수록 더 다양하고 심각하게 표출되고 있다.

갈등의 사회적 비용을 언급하며 불필요하고 없애야 할 대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정작 전반적인 변화의 방향은 그것을 순조롭게 해소하기 보다는 억지로 봉합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표출되지 않도록 하는 식이다.

간단히 말하면 시끄럽지 않게 하는 것이 능사라는 이야기인데, 결국 그런 식으로 억제된 갈등은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표출될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식이라면 세상이 다시금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모두가 고통 받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갈등은 사회악이 아니다. 오히려 각자의 요구가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과정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다양한 의사의 표현과 그에 수반되어 있는 가치 간의 충돌은 건전한 민주 사회에서는 당연한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갈등이 충분히 잘 표출되어 격화되지 않도록, 공정한 원칙 하에서의 조정과 이해의 과정을 올바르게 수행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제 사회 전반적으로는 민주적 가치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하다.

대다수는 '갈등 = 싸움'으로 인식하며 정당한 의사와 권리의 표현에도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갈등의 긍정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데에 대한 미숙함으로 인해 비효율성이 증가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과정을 무시하고 갈등의 표출을 최소화하기에만 골몰하는 것은 지금껏 이뤄온 사회의 발전을 부정하고 세상을 거꾸로 되돌리려는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물론 무책임한 주장과 이기주의를 무작정 허용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원칙에 따라 의사의 수용과 생각에 대한 존중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노력은 궁극적으로 갈등을 가장 바람직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민주성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투표는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가 최대한 존중 받으며 또한 가장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이 되어야 한다. 바로 그 기준에 입각하여 현재 추진하고자 하는 간선제가 정답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의 짧은 생각이지만 과거 직선제 과정에서 벌어졌던 많은 논란과 갈등에 대한 해결방안을 간선제라는 형태로 제시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그저 편의주의적으로 보인다.

과거 직선제 10년의 과정에 있었던 문제에 대해 회원들의 의사를 충분히 수용하여 최대한 많은 이들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해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이 충분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집단이 충분히 존중하고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절차였다고 한다면 그것을 수용하고 따르는 것도 구성원들의 의무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노력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지금의 모습은 미래의 의료를 책임지고 나아갈 젊은 의사들로 하여금 일방적인 침묵을 강요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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