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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최악엔 분만실 폐쇄" 배수진

산부인과 "최악엔 분만실 폐쇄" 배수진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1.11.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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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재원 국가 마련 요구
의협·산부인과 학회·개원의협 "분쟁조정법 개선 안되면 전면 불참"

▲ 박노준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불합리한 의료분쟁조정법안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제도 불참은 물론 분만실을 폐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산부인과 분만 병의원들이 정부의 '의료사고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등의 조정에 관한 법률안'(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에 항의하며 조정제도 불참과 함께 최악의 경우 분만실을 폐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분만병원협회는 25일 11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비용의 절반을 분만 실적이 있는 산부인과에 강제 부담토록 규정한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과 산부인과 분만 병의원 대표단체들은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재원은 반드시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그것만으로 어렵다면 건강보험재정·의료급여기금·약화사고피해구제기금·과징금 등으로 다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의료계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연착륙을 기대하며, 관련 직역 및 학계의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 및 토론회를 개최해 합리적인 의견을 지속적으로 보건복지부에 개진하고, 복지부가 주최하는 각종 대책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복지부의 하위법령 작업에 적극 협조해 왔다"면서 "그러나 지난 11월 8일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살펴보면 과연 복지부가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정책을 펴는 정부기관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경 회장은 "산부인과 의료기관에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비용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질 것을 거듭 주장했음에도 결국 분만실적이 있는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부담을 지우게 했다"며 "저출산과 경영난으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수가 감소하고 있는 분만 산부인과의 몰락에 기름을 부어버렸다"고 밝혔다.

▲ ⓒ의협신문 김선경
의료계는 이로 인해 산부인과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산부인과 붕괴로 인한 의료인프라 왜곡과 함께 국가 출산율 저하와 국민건강권 침해가 필연적으로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기자회견장에 함께 참석한 김선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은 "정부는 진료에 하자가 없음에도 왜 의료사고 보상비용을 산부인과 의사가 부담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산부인과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의료분쟁조정법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노준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장은 "의료분쟁조정법안은 과실이 있을 경우에만 책임을 지도록 한 과실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도의적 책임을 법적 책임으로 규정해 분만 관련 사고를 모두 의사책임으로 돌릴 경우 조정중재 참여 거부는 물론 분만 거부운동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박 회장은 "매년 80곳의 산부인과가 저출산과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라며 "산부인과 폐업을 부채질하는 하위법령을 개선하지 않고는 참여할 수 없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강중구 대한분만병원협회장은 "의료계와의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입법고시한 것은 잘못"이라며 "지원이 절실한 산부인과에 무과실 배상까지 시키는 독소조항이 개선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거부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분만병원협회는 의사와 시민 3083명의 자필 서명을 받아 24일 복지부에 제출한 데 이어 법무법인의 검토를 거친 복지부의 의견서 전달과 함께 전국 분만 병의원에 법령 개선을 촉구하는 홍보 포스터를 배포하겠다고 덧붙였다.

배수진 친 이유 살펴보니
의료계는 불가항력적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할 때 분만실적이 있는 의료기관이 50%를 부담하도록 규정한 데 대해 분만실적이 있는 의료기관은 과실이 있어도 환자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고, 과실이 없어도 환자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저출산 심화로 인해 산부인과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분만기관이 점점 줄어들어 의료인프라가 왜곡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입법예고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산부인과의 파산은 불가피하다는 것. 중소도시 산부인과의 파산과 폐업은 대도시와 수도권 대형병원에서의 출산원정 사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학계와 개원가는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당사자에게 일방적으로 책임과 부담을 지울게 아니라 일본 등 다른 나라들처럼 국가 부담 또는 보험제도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정단 권한 제한' 요구
의료계는 의료분쟁조정법을 잘못 해석할 경우 형사 법원·검찰·경찰은 물론 심지어 일반 민간기관등에서 감정단에 감정을 의뢰했을 때에도 감정절차를 강제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감정위원 또는 조사관에게 의료사고 발생 의료기관에 출입해 관련 문서 등을 조사·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이를 거부할 때는 형벌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데 대해서도 지나친 규제라는 입장이다.

특히 이 규정을  잘못 운영하면 의료사고감정단이 '의료기관에 대한 현지조사' 성격으로 변질될 수 있어, 반드시 영장에 의해 가능한 형사소송법의 압수수색을 증표외에 아무런 제한없이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다른 기관 감정의뢰의 범위를 제한, 별도의 사실·자료조사를 배제한 채 해당기관에서 제출한 자료 또는 감정서 양식을 이용해 감정절차를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감정단이 필요 이상의 권한행사를 할 수 없도록 하위법령으로 사실조사 업무 요건·절차·범위·방법 등을 정해 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선행 산부인과학회 이사장(오른쪽 첫 번째)이 "의사의 과실이 없는 무과실에도 의사가 피해보상을 재원을 분담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당위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환자측 감정서 원용 제한해야
'원고(환자)'의 입증부담을 '감정단'이 담당하고, 감정단은 강제적으로 '보건의료인 또는 보건의료기관'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형평에 맞지 않은 일방적인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환자에게 조정중재원에 감정서·조정결정서·조정조서 등 서류를 제한없이 열람·복사를 허용하고 있어 감정서만 받으면 이를 근거로 조정절차를 중단한 채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환자측에서 감정단을 증거수집 절차로 악용할 수 있는 만큼 감정서가 외부로 원용될 수 없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의료계는 감정결과의 결론을 다수결로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정서에 별도의 합의절차 없이 각 감정위원별 감정소견만을 각각 기재토록 한 뒤 이러한 감정소견을 토대로 조정위원회가 조정하는 것이 감정제도의 기본취지와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조정절차가 일정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당사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악의적으로 탈퇴하려 한다거나 환자측이 감정제도를 증거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들 경우에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측의 감정서 등 열람·복사 요청도 일정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손해배상 대불금 '예치금' 성격 취해야
의료계는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손해배상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각 집행권원에 따른 청구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보건의료기관 개설자가 조정중재원에 납부해야 할 손해배상 대불금의 성격을 '부담금'으로 볼 경우 보건의료기관개설자는 손해배상금 대불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구상권 행사로 인한 대불금 상환 의무를 동시에 지게 되므로 위헌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손해배상금의 대불에 필요한 비용에 대한 보건의료기관개설자의 부담은 조정중재원에 일정 기간 동안 예치하는 기금으로 평가하되, 향후 보건의료기관개설자가 이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청구시기 또한 손해배상금의 대불을 받고자 하는 자가 의료기관에게 금원 지급을 청구했음에도 지급받지 못한 경우에 한해 손해배상금 대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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