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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렇게 싸게 놀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싸게 놀지 않는다"

  • 이석영·이정환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1.11.1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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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쌍벌제 그 후 1년] 설문조사 .1

 

 

 

지난해 말, 의료계와 제약업계의 우려 속에 속칭 '리베이트 쌍벌제'로 불리는 의료법과 제약협회의 '의약품 공정경쟁규약'이 도입됐다.

의료인이 제약회사·도매상 등으로부터 금전·편익·향응 등을 제공받은 경우, 의사면허 자격정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의료법은 선량한 다수의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인'으로 규정한 악법이라는 의료계의 우려와 반발이 여전하다.

제약회사의 보건의료인 학술대회 참여비용 지원 제한, 기부행위 규제 등을 담은 '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 역시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과 관행을 무시한 과도한 규제라는 업계의 불만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의협신문은 이들 제도가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 사회속에 자리잡아 가고 있는지 살펴보고, 드러난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회원과 국내외 제약회사 영업직원 총 10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의사들은 리베이트 쌍벌제와 공정경쟁규약 시행으로 인해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특히 학술활동에 가장 큰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반수가 넘는 의사들은 리베이트 쌍벌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제도의 성과 없이 의사 '전과자'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조사기간 2010년 10월 27일 ~ 11월 7일 ▲조사방법 △의사=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한 이메일 설문 △제약회사 직원=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한 우편 설문 ▲조사대상 분포 ◇의사 △응답자수 663명 △성별 남자 591명(89.1%) 여자 72명(10.9%) △연령 20대 2명(0.3%) 30대 214명(32.3%) 40대 219명(33.0%) 50대 157명(23.7%) 60대 이상 71명(10.7%) △근무형태 개원의 310명(46.8%) 교수 119명(17.9%) 봉직의 148명(22.3%) 전공의 17명(2.6%) 전임의 22명(3.3%) 군의관3명(0.5%) 공중보건의 36명(5.4%) 공무원 1명(0.2%) 휴직 1명(0.2%) ※전공과목·지역 분포 생략 <표본오차 ±4.3/ 95 % 신뢰수준> ◇제약회사 영업사원 △응답자수 376명 △회사형태 국내사 264명(70.21%) 다국적사 112명(29.78%) <표본오차 ±3.01/ 95% 신뢰수준>.

"위헌 소지…폐지해야" 66.2%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를 처벌하는 내용의 의료법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됐다. 이 같은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조사해 보았다. 응답자의 66.5%가 '잘 알고 있다', 32.1%가 '대충 알고 있다'고 답해 98.6%의 높은 인지율을 나타냈다.

 
리베이트 쌍벌제 논의 초기부터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모든 의사를 잠재적 범죄인으로 낙인찍음으로써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가 깨질 것을 가장 우려했다. 시행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같은 우려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해 응답자의 66.2%가 '위헌 소지가 있으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리베이트를 규제는 하되 처벌 수위를 완화해야 한다는 답변도 29.4%로 조사됐다.

정부의 저수가 정책 등 리베이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고, 과거 수 십년에 걸쳐 지속돼온 관례를 어느날 갑자기 불법행위로 못박아 의사에게 징역형과 면허취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리베이트 쌍벌제와 의약품 공정경쟁규약이 의사 자신에게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물어보았다. 의사와 제약회사 영업사원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의사 69.1%, 영업사원은 88.0%가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는데, '매우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의사보다 영업사원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영업활동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국내 제약회사(45.45%)가 다국적 제약회사(24.10%)보다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났다. 이는 국내사와 다국적사의 기본적인 영업 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74.2% "처방패턴 변화 없다"

지난해 쌍벌제 도입 초기 울산·충북의사회 등 지역 의사회를 중심으로 '영맨 출입금지 조치'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영업사원이 의료기관을 드나들면서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었다.

쌍벌제 시행 이후 1년이 지난 현재, 영업사원을 만나는 횟수에 변화가 있는지 궁금했다. '줄었다'는 응답이 과반수를 훨씬 넘는 63.5%를 차지했다. 영업사원 역시 62.8%가 의사를 만나는 횟수가 줄었다고 답했다. 의사만 대상으로 의약품 정보 접근기회에 변화가 있는지 여부를 질문했다.

이는 의사가 새로운 의약품 정보를 접하는 통로 가운데 하나로 제약회사 직원이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했던 쌍벌제 이전 모습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관찰하기 위한 것이다. 응답자의 62.0%가 '의약품 정보 접근 기회가 줄었다'고 답해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직역별로는 봉직의(71.7%)와 개원의(61.3%)가 교수(56.5%)보다 쌍벌제 이후 의약품 정보를 접하는데 제약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대 교수가 학회 활동 등을 통한 의약품 정보 취득에 유리한 조건에 있는 반면, 봉직의와 개원의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현실을 말해준다.

쌍벌제 도입의 영향으로 예상됐던 것 중 하나가 '처방패턴의 변경'이었다. 제네릭 의약품 대신 오리지널 처방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쌍벌제 이후 처방패턴에 변화가 있다는 응답율은 25.8%에 그쳤다. 거의 변화가 없거나 전혀 없다는 응답이 74.2%에 달했다.

이는 대부분 의사들이 쌍벌제 도입과 무관하게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소신처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 5월 현재 병원과 의원의 고가약 처방 비중은 각각 28.24%에서 26.06%, 20.32%에서 18.66%로 오히려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처방패턴에 '변화가 있다'는 응답은 개원의(29.0%)가 교수(14.3%)·봉직의(23.6%) 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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