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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환경 황폐화…갈등 골만 깊게 패여

진료환경 황폐화…갈등 골만 깊게 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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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1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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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쌍벌제 그 후 1년] 무엇이 문제인가?…의료계 입장

 

 

▲ 이재호(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의약품 리베이트 관행을 척결함으로서 리베이트를 준 측은 물론 받은 측도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리베이트 쌍벌제 법안이 시행된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정부에서 건강보험재정 안정을 위해 약값을 낮추려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였고 이를 위해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칼을 빼 덜었다는 것은 누구다 아는 사실이다.

법 시행 당시 일각에서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통해 형사처벌 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고 국내 대형 제약사가 아닌 중소형 제약사들이 몰락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1년을 되돌아 보면 이러한 우려는 기우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오리지널 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약가를 처음에는 오리지널은 70%, 제네릭은 59.5%로, 두 번째는 모든 약값을 53.5%로 조정하기 위한 약가제도 개편 고시 행정예고를 시행했다.

이러한 약가인하 조치가 시행될 경우 중소형 제약사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은 뻔한 사실이기 때문에 자본력이나 기술력이 떨어지는 제약사들 상당수가 몰락하는 최악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가면 국내 제약사들은 매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한편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당시 일부 지역의사회를 비롯한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제약회사 영업사원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으며, 대학병원 교수들의 경우에도 리베이트 수수의혹을 받고 싶지 않아 제약사 영업사원 만나기를 기피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 의사들에게 신약을 소개할 기회를 얻기 어려워지면 제약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제약사가 개발하는 신약의 시장진입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약개발은 위축되고 제약산업의 앞날은 어두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들로서도 더 좋은 약의 혜택을 받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실정임에도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커녕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에 대해 최대 1년간 면허를 정지하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최근 경기도 시흥시 개원의가 리베이트 쌍벌제 관련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마도 치욕스런 리베이트 쌍벌제라는 악법으로 한 달 이상 계속된 검찰의 구속수사로 인해 고인의 자존심과 명예를 짓밟았고, 마치 모든 책임이 의사에게 있는 듯 몰아부친 결과 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의 입장을 철저히 묵살하고 개정된 리베이트 쌍벌제라는 악법은 의사들의 진료환경을 더욱더 황폐화 시킬뿐만 아니라 의사와 국민의 갈등의 골만 깊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는 학회 활동을 위축시킴으로서 의학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예산문제로 인해 충분한 강연료를 지불하지 못함으로서 저명한 외국 인사를 초빙하는데 제한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반복될 경우 최신지견과 의료기술을 습득하는 학술대회 자체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정기적인 학술대회를 통해 최신 의료기술을 습득하면서 우리나라 의학이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발전했는데 리베이트 쌍벌제로 인해 국내 및 국제 학술대회가 활성화지지 못해 의학발전에 문제가 생기는 지경에 까지 이르고 있다.

연구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술대회가 위축되면 궁극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국민들이 될 것이며 이로 인해 국민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크다.

이는 국가적인 손실이기 때문에 학회활동 등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학술대회의 경우에는 예외규정을 적용해 지원을 넓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리베이트 쌍벌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의사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려 국민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천문학적 규모에 이를 것이다.

리베이트와 관련된 부분은 의료인의 직업적 윤리에 맡겨져야 할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입법화 해 이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리베이트 쌍벌제로 인해 의약품시장의 성장이나 시장성이 위축된다면 우리나라는 미래의 가장 큰 성장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리베이트 정책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의약품 리베이트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리베이트가 왜 발생하게 됐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처벌로 다스리려 하기 보다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로 제도를 설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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