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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사 신뢰 무시하면 미래가 무너진다

국민-의사 신뢰 무시하면 미래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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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1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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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쌍벌제 그 후 1년] 무엇이 문제인가?…의학계 입장

 

 

 

▲ 김영훈(고려의대 교수·고려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국민의료비 상승의 원인 중 하나가 약제비이고 이의 주범으로 지목된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첫 번째 선택이 쌍벌제라는 채찍으로 나타난 지 벌써 1년이 지나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법인 쌍벌제,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하고 살벌한 용어다.

쌍벌제는 리베이트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많은 문제점 즉, 약가결정 정책의 문제점·낮은 건강보험수가·의약분업에서 파생된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뒷전에 두고 정부가 첫 번째로 선택한 의료비 상승 해결을 위한 해법이다.

이 법 제정 소식이 알려졌을 때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한 이 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개했고 비양심적인 몇몇 의사들 때문에 모든 책임이 의사 전체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느낌으로 답답해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법이 제정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외면만은 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기에 의사들 대부분은 이 법의 제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리베이트가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협조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도 같다.

왜냐하면 리베이트의 오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는 의사들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리베이트의 배경에는 약가결정 정책의 문제점이 있다

정부는 쌍벌제를 실시하면서 그 이유로서 "의약품 리베이트가 약가에 반영되어 국민의료비가 증가한다. 따라서 리베이트를 없애면 약가가 낮아지고 그만큼 국민의료비가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약가가 너무 높게 책정돼 있다는 것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약가 정책은 국내 제조원가와 관계 없이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기간이 끝나면, 복제약이 출시되는 순서에 따라 오리지널 신약의 80%대에 가격을 정해주고 그 이후에 출시되는 복제약은 첫 번째 복제약의 80%로 가격을 책정해주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복제 약가는 오리지널 신약에 비해 60∼80%로서 다른 나라의 20∼40%에 비해 매우 높게 결정되고 있었고 이는 보건복지부에서도 파악하고 있는 문제이다.

최근 복지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내년부터 현재 약가의 평균 14%의 인하로 1조 7000억원 규모의 약품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약가가 결정되는 제도하에서 약가의 거품이 발생했던 원인을 리베이트에 의한 것으로 호도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논리이다.

약의 원가나 품질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높은 약가를 정부에서 책정해주는 여건에서 제약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상대를 가릴 것 없는 마케팅이고 여기에서 파생된 것이 바로 많든 적든 리베이트의 관행이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제약 산업 발전의 최대 걸림돌은 리베이트가 아니라 낮은 수가와 함께 의약품비의 비합리적 책정을 일방적으로 시행해 온 정부에 있음을 알아야 하며 리베이트가 약가에 반영된다는 논리는 사실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리베이트가 척결되기 위해서는 쌍벌제와 같은 채찍이 아니라 약가 결정정책을 시장형 실거래가로 바꾸고 복제약가 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면서 의료 수가체계의 합리화 및 의약업계의 자정 노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가능할 것이다.

학술대회의 개최 및 참가를 위축시켜 의학발전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학회에 지원하는 금액과 형태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 다만 제약사들이 학술대회와 관련해 의사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은 명백한 리베이트로 간주하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다.

또 규정하기를 '보건의료인에 대한 지원 내용은 발표자·좌장·토론자가 학술대회 주최자로부터 지원받는 실비의 교통비·등록비·식대·숙박비에 한한다'라고 돼 있고 제약회사는 지원하려는 학술대회만을 지정해 협회에 기탁하는 방식으로 보건의료인을 지원해야 하며, 협회를 통해 지원하는 것 외에 다른 직접적인 지원은 안되고, 또 사업자는 학술대회 참가지원 경비를 회계처리 할 때 관련 학술대회의 주최자·내용·대상·지원금액 등에 대한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첨부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세부 규정에 따르기 위해 학회 참가자들은 증빙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큰 일이 되어 버렸고 현재 대한의학회 산하 모든 학회 사무국 직원들은 이 자료를 정리해 협회에 제출하느라 일상의 업무가 거의 마비될 지경에 이르고 있다.

또 각종 의학 관련 학회의 주요 참석자 중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간호사나 의료기사들의 학회 참석을 지원할 수 있는 기구가 없어 발표할 논문이 있어도 학회 참석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또 발표할 논문이 없거나 조직위원이 아닌 단순 참가자들이 해외 학회나 국내 개최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 상태이다. 이는 학회 참석을 통한 학문 습득과 소통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으로 중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의학의 국제 경쟁력을 크게 퇴보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또 의약품에 이어 의료기기 분야의 리베이트 판단기준이 제정돼 올해 12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므로 더욱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학술대회 중 국제 학술대회는 사전 신고만으로 지원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라 함은 5개국 이상에서 보건의료인이 참석(발표자·좌장·토론자가 아닌 청중으로)하거나 회의참가자 중 외국인이 150인 이상이고 2일 이상 진행되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규모의 학술대회로만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한국·일본·대만·중국 4개국 의사가 150명 모여 매년 성공적으로 치뤄진 지금까지의 학술 행사는 국제 학술대회의 기준에 맞지 않으므로 국내 학회에 준한다는 이야기인데, 취소하거나 규모를 극단적으로 축소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다국적 대기업 회사로부터 '우수 시술센터(Center of excellence)'로 지정받아 수 년간 고려대 안암병원에 심혈관센터를 운영해온 필자는 '기업으로부터 직접 지원받을 수 없다'는 현행 국내법에 따라 이 센터를 지속할 방안을 찾지 못해 결국 외국으로부터 지원이 중단된 상태이다.

우수시술센터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운영되는 센터로서 학문적 우수성과 시술 및 교육의 한 차원 높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전세계 의사들을 교육해온 센터였다.

그런데 이러한 센터의 운영이 중단돼 시술 참관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원하는 외국의 의사들이 일본이나 대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원상복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같이 쌍벌제가 정상적인 학술·교육·연구 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예는 이미 하나 둘이 아니다.

리베이트쌍벌제의 문제점과 파장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

쌍벌제가 시행된 후 1년, 의료비 지출이 감소되고 모든 것이 선순환될 것이라는 바람은 소박한 기대에 불과했다. 의사들은 오히려 리베이트를 피하기 위해 리베이트가 없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오리지널 신약 처방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 결과 약제비를 포함한 의료비는 오히려 더욱 상승하게 되었다.

저가약 처방에 대한 인센티브, 정부에서 책정한 약가 보다 낮은 가격에 의약품을 구매하는 경우에 대한 인센티브, 의사들이 처방한 약을 싼 가격의 의약품으로 대체하는 경우의 인센티브, 또는 처방총액 인센티브라 하여 한 의료기관에서 전년도에 비해 처방총액이 감소하면 그만큼의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 등 다양한 형태의 제도 보완책이 나오고 있지만 실효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강력한 벌로 다루려 하면 할수록 실효성 없는 또 다른 보완 규정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흔히 뒤따르기 마련인 셈이다.

지금이라도 복지부는 리베이트 쌍벌제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이 제도가 불러올 앞으로의 파장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보건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육성 방안이 나와야 한다.

진료환경의 선진화와, 제약업계의 R&D 투자를 통한 국제 경쟁력 있는 신약 개발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 핵심분야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약가와 수가의 합리화, 세제·인력·정보 및 금융 지원 등 다양한 육성 방안을 내 놓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의료계도 자기반성과 자정 노력을 통해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 주고 분담하기 위한 노력을 이제는 행동으로 꼭 보여 주어야 할 때이다. 그래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사회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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