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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각살우'지만 의사 자정의지 보여줘야

'교각살우'지만 의사 자정의지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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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1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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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쌍벌제 그 후 1년] 무엇이 문제인가?…의료윤리

 

 

▲ 고윤석(한국의료윤리학회장·울산의대 교수)

2011년 11월 2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제약계사이의 리베이트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관련의사의 면허 취소까지 고려하겠다고 했다(의협신문 11월 2일 기사). 이는 2010년에 통과된 리베이트 '쌍벌제' 법에 이어 또 다른 법적 정당성과 형평성 논란을 의료계에 일으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월 28일 의료기기산업체와 의료인들 사이의 부당한 리베이트를 규제하기 위한 '의료기기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 제정안을 승인했다. 이와 같이 의료인과 의료산업체와의 관계에 대해 정부가 관여하는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의료계의 일부는 제약과 의료기기를 포함하는 의료산업체에서 제공한 금품 등을 정당한 회사의 판촉활동의 비용이나 학술활동 지원 사업 또는 저수가에 대한 수입 보상 등으로 간주해 왔으나 사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다수의 의료인들도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대가성 거래는 부당하다고 생각해 왔다. 외국에 비해 복제약품 값을 높이 책정해 발생된 잉여금이 판매 촉진 리베이트로 이어진 문제를 복지부가 제공자와 함께 수혜자도 함께 처벌해 해결하겠다며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 쌍벌제법이다.

이 법은 리베이트를 차단함으로써 의료비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고자 하는 목적으로 준비된 것으로 의료인-제약회사 사이에 왜 부적절한 리베이트 문제가 발생하는 지에 대한 분석이 없으며, 또 리베이트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리베이트 쌍벌제법을 되짚어 보면서 걱정되고 아쉬운 점 중의 하나는 리베이트와 연관된 여러 측면들을 의료계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복지부의 일방적 정책 결정 방식이다. 의사에게는 생명과 같은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식의 법으로 강제하면 '리베이트'를 차단하는 효과는 얻을 것이다.

그러나 그 효과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큰데 이는 의료시스템 내의 개별행위자의 예측 못한 행위나 공적인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행위자의 법적 처벌에만 의존하는 정책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의학 전문학술단체들에 부가된 규제로 인한 학술활동의 위축은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의료인이나 의료단체 스스로 부당한 리베이트로부터 벗어나려는 내적 동인을 정책적으로 유도하지 못하면 의료인-제약회사 관계문제는 지금까지 알려진 리베이트 유형과는 다른 새로운 이해상충의 모습으로 진화되어 갈 가능성도 있다.

우선 의료계는 '쌍벌제법' 자체가 가진 법리적 문제점 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쌍벌제법'에서 표현된 보다 본질적인 문제인 정부와 사회의 의료인들에 대한 불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무릎을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되돌아보면 우리 사회에서 의료가 국민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은 의료보험제도의 시작 이후 계속 커져 왔다. 의료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수록 국가나 사회가 의료인들에 대한 요구와 기대 또한 커지게 된다.

서구에서는 이에 부응하기 위해 '좋은 의료' 혹은 '의학 전문직업성' 등으로 대표되는 의사들의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사회는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관리하도록 의사에게 위임하면서 의사는 자신의 이익보다 환자의 이익을 우선 고려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의사의 역할과 위치는 사회에 의하여 규정되므로 어려운 진료환경에서라도 의료인과 의료단체는 사회의 신뢰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사회의 신뢰가 나빠질수록 의료전문직업인으로서의 위치 상실과 자율성 침해 그리고 환자들과의 다툼도 심해진다.

환자들에게 자기 이익을 우선하는 의료기관이라고 소문이 나면 경쟁관계인 현재의 의료시장에서 견뎌낼 수 없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환자 진료도 하면서 병원 경영도 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쌍벌제법에서 비추어진 국가의 의료인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극복하기 위해 의료인들은 '쌍벌제'보다 더 엄중한 윤리규범을 스스로 마련해 준수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2005년에 한국의료윤리학회가 의료인 제약회사관계 윤리지침을 발표했고 2010년 4월부터 약 1년 4개월의 노력으로 이를 보완한 지침 안을 마련했다.

지침준비위원회는 우리 의료현실에 바탕을 둔 실제적, 그리고 의료 환경의 개선에 따라 향상돼야 할 점진적 접근을 지향하면서 환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지침을 준비했고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대한병원협회·한국제약협회 등의 의견을 모아 '의료인-제약회사 관계윤리 지침'을 완성했다.

이 지침은 지침의 기본원칙으로 ▲환자이익 우선의 원칙 ▲이해상충 관리의 원칙 ▲의사-제약산업체 관계 설정의 원칙을 제시했다. 지침의 세부 사항은 처방과 제품선정·임상진료지침·마케팅(방문)·제품설명회·학회참석·자문·평생교육 및 연구의 8개 항목에 대헤 의료인들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이 지침은 의사들을 스스로 옭아매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의사들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의료인들이 제약산업체와의 이해상충의 소지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을 경우 그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제약산업체와 의료인들은 환자의 최대 이익을 위해 발전적 공생관계를 지속적으로 추구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우리의 의료인-제약회사 관계윤리 수준은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

유관단체들이 공청회와 논의를 통해 어렵게 합의한 의료인-제약회사 관계윤리 지침이 의료인과 제약산업체 및 사회와의 소통에 도움이 되고 의료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다지는 디딤돌이 돼야 할 것이다.

의학전문직업성으로 대표되는 의료인 개개인의 행동규범과 의료단체의 사회에 대한 의료인-제약회사 관계윤리 지침 등과 같은 자정노력이 없다면 대다수의 의료인들이 스스로 떳떳하여도 의료계에 대한 사회의 불신을 개선시킬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의료인 스스로의 자정노력을 통해 의료인들이 '쌍벌제법'과 같은 법으로 처벌을 받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부는 부당한 리베이트 발생에 관한 근본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 그 원인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을 의료계에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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