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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우루과이를 아세요?"

"저기, 우루과이를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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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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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세계의사회 총회 참관기

우루과이에서 열린  WMA 총회에 전공의 대표로 참가한 필자.
탱고의 본고장, 유럽계 이민자들과 아프리카 노예의 후손, 그리고 원주민들의 다양한 관습이 통합되면서 만들어진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이 바로 우루과이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 2010년 월드컵에서 1:2로 패해 우리나라의 8강 진출을 좌절시킨 주범, 그리고 우루과이 라운드.

이것이 내가 알고 있던 우루과이의 모든 것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11년 10월 나에게 우루과이는, 복지정책이 잘 정비되어 있어 이민국으로 인기가 좋고, 투명한 정치로 남미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한반도의 2배 넓이지만 인구는 350만 밖에 되지 않는 농업국가로 기억되고 있다.

아울러 나에게 국제기구를 처음으로 경험하게 해준 인상 깊은 나라로 가슴깊이 새겨져 있다.

로스엔젤레스, 산티아고 공항을 경유하고 꼬박 기내식을 7번 먹고 나서야 32시간이 걸려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 발을 디뎠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남미는 멀리서 안데스 산맥에 잔뜩 구름이 껴있는 신비의 나라였다.

도착 날 마침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 200주년, 10월 12일 콜럼버스데이 공휴일을 맞아 거리의 축제가 한창인 몬테비데오 시내를 걷게 되었다. 아시아인이 흔하지 않은 이 곳에서 나는 행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는데 때론 중국어와 일본어로 사람들이 말을 걸기도 한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아리가또'를 외치면서 같이 사진을 찍기 위해 아웅다웅 하는 모습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일본의 잔재가 지구 반대편인 우루과이에도 남아있구나!' 라는 사실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제네바 선언과 헬싱키 선언, 이는 의료윤리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선언들이다. 나는 세계의료윤리의 초석, 2011년 세계의사회 총회에 참여했다. 총회시작 전날, 제1회 JDN(junior doctor's network) 미팅을 위해 우루과이 의사회 회의실에 모였다.

미국· 캐나다· 독일·호주· 한국의 젊은 의사들을 주축으로 'Social Media in Medical Practice'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 오직 열정만으로 뭉친 젊은 의사들은 진지한 태도로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각 국가별 전공의들의 병원 근무환경 및 복지, 각 나라의 의료현안을 공유하였고 전공의 근무 시간·보수· 수련 후 진로문제·의사의 적정 수 등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이 세계적으로 공통된 문제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자발적으로 구축된 JDN모임은 이제껏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나의 삶을 돌이켜 볼 때 나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였고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 쌓아올린 그들의 노력이 총회 본회의에서도 발언권을 얻고 정책이 상정되는 쾌거를 지켜보면서 나의 교감신경은 흥분되고 있었다.

이사국으로서 당당하게 의결권을 가지고 참여했던 우리나라 대표 신동천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님, 현재 대한의사협회 국제협력실행위원장으로서 WMA 내에서 그 입지를 굳건하게 지켜 나가고 있다.

이번 총회에는 참석하시지 못했으나 KMA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주역이 돼오신 문태준 명예회장님, 차세대리더로서 큰 희망을 주셨던 세계 각국의 senior doctors 모두가 나에게 멘토이자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세계의 젊은 의사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놀라움, 장차 10년 20년 후에 내가 WMA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며 또 이곳에서 논의되어진 내용들을 어떻게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들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보건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나에게 임상의료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소중한 계기였고,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잠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임상과 보건의료의 발전을 위해서 나의 정열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던 결심을 이 글을 쓰는 지금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신현영 (대한전공의협의회 복지이사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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