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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누가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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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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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상반기 의협감사를 마치고
▲ 김주필(대한의사협회 감사)

이제 이런 생각이 납니다. 흔히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집안에 몹쓸 일이나 또는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집안의 어른이신 할머니나 할아버지께서 흔히 하시는 말씀이 "내가 오래 살았어, 진작 죽었어야 하는데…" 이 말은 작가들이 흔히 쓰는 말입니다.

오늘 심정이 꼭 그런 심정입니다. 너무 오래 의사회에 있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군요. 사회가 투명한 것이 좋은 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또 그래야 되고요. 호랑이는 굶어 죽을 지언정 풀을 먹지 않습니다. 무사는 얼어 죽을 지언정 곁불은 쬐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참으로 좋은 말입니다. 그래야 되지요. 안방에서 자식새끼들이 굶어 죽어도 옆집에 가서 식량을 빌려오거나 훔칠 수는 없지요. 그냥 굶어 죽어야 되는 것이 양반들의 철학이고 원칙이겠지요.

병자호란때 인조는 청나라 정예군대의 침범을 받고 무책임하게도 자기나 살겠다는 생각으로 남한산성으로 도망가 버렸습니다.

그 내부에서도 주화파인 최명길과 척화파인 김상헌 파들은 그 상황에서도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면서 백성들의 안위보다는 자기들의 입장과 명분만을 내세우면서 서로 싸웠습니다.

밖에서는 수많은 백성들이 재산을 약탈당하고 목숨을 잃고 여자들은 강간 당하는 등 그 참혹한 상황을 그들은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결국 인조는 삼전도에서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굴욕을 당하고 왕자들이 볼모로 잡혀 갔습니다. 그런 굴욕을 당하면서도 대신들은 또 싸우고 싸웠습니다.

상대방의 작은 흠을 찾아 침소봉대하면서 그런 상황이 그 후로도 수백년 지속되다보니 결국은 일본의 통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없고 대책없는 싸움만 하는 집단에 어찌 그 구성원의 이익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결국은 외부의 힘에 끌려 다니면서 썩은 고기조각을 던져 주면 받아 먹고 연명하는 병든 개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이것이 어찌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누가 감히 말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정부와의 협상에서 많이 겪은 일이 아닙니까?

의협의 감사를 하면서 또한 의사회의 여러 가지 직책을 맡으면서도 지금처럼 자괴감과 또 실망 무력감 등 모든 용어를 동원해도 표현할 수 없는 슬픈 이런 상황이 된 것은 그리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 왔는지 우리는 다시한번 돌아보고 혀를 깨무는 아픔을 느껴야 되겠습니다.

스스로 자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자정능력이 없는 집단은 인체로 말하면 면역 능력이 전혀 없는 에이즈 환자나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이제 우리 모두 정관과 규정에 위반되는 일을 해서는 안되겠지요.

단 1원도 영수증 없이 써서도 안됩니다. 복지부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또 그 보좌관들을 만날 때도 혼자 만나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반드시 공개된 자리에서 만나고, 찻값이나 식대도 각자 내야지, 우리가 내줘서도 않되고 또 그들에게서 받아 먹어서도 안됩니다.

나는 법을 잘 모릅니다. 법을 전공한 법조인(판사, 검사, 변호사)들도 법적용에 서로의 견해 차가 있고 몰라서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데 내가 법을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그저 한 두가지 알고 있는 얄팍한 법지식 몇가지로 자기가 무슨 법률을 다 아는 것처럼 떠벌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나 법도 상식에 기초를 두고 만들어지는 서로의 약속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 적용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들이대는 잣대가 다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성이나 진실 성실성에 대한 요구와 기대는 또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의사라는 특수한 신분으로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도덕상은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가혹합니다. 특히 근래에 우리가 본 의협회장의 재판이나 고대의대생들의 성희롱 재판 등을 보면 그렇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만큼 그 반대 급부가 있어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요구만 있지 않습니까? 이런데도 내부에서는 그런 것을 해결하는 노력보다는 쓸데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시비나 걸고 싸움질이나 즐기는 듯한 일부 몰지각한 자들에 의해 의협이 휘둘리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다 그런지는 모르지만 "뭔가 의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고 새벽 한시 두시까지 상대방에 술을 사주면서 몸을 망쳐가고 있는 직원들, 동생이나 자식 정도의 연배에 있는 정치가나 행정부의 공무원들에게 자존심 상하는 마음을 덮으면서 의사회를 위해 일하는 임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것도 감사의 한 임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러다 보면 잘못하는 부분도 있겠지요. 그런 것은 우리가 지적하고 고쳐가야 합니다. 회장이나 이사들은 몇 년 의사회의 일을 하고는 물러 갑니다. 그러나 직원들은 이곳이 평생 직장입니다. 이곳에 있는 몇몇 오래전부터 보아온 국장들도 이제는 많이 친해 졌지만 그들의 얼굴을 보면 어느덧 그들의 얼굴에서 옛날의 젊음과 패기 대신에 노화와 경륜을 느끼게 되는 것은 많은 세월이 흘렀다는 것이겠지요.

넉넉하지는 않았겠지만 이곳에서 일생을 보내면서 식솔들을 거느리며 먹고 살고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사회에 체면을 살리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어느 직장이고 만족스러운 직장은 없습니다. 직원 여러분들도 이 의사회가 의사들의 것만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것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의사들이 주인이고 여러분들은 고용된 직원으로서의 갑을 관계가 아닌 다 같은 갑의 위치에서 일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자부심을 가지십시오.

생각 같아서는 지금 그만두고 싶지만, 이번 감사의 임기가 끝나면 의사회의 현역에서 떠날 생각입니다. 오래전에 현역에서 떠났어야 될 원로 일부들께서 지금도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을 이번 감사에서도 보았습니다. 이건 아닙니다.

낙엽은 질때 져야 되고 아름답게 떨어져 썩어 밑거름이 될 때 그 소임을 다하는 것이고 보람이 있는 것입니다. 떨어질 때 떨어지지 않고 나뭇가지에 붙어 썩어가는 낙엽은 보기도 흉하고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 말들로 시간을 빼앗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의사회가 처한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이곳에 계신 임직원들의 노력과 협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리는 충정을 이해해 주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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