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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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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0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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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이혁(대한의사협회 고문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 총재)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행복하다(Wer lieven kann, ist glucklich)라는 말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가 <마르틴의 일기>(1918년 집필)에서 남긴 말인데 필자가 무던히 좋아하는 구절이다.

요즘은 결혼주례를 맡지 않고 있지만 한때는 거의 주 3회 정도 주례를 맡기도 했다. 10여년 전부터 이 구절을 주례사에 꼭 포함시켰다.

필자는 일제 강점기에 경성제대 예과에서 공부했는데, 당시에는 의학(이과 을류)이나 법학(문과 갑류)을 전공하게 되는 학생들에게는 독일어가 제1 외국어였으며, 주 10시간 이상 교육을 받았다.

자연히 독일출신 문호들의 작품에 접할 기회가 많았으며, 헤세의 작품 중에서는 <수레바퀴 밑에서>(Unterm Rad, 1906) 가 제일 인기가 높았다.'수레바퀴 밑에서'(Unterm Rad)라는 단어는 소설의 주인공인 한스 학생이 헤브라이어 등의 성적이 떨어지자 교장이 꾸지람한 말씀이다.

수레바퀴 밑에 깔린다는 것은 파멸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꿋꿋하게 되어야 한다는 뜻도 있다.

당시 독일 신학교의 규칙은 대단히 엄격했다. 구약성서는 헤브라이어로, 신약성서는 그리스어로 읽어야 했다. <수레바퀴 밑에서>는 헤세가 신학교를 탈주한 체험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헤세는 <데미안>(Demian, 1919), <크눌프>(Knulp, 1915) 등 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단편집·시집·우화집·여행기·평론·에세이·서환집 등 다수의 간행물을 발표했다.

헤세는 4세부터 9세까지 스위스의 바젤에서 지낸 것 외에는 대부분 독일 남부의 칼프에서 지냈다. 1890년 라틴어 학교에 입학하고 다음해에 신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천성적인 자연주의자로서, 개성에 눈뜨면서 미래의 시인을 꿈꾼 해세는 신학교의 속박된 기숙사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그곳을 탈주했으며, 한때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노이로제에서 회복된 후 다시 고등학교에 들어갔으나 1년도 못되어 퇴학하고 서점의 견습 직원이 되었다.

그 후 한 동안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병든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갈프의 시계공장에서 3년간 일하면서 문학수업을 시작하였다. 1895년 가을 튀빙겐의 서점에서 다시 견습 점원이 된 헤세는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하여 처녀 시집을 출간했으며, 산문집을 발표했다.

그는 1904년에 9세 연상의 피아니스트와 결혼하여 스위스로 이주한 뒤 시작에 전념하였다, 1923년에는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였다.

그 후 그가 걸어온 생애 중에는 인도여행으로 동양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 일, 제 1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문단과 출판계로부터 애국주의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비난과 공격을 당한 일,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정신병, 자식의 신병 등 가정적 위기를 맞이면서 여기에서 탈출하려고 작풍(作風)이 달라진 일이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인간성을 말살 시키려는 나치의 광신적인 폭정에 저항한 일 등 많은 파란을 겪다가 1962년에 세상을 떠났다.

해세의 연애론은 유명하다. 소년기의 철없는 사랑, 장년기의 애욕의 사랑, 만년기의 만인을 위한 사랑 등이 잘 말해주고 있다. 그의 작품은 그의 연애편력을 토대로 한 것이며, 결국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데서 진짜 행복이 있다"는 경지에 도달하고 있다.

필자는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행복하다"가 실려 있는 <마르틴의 일기> 원문을 접한 일이 없다. 10여년 전에 폴카 미헤르(Volker Michels)라는 편집인이 '헤세의 사랑'을 주제로 연구하고, 헤세의 여러 작품과 시·평론·수상 등에 실린 것들을 정리하여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것을 일본 번역가가 번역하여 출판한 책을 만난 것이 인연이 되었다.

헤세는 나이 들어감에 따라 어디에서 기쁨을 찾고, 삶의 원천을 찾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며, 사랑한다는 것이 전부라는 사실을 필자는 체험했다.

그리고 우리들의 존재를 값진 것으로 만들고, 기쁨에 찬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감정, 감각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점차 알게 되었다.

필자가 이 지상의 어디엔가 '행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봤을 때는 그들은 언제나 감정으로부터 만들어져 있었다. 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권력은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돈과 권력 두 가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도 마음이 비참한 사람을 많이 보았다.

아름다움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단히 아름다운 남녀 중에도 마음이 비참한 경우가 꾀 보였다.

아름다움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고,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찬미할 수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었음 깨달았다.

행복은 사랑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 우리들은 마음속에서 행복을 추구한다. 사랑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행복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을 뿐이다.

세상의 불행은 사랑하는 마음의 능력이 손상되는 데서 생긴다. 예수도 부처도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의 마음 속 깊이 있는 것 즉 사랑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한편, 헤세는 20세기의 문명 비판서라고 할 수 있는 미래소설 <유리알 유희>(Das Glasperienspiel, 1943)라는 작품으로 194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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