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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06:00 (금)
청진기 하모니
청진기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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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0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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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용(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영상의학과 교수)
▲ 문태용(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영상의학과 교수)

모차르트의 협화음이 완벽하고 좋기는 하지만 때로는 베토벤의 불협화음이 모차르트의 협화음을 그리워하게 만들기도 한다.

올해 병원 새 마음 연수과정은, 네 시간 만에 창의적인 합창단을 구성하고 대중 앞에 공연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구성원은 병원 식구였고 남녀노소·상하·직책 구분 없이 합창과 안무로 하모니를 이룬 서로 통하는 합창단을 만드는 것이다.

강사는 '솔' 하고 발성을 했다. 우리는 따라서 '소오오올…'하고 꼬리를 길게 내렸다.

더 크게! 강사는 소리쳤다.? '소올……' 네, 참 잘 했어요. 잘한 것도 없는데 칭찬이 나왔다.

양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솔'이 아니라 '소올' 이었다. 옆에 있던 사람은 모두가 '소올' 하면서 죽어 들어가는 자신 없는 발성을 내어도, 네 좋습니다. 자, 잠깐 휴식하고 물 한 잔 마시고 오세요. 더 이상 '소올' 소리로 번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나는 나이도 많고 음정이나 안무는 아무래도 서투를 것 같아 자진해서 꼭두각시 단장을 맡기로 했다. 강사는 단장인 나를 합창단 앞에다 세워 놓고 음악을 틀어 주면서 개사(改詞) 하라고 지시했다.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이 가사를 어떻게 바꿀까요? '경남양산에 물금 범어리' 네, 좋습니다.

'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 을 '오봉산 아래 양산부산대'로 바꿀까요? 네 좋습니다. 강사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반복해서 음악을 틀어 주고 우리 단원은 생각나는 대로 가사를 바꾸었다.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속의 흐르는 물찾아' 를 '환자의 웃음이 들려오는 행복 속에'로 그리고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를 '그곳에서 건강을 찾아요' 네 좋습니다. 완성되었군요. 이 개사를 모두 외우세요. 지금부터 안무에 들어갑니다.

꼭두각시 단장은 깜작 놀라서,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겁니까? 가사도 제대로 암송 못하는데 안무가 될 수 있나요? '네, 될 수 있습니다. 잠깐 쉬고 하죠. 단장은 합창단 이름을 구상하세요. 물어 보고 회원들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세요. 합창단 이름을 뭐라 할까요.

'통하였느냐' 가 어떻습니까? 자, 자, 손들어 보세요. 오우 '통하였느냐'가 절대 다수군요 좋습니다. 자 이제 안무를 시작합니다. 어느새 강사는 개사된 가사를 외우고 그리고는 음악과 함께 안무를 시작했다. 강사는 한 박자도 뒤떨어지지 않고 노래하고 안무하는 한 단원을 집중해서 칭찬하고 관심을 기울였다.

드디어 대중 앞에서 합창과 안무를 하기위해 단상에 올랐다. 강사는 어디 갔는지 숨어 버렸다. 지금부터 모든 진행은 단장이 맡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엉겁결에 무대로 떠밀려 올라가 인사를 했다. "안녕 하세요 통하였느냐 합창단 단장입니다. 합창 하모니 완성품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거기에서 건강을 찾아요' 안무까지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왜 완성품을 보여 준다고 말했는지 나 자신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 합창단은 완성품이라는 말에 바짝 긴장했다. 하나, 둘, 셋, 넷, 반주가 시작되자 순간 우리대원들 모두가 강사가 가장 잘한다고 칭찬한 그 단원에게로 눈과 귀가 쏠렸다. 맨 앞줄 중간에 있는 한 단원이 전체를 정음으로 안무로 지휘하고 있었다.

단원들 눈치가 어찌나 빠른지 단장인 본인은 그들의 하모니 속에 눈치껏 하모니를 이루고는 있는 듯 없는 듯 어떠한 티도 낼 수가 없었다?

가정, 직장, 그리고 국가 역시 소속 조직원이 하모니를 이룰 수 있다면 더 이상 완벽한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하모니을 추구하는 동기 유발은 역시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고 독단적인 언행을 일삼는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을 가진 전문가의 반란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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