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9 19:35 (금)
동의없는 공단 현지확인 불법...서귀포시 녹취록 파문

동의없는 공단 현지확인 불법...서귀포시 녹취록 파문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1.10.28 17:41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지부, "동의없었다면 공단 잘못한 것"
서귀포시 내과 의사들 대부분 당해...피해 의원 7곳 확인

현지확인을 나온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요양기관장을 압박하고 환수금액을 삭감해주겠다며 흥정하는 과정을 녹음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녹취록을 공개한 A원장 뿐 아니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개원 중인 내과 의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똑같은 현지확인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A원장 뿐 아니라 조사를 받은 대다수 의사들이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고지를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만일 공단 직원이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통보하지 않고 의사들에게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공단 조사는 모두 불법이 된다.

현재 A원장을 포함해 최근 한달 안에 서귀포시 공단 지사로부터 현지확인을 당한 것으로 확인된 의사는 최소 7명. 7명 모두 조사를 나온 공단 직원으로부터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통보를 전혀 받지 못했으며 "만일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됐다면 조사를 거부했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서귀포에서 내과를 개원하고 있는 B원장은 "조사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공단으로부터 당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현지확인을 받은 C원장 역시 "조사원으로부터 현지확인을 안받아도 된다는 말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만일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면 누가 조사를 받겠느냐"고 반문했다.

D원장도 "공단이 현지확인을 나왔다길래 언듯 조사권한이 있나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아무 얘기도 안해주길래 권한이 있는 줄 알았다"며 "정부가 행정을 하면서 최소한의 설명도 없이 이런 식으로 조사를 해도 되냐"고 분개했다.

특히 D원장과 또 다른 E원장은 공단의 조사결과 문제가 없어 환수조치를 당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공단이 별다른 혐의없이  마치 전수조사하듯 서귀포시에 있는 내과 의원과 일반과 의원들을 휩쓸고 다녔다는 얘기가 된다.

역시 같은 조사를 받은 F원장은 "서귀포시 뿐 아니라 다른 곳까지 대략 20명이 넘는 의사들이 현지확인을 받았다고 들었다"고 밝혀 공단의 불법적인 조사가 서귀포시뿐 아니라 제주도 다른 지역에서도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의없는 '현지확인' 불법...공단 조사권 없어

공단이 벌인 것으로 확인된 '현지확인'은 '현지조사'와는 전혀 다른 행위다. 현지조사는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한 '행정처분' 행위다. 건보법 제84조 2항은 "복지부장관은 요양기관에 요양·약제의 지급 등 보험급여에 관해 보고 또는 서류제출을 명하거나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관계인에게 질문을 하게 하거나 관계서류를 검사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복지부 장관의 자료제출 명령을 거부하면 '서류제출을 하지 아니한 자, 허위로 보고하거나 허위의 서류를 제출한 자 및 검사 또는 질문을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95조)'는 규정에 따라 처벌받는다. 바로 이 조항이 현지조사를 강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현지조사와는 다른 현지확인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부당이득의 징수) "공단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자 또는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급여 또는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건보법 제52조는 부당이득을 징수할 수 있다는 말이지 현지조사를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복지부 장관만이 가진 현지조사권한 역시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갖고 있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확인은 조사받는 피조사자의 동의 아래 이뤄져야 한다. 이 점은 건보 공단도 인정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녹취록 파문이 커지자 28일 해명자료를 냈다. 해명자료에서 "조사권이 없는 공단의 현지확인은 요양기관의 자발적인 협조를 전제로 진행된다"고 밝히고 있다.

복지부 역시 녹취록 파문이 벌어진 28일 "공단이 만일 의사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현지확인을 했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단의 현지확인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현지조사에 대한 지침은 갖고 있지만 현지확인에 대한 지침은 만든 적이 없으며 공단으로 관련 지침을 내려보낸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의협 서귀포시 사태 조사 방침

이경권 변호사(법무법인 대세)는 "피조사자가 자신에게 명백히 불리할 수 있을 것으로 인정되는 현지확인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사실을 모른 채 받았다면 법원은 공단이 피조사자들에게 동의를 받았다고 보지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제대로된 고지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임의동행'이다. 경찰이 영장없이 임의동행을 요구할 경우 피조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동의를 얻지 않았다면 피조사자의 거부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한다. 녹취록의 당사자인 A원장을 비롯해 7명의 의사들 모두 "조사를 안받을 수 있다는 고지는 받은 적이 없으며 물론 관련 동의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 역시 "현지확인과 관련해 공단 차원의 지침도 없고 통일된 협조서식도 없다"고 밝혔다. 현지확인과 관련해 체계적인 조사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현지확인 파동의 당사자인 A원장은 "공단의 주먹구구식 현지확인에 할말을 잃었다"며 "현지확인을 받은 서귀포 지역의 의사들과 함께 법적인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서귀포 지역에서 일어난 공단의 광범위한 불법 현지확인 행태가 확인되는 대로 법적인 대응을 할 방침이다.

현지확인을 받은 E원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막무가내로 이뤄지는 공단의 현지확인 관행이 근절돼 피해를 입는 의사들이 안나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