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미래의 발전을 위한 제언:보편적 이해와 신뢰
청진기 미래의 발전을 위한 제언:보편적 이해와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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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0.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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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기(세브란스병원 내과 R4)
▲ 김충기(세브란스병원 내과 R4)

필자는 지난 일 년 간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여러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료계의 여러 현실적 문제점에 대해 이해하고자 노력하였고, 미력하나마 그러한 문제에 대해 젊은 의사의 관점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자 노력하였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정신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전공의들을 대신해 앞장 선 입장에서, 복잡한 현실의 갈등을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러한 문제인식과 변화의 노력에 대해 다수의 보편적 이해와 신뢰가 충분히 전제되고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십수년 간의 대전협의 노력으로 제도적으로 전공의들에 대한 환경은 많이 개선되었다. 예를 들어 전공의들이 연간 14일의 정기휴가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규정이 마련되고, 적절한 근로시간에 대한 비전이 제시되고 있는 변화는, 여전히 많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바람직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에 대해 사람들은 얼마나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함께 동참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큰 의문이다.

적절한 근무환경에서 합당한 대우 하에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명시적으로 보장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환자의 진료 업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전공의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과 부적절한 처우는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전공의들의 근무 여건 개선에 대한 노력은 사회적 이해와 협력이 필요한 과제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거창하게 사회 전반의 인식은커녕 의사 집단 내에서나마, 아니 전공의들 스스로도 그러한 문제에 대한 이해는 많이 부족하다.

얼마 전 아랫 년차 전공의에게 연락이 왔다. 갑작스레 다음주에 예정이 되어있던 휴가를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살펴보니 로테이션 일정이 이번에 다소 짧게 배정되어 휴가를 가면 너무 배우지 못할 것을 염려된다고 하신 교수님의 말씀 때문이었다.

필자는, 그가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휴가를 즐기려던 차에 갑작스레 처한 상황에 당황하여 연락하였을 것이라 생각하여, 어쨌든 교수님께 잘 말씀을 올리고 허락을 구했다. 몇 번이나 휴가를 가라고 이야기했지만 결국 그 전공의는 휴가를 포기했다.

그리고 그 아래 년차의 몇몇 전공의들도 누구도 강제하지 않았는데, 게다가 몇 번이나 반드시 휴가를 떠나라고 거의 명령하다시피(?) 하였지만 휴가를 가지 않았다.

모두가 선의로 의도하였지만 결국 누군가의 권리는 그리 어렵지 않게 포기된 셈이다. 부끄럽게도 밖에서는 전공의의 권익을 외치는 필자의 아래 전공의의 사정이 이러했다.

더 크고 중요한 문제는 어떨까. 수십 년 간 불법 리베이트의 뿌리를 잘라내지 못한 대가는 쌍벌제의 도입으로 귀결되었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로부터 리베이트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의사들이라는 낙인이 찍혔다는 점이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의사들은 여전히 그러한 문제에 대한 판단을 개인 스스로의 몫으로 떠안고 있다. 리베이트를 아예 거부하는 의사들도 있는 한편 으레 그랬듯이 영업사원과 함께 회식을 하기도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그 누구도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 못한 채, 결국 의도치 않더라도 사회적 기준에 벗어난 판단을 한 어떤 의사는 본이 아니게 가혹한 비난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다.

훌륭한 많은 리더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끊임없이 발전을 위해 고민하여 많은 사람들을 위한 보편적 기준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고민과 논쟁이 필요한 지금, 사람들이 그 고민의 깊이와 가치를 일방적으로 이해하고 신뢰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함께 공유하는 보편적 인식을 잘 이해하고, 현실적 문제와 더불어 추구해야 할 변화의 과제를 공유하는 것이 공동체가 함께 문제를 극복해나갈 수 있는 보다 바람직한 방법이 될 것이다.

더구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흐름에 더 이상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고립된 가치 체계보다는 보다 폭넓은 관점과 생각을 품어야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보다 많은 이들이 함께 생각을 나누고 고민하여 변화의 방향을 만들어 나아간다면 사회 구성원 상호 간의 신뢰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그런 보편적 이해와 신뢰가 전제될 수 있을 때, 우리들은 여러 문제에 대해 어설프게 덮어두고 지내기보다는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하며 발전적 제언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신뢰와 존경을 받는 성숙한 집단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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