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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복지부 영상수가 인하조치는 위법" 판결
법원 "복지부 영상수가 인하조치는 위법" 판결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1.10.2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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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원, 아산병원 등 44개 병원 '승소' 선고
"전문평가위원회 거치지 않은 절차상 하자"

CT·MRI 등 영상장비 수가를 크게 인하한 보건복지부의 조치는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일선 병원들은 인하되기 전의 수가를 적용받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제 6부(재판장 김홍도)는 21일 대한병원협회와 서울아산병원 등 44개 의료기관이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상대가치점수 인하고시 처분 취소 소송에서 "복지부의 영상수가 인하 조치는 절차상 위법하므로 고시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지적한 절차상 위법이란 복지부가 수가 인하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이하 전문평가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사실을 의미한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권으로 요양급여대상 여부, 상대가치점수 및 상한금액 등을 결정할 경우 의료공급자측과 수요자측, 공익대표 등이 참여하는 전문평가위원회의 평가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평가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복지부의 수가 인하 고시는 법규명령을 위반한 위법한 행정조치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행법은 상대가치점수를 장관 직권으로 조정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치료재료의 상한금액을 환율에 연동해 조정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반드시 전문평가위원회의 평가를 거치게 되어 있음이 명백하다"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특히 요양급여행위의 상대가치를 평가하는 작업이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라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요양급여의 상대가적 가치평가는 의료행위 자체에 내재된 성격에 따라 결정될 사항으로서 의학의 발달과 의료기술의 진화에 의해 항상 변화하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요양급여행위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므로, 상대가치를 평가하는 작업은 전문가에 의한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대가치 평가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전체 의약계 대표자들간의 계약과 협상력에 따라 정해져야 할 분야라기 보다는 전문가에 의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가를 인하할 만한 특별한 사정 없이 직권조정한 것은 위법하며, 수가 인하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가 결여됐다는 병원계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병원계는 이번 소송에서 "상대가치점수를 직권으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행위에 포함된 업무량과 자원량, 자원가격 등이 현저하게 변화되거나 급격한 경제지표의 변동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며 "따라서 건보재정 악화에 대한 대책마련이라는 명분 아래 단행된 수가인하는 위법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CT, MRI의 장비가격이 다소 감소하고 CT, MRI, PET의 급여비용과 검사건수가 급격하게 증가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건보재정 현황에 비추어 재정 안정을 도모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복지부가 영상수가를 직권조정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영상수가 인하 고시처분 취소와 함께 항소심 판결 선고 때까지 고시의 효력도 함께 정지시켰다. 따라서 일선 병원들은 종전의 수가를 적용받는다.  

이번 판결에 대해 병원계는 매우 반기는 분위기다.  선고 직후 이상석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영상장비 수가 인하에 대해 병원계가 크게 우려했다"면서 "병원들의 입장을 상당부분 들어준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지난 5월부터 CT 14.7%, MRI 29.7%, PET 16.2% 등을 각각 인하했으며, 병원계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영상수가 인하조치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지난해 복지부의 백내장 수술 DRG 수가 조치에 반발해 안과의사회가 제기한 소송에도 다시 한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과의사회는 지난해 6월 정부가 백내장 수술 수가를 2012년까지 평균 10.2% 인하하기로 결정하자 이에 반발, 서울행정법원에 상대가치점수 인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며, 1심에서 패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통상 상급법원이 하급법원의 판례를 따르는 경우는 드물지만 적어도 긍정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의료계의 조심스런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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