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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수술...6배 비싼데도 하는 이유는?

로봇수술...6배 비싼데도 하는 이유는?

  • 조명덕 기자 mdcho@doctorsnews.co.kr
  • 승인 2011.10.1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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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18일 '한국의 의료, 과연 적정한가?' 심포지엄
과잉ㆍ과소 진료의 문제점 지적하고 대안 모색

일선 진료현장의 의대 교수들이 과잉진료 및 과소진료의 문제점과 함께 적정진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정희원 서울대병원장은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우리나라 의료의 적정성을 높이는데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이 18일 오후 1시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1층 대강당에서 개최한 '한국의 의료, 과연 적정한가?' 주제의 2011 병원의료정책 추계 심포지엄은 그동안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음에도 의료계 입장에서 스스로 꺼내기 곤란한 사안이었던 과잉 및 과소 진료 문제를 다루어 주목받았다.

'대장항문 외과 분야의 적정진료'를 발표한 박규주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외과)는 "외과 분야에서의 적정진료 문제는 수술수가와 전문인력 공급 사이의 불균형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최근 급감하고 있는 외과전공의 지원 현황이 이같은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는 말로 서두를 시작했다.

"입원진료 1~2위를 다툴 정도로 치핵(치질) 수술이 흔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과연 반드시 필요한 환자에게 치핵(치질)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박 교수는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수술이 암 수술 측면에서 기존의 개복수술에 비해 치료결과가 더 낫다는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일반인들에게 표준화된 술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특히 기존 수술법에 비해 6배나 비싼 로봇수술을 남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로봇수술 기계는 2011년 기준으로 국내에 이미 36대가 도입돼 있고, 연간 6000여건의 수술이 로봇수술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경제적 논리에 왜곡돼 로봇수술의 효과가 실제보다 과대 포장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아울러 대장암 환자가 일부 병원에 편중되는 현상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국내 현실에 맞는, 가장 효율적인 대장암 진료 지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활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는 '영상의학 검사와 적정진료'를 통해 "급증하고 있는 영상검사의 적정성이 확보돼 있는지 의문"이라며 "방사선 검사에 따른 방사선 피폭은 환자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가 이미 확립돼 있음을 감안하면, 방사선 검사를 통한 환자의 이득이 환자에게 미칠 위해보다 더 큰 지를 잘 따져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행 건강보험제도가 방사선을 사용하는 CT 등은 대부분 보험 급여를 인정하고 방사선 위해가 없는 MR 등은 대부분 급여를 인정하고 있지 않아 의료행태를 왜곡시키고 있다"며 "방사선 피폭에 민감한 소아환자에서 방사선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항생제 사용과 적정진료'를 발표한 김남중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감염내과)는 "항생제 사용은 과잉진료 문제가 심각한 대표적인 영역"이라고 전제하고, "수술창상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투여하는 항생제 처방의 문제를 지적했다.

"항생제의 과잉사용은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늘릴 뿐만 아니라 내성 문제를 야기해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강조한 김 교수는 "건강보험 급여범위가 협소해 반드시 필요한 항생제 치료가 비보험으로 분류돼 임상현장에서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는 과소진료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장질환 검사와 적정진료'를 발표한 김용진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심장내과)는 "최근 심장질환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심장질환 특히 관상동맥질환의 진단을 위해 각종 심장영상검사를 활용하는 빈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상당한 비용의 고가검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들 검사의 진단정확도나 임상적 유용성을 제대로 평가한 다기관 연구결과가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불필요한 비용 부담 뿐만 아니라 환자의 건강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심장 영상검사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근거창출을 위한 임상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형진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소아에 사용되는 많은 약제가 전향적 임상시험 등을 거치지 않아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되는 '허가초과 의약품'이며, 이는 소아가 성인에 비해 사회적 약자이며, 성인에 비해 발병 빈도가 낮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소아용 임상시험을 별도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 같은 허가초과 의약품은 소아에서 약물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효과적이며 꼭 필요한 약제를 사용하는 경우라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를 발생시킨다"며 소아에서 허과초과 의약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완화의료와 적정진료를 발표한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는 "완화의료는 의학적ㆍ사회적 필요성이 매우 크지만 과소 제공되고 있는 대표적인 영역 중의 하나이며, 이는 절대적인 인프라의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500병상 이상의 병원에서의 임종실 설립에 대해 암환자는 물론 환자가족ㆍ의사ㆍ일반인의 90% 이상에서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한 윤 교수는 "각 병원이 완화의료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사망 직전에 불필요한 연명치료로 지출되는 과도한 의료비를, 말기암 환자의 품위있는 죽음을 위해 완화의료에도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을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실제 임상현장에 본 적정의료' 세션의 주제발표에 앞서 '적정의료의 개념과 이론' 세션에서는 ▲근거중심의학과 적정의료(허대석ㆍ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 ▲적정의료와 의료의 질 향상(이규덕ㆍ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위원)이 각각 발표됐다.

이어 김선민 심평원 평가위원ㆍ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상임대표ㆍ윤석준 고려의대 교수ㆍ이상무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위원ㆍ이상일 울산의대 교수ㆍ이희영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위원ㆍ황운하 중앙일보 기자 등이 참여하는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한편 정희원 서울대병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적정진료의 개념이 정리되고 과잉 혹은 과소 진료가 존재한다면 그 원인을 찾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 바란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우리나라 의료의 적정성을 높이는데 서울대병원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강윤구 심평원장ㆍ성상철 대한병원협회장ㆍ손숙미 의원(한나라당)도 심포지엄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심포지엄을 주관한 이종구 서울대병원 대외정책실장은 "서울대병원이 국공립병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있어 '양질의 적정진료'가 핵심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이번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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