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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의사' 만들기
'착한 의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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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0.1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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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숙(울산의대 교수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지구 곳곳에서 심한 요동이 일고 있다. 지구촌 어느 누구도 피해갈수 없는 세계금융위기, 날로 심해지는 환경파괴와 자연재해, 테러 위험, 사회 양극화, 끊임없이 보도되는 부패와 비리 등 수많은 걱정거리들로 마음이 심란하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도 결국 근본 원인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는 안철수 신드롬도 그 바닥에는 결국 도덕과 윤리의 문제, 즉 기성 정치인·기업인·지도층이 "정직하고 윤리적이지 않다" 라는 불신과 이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착한 자본주의', '착한 기업', 등 '착함' 이 최근 자주 회자되는 단어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 셀러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제 사람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사회가 좀더 공정하고 도덕적이기를 원하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국민들은 기득권층이라고 간주되는 의사들도 좀더 윤리적이기를 바라며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의료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안에서 일어난 의대 동료여학생에 대한 성추행 사건은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사건으로 최상위권 학생들만 들어가는 의대에서 벌어진 사건이기에 그 여파는 더 엄청났다.

이제 대학 측이 가해 학생들을 출교시키면서 한고비 넘긴 것 같으나 일어나서는 안 될 안타까운 사건으로 이를 계기로 예비 의사 들 뿐 아니라 모든 의사들의 윤리관을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최근 필자가 관여하는 단체에서 개최한 '의료인문학 문항 국시 포함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인문학을 국시에 포함해야 한다는 사실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의료윤리가 국시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험점수 하나만으로 의사 한 사람의 일생이 결정되다시피 하는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시험에 출제되는 주제만큼은 학생들이 반드시 공부하고 생각해 보기 때문이다. 시험과 상관없이 학생들이 스스로 윤리문제를 고민하고 '착한 의사'가 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 같다.

이미 많은 의대에서 의료윤리와 인문학을 강의하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하여 주위 교수들을 보더라도 윤리 강의에 많은 학생들이 불참하거나 강의실에 들어와서도 다른 과목을 공부하면서 강의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을 경험하였다.

의사로서 향후 진로의 많은 부분이 시험성적에 의존하는 현 제도에서 이해는 가지만 걱정스러운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윤리관을 어떻게 시험으로 평가할 수 있나?" 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의료환경이 점차 복잡해 짐에 따라 체계적인 윤리교육이 더욱 중요시 되면서 이에 대한 커리큘럼 및 평가방법의 개발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에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일단 의료윤리문제를 국시에 내야 한다. 물론 그 이전에 각 대학에서 윤리 문제를 시험과목에 포함시켜야 하며 그러기 위해 윤리 강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미 많은 의대에서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으나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져야 하며 의대 인정평가에도 포함돼야 한다.

윤리문제는 객관식으로 출제하여 답안을 개별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답안지 하나만 가지고 학생의 인성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국시에 윤리문제가 출제된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그리고 예상 문제를 미리 공부하면서 고민하는 그 과정 자체가 훌륭한 윤리교육이 될 것이고 후에 의사가 된 후에도 이러한 경험이 좀더 윤리적인 의사가 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주관식 문제뿐 아니라 학교 사정이 허락한다면 교수와의 개별 면접, 또는 그룹 토론도 유용한 평가방법이 될 것이다.

또 하나 제안할 것은 각 교육병원에서 ethical grand round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단국대병원에서 이미 시행하여 좋은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뿐 아니라 수련의와 교수들도 다양한 의료윤리문제들에 대하여 토론을 하면서 윤리의식을 고취시키며 동시에 의료사고도 미연에 방지하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얻을 것이다.

끝으로 하나 더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이제 법으로 명시된 의사면허 갱신 시 제출하는 연수교육 평점에 의료윤리교육과정 이수를 포함할 것을 제안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의사면허 갱신 시 이러한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윤리문제로 징계를 받은 의사는 면허를 재발급 받을 때 의무적으로 일정 시간의 윤리강의를 추가로 듣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단 면허 재발급의 자격과 징계에 관한 지침을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만들어야 하며 이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의료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국민의 지식 향상으로 의료행위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윤리문제들이 급증하고 있다. 예를 들면 뇌사·장기이식·고가의 집중치료·안락사·보험 안 되는 고가의 신약이나 수술법·생명 윤리·연구 윤리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의료환경 변화에 대하여 학생뿐 아니라 의사들도 더 이상 모른 척 할 수 없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착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사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책정된 의료보험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정부와 의료계 양측이 매사에 팽팽하게 맞서기만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정치권의 여야대치 상황처럼 모두가 '루저'가 될 뿐이다.

윤리교육을 가정과 초등교육에만 맡길 수 없으며 이제부터라도 의료계가 나서서 예비의사를 골라서 잘 뽑고 이들을 '착한 의사'로 만들어서 사회로 배출하는 책임을 의료계 모두가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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