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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좁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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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0.1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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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이혁(대한의사협회 고문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 총재)

옛날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다가 앙드레 지드(Andre-Paul-Guillaume Gide, 1869∼1951)에 눈길이 갔다.

지드는 1869년 11월 파리에서 출생했다. 부친은 소르본느 대학 법학부 교수이고, 모친은 북프랑스의 자산가의 딸이었다. 프로테스탄트 가정에서 출생한 지드는 엄격한 신앙과 생활의 청순을 지키는 프로테스탄트 기독교 신자로 성장했다.

11세 때 부친을 여의고 엄격한 종교적 계율을 강요한 모친 밑에서 소년기를 보냈다. 그 무렵 병약하고 학업도 불규칙해 지능발달이 늦은 편이었다. 하지만 18세경부터 문학에 대한 열정을 보이기 시작해 프랑스 문학의 대표주자로 194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891년 사촌누이인 마들렌 롱도에 대한 열띤 사랑의 표현을 짙게 담은 <앙드레 발테르의 수기>(Cahier d'Andre Walter)가 최초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에 강력한 영향을 준 것은 사촌누이 마들렌의 존재였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이나 연애모양은 마들렌과의 실제체험이 저변에 깔려있다.

그러나 그의 연애감정은 복잡했다. 마들렌과는 서로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20년 이상 접촉하면서도 육체적 관계가 없었다.

<좁은 문>은 신약성서 누가복음 13장 24절에서 딴 것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고 힘써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들어 갈수가 없을 것이다". 예수는 "멸망에 이르는 문은 크고 그 길도 넓어서 이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많다"고 했다.

소설 <좁은 문>의 주인공은 제롬이라는 청년이다. 어려서 부친을 잃은 제롬은 여름이 되면 숙부한테 가서 지냈다. 어느 날 제롬은 2년 연상의 사촌누이인 알리사를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사랑의 마음을 털어 놓는다. 주위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를 좋게 봤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제롬의 사랑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알리사는 자신의 동생 쥬리엣이 제롬을 사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알리사는 쥬리엣에게 제롬을 양보할 생각이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쥬리엣은 제롬을 포기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말았다. 알리사도 제롬을 떠나버리고 얼마 안가 자살했다. 알리사를 잃은 제롬은 독신 생활을 하기로 했다.

알리사의 사후 그녀의 일기를 본 제롬은 알리사가 자기를 사랑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알리사가 제롬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느냐가 의문으로 남는다. 그것은 제롬에게 신(神)에 대한 사랑을 관철하라는 소망에서였다.

알리사는 제롬을 사랑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희생하여 '좁은 문'을 거쳤으며, 제롬에게도 천국으로 가는 길을 알리려 했던 것이다. 제롬의 입장에서는 '신에 대한 사랑'과 '알리사에 대한 사랑'이 공존했지만, 알리사의 입장에서는 두 가지가 반목하는 것이며, 신에 대한 사랑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한편 다음과 같은 설도 있다. 알리사의 행위는 불륜의 모친에 대한 괴로운 추억과 제롬을 남몰래 사랑하는 동생에 대한 따뜻한 애정 등 몇 가지 원인을 생각할 수 있으나 진짜원인은 그녀의 신비적 금욕주의에 있었다는 설이다. 청교도적인 금욕주의는 지드의 청춘기를 강하게 지배했다.

알리사는 지드의 실제 사촌누이 마들렌(후일 지드의 부인)을 모델로 한 것이며,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드는 이 작품에서 비인간적인 자기희생의 허무함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에 맥맥하게 흐르는 아름다운 서정과 조그마한 뉘앙스도 놓치지 않는 정교한 심리묘사는 이 작품을 보기 드문 매혹적인 작품으로 만들었다.

지드의 작품은 그의 사후 로마교황청에 의하여 금서가 됐다. 금서란 신앙에 해가 된다고 하여 서적의 간행이나 소유를 금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좁은 문>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지드가 프로테스탄트이며, 더욱이 16~17세기 영국 및 미국 뉴잉글랜드에서 칼뱅주의의 흐름을 이어받은 프로테스탄트 개혁파인 퓨리탄(청교도, 1559년 엘리자베스 1세가 내린 통일령에 순종하지 않고 국교회 내에 존재하고 있는 로마가톨릭적인 제도·의식의 일체를 배척하며, 칼뱅주의에 투철한 개혁을 주장했다.

엄격한 도덕, 주일의 신성화 엄수, 향락의 제한을 주창했다)이었다는 사실과 1914년 지드가 발표했던 <교황청을 빠져나가는 구멍>이라는 작품이 원인이었다고 추측된다.

이 작품을 통해 지드는 "현재의 바티칸에는 진짜 그리스도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며, 이것이 가톨릭의 총본산인 로마교황청의 미움을 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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