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1원 낙찰'로 수백억원 챙겨..."시장형실거래가 제도 폐지해야"
일부 상급종합병원들이 의약품 '1원 낙찰' 방법으로 수백억원의 인센티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시장형실거래가제도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시장형실거래가제도는 병원·약국 등 요양기관이 의약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면 상한금액과 구입금액의 차액의 70%를 수익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요양기관에게는 의약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동기를 제공함으로써 약가 거품을 제거해 약가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약을 싸게 구입하면 할수록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는 점 때문에 대형병원의 초저가 낙찰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29일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은 "지금까지 약제상환차액으로 상급종합병원 36곳에서 276억원을 받아갔다"며 일부 상급종합병원의 '1원 낙찰' 실태를 공개했다. 원 의원에 따르면 A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전체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의약품 1950품목 가운데 244품목(12.5%)이 1원에 낙찰됐다.
만약 A상급종합병원이 약품들을 정상적인 보험약가로 샀다면 14억9566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1원낙찰로 보험가의 0.23%인 350만2169원만 지출했다. 차액은 무려 14억9016만여원, 인센티브 추정액은 10억4000만원이나 된다.
1823품목 중 92품목(5.0%)을 1원 낙찰로 구입한 B상급종합병원 역시 6억4000만원어치 의약품을 170만원으로 구입, 4억5000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 3개 의료기관의 1원 낙찰분석현황 >
구분 | A상급종합병원 | B상급종합병원 | C종합병원 |
전체 품목수 | 1,950개 | 1,823개 | 1,457개 |
1원 낙찰 품목수 | 244개(12.5%) | 92개(5.0%) | 5개(0.3%) |
1원 낙찰품목을 마진 없이 의료기관이 산 경우 들어가는 비용(A) | 1,493,666,575원 | 643,527,408원 | 20,278,300원 |
1원 낙찰로 의료기관이 부담하는 비용(B) | 3,502,169원 | 1,762,968원 | 463,740원 |
-0.23% | -0.27% | -2.28% | |
차액(A-B) | 1,490,165,406원 | 641,764,440원 | 19,814,560원 |
실거래가 상환제도 인센티브 추정액 | 1,043,115,784원 | 449,235,108원 | 13,870,192원 |
1원으로 낙찰된 품목 중 보험약가최고가액 | 25,090원 | 6,435원 | 54원 |
이처럼 대형 종합병원들이 초저가 구매를 통해 약제상환차액, 즉 인센티브를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가 시행된 작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요양기관별 약제상한차액은 478억8600만원이 지급됐는데, 상급종합병원이 276억4400만원(58.0%), 종합병원 166억6300만원(34.9%)을 각각 받았다.반면 병원은 24억5600만원(5.2%), 의원은 7억7000만원(1.6%)에 불과했다.
원희목 의원에 따르면 도매회사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1원 낙찰을 하는 이유는 원외처방에 있다. 의료기관에는 1원에 공급하지만 원외 약국에는 보험약가와 비슷하게 납품을 하면 원외처방으로 그 손실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 의원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약품 거래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시장형실거래가제도에 대한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새로운 약가지불제도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요양기관별 약제상환차액 현황>
구분 |
전체 의료기관
|
상급 종합병원
|
종합병원 |
병원 |
의원 |
약국 |
약제상한 차액(백만원)
|
47,688 |
27,644 |
16,663 |
2,456 |
770 |
155 |
비율 |
100.0% |
58.0% |
34.9% |
5.2% |
1.6% |
0.3% |
자료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1 국감자료, 원희목의원실 재구성 주) 전체기관수는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기관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