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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정글에 내몰린 청년들
청진기 정글에 내몰린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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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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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기(세브란스병원 내과 R4)
▲ 김충기(세브란스병원 내과 R4)

신자유주의 사상은 (아직도 그것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분명 지금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대다수에게 있어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안정적으로 한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던 직장에서도 한 순간 잘려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이 그리 오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이제는 TV 쇼프로에서조차도 이름난 가수들이 서로 이겨보겠다는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떨어져나가지 않겠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을 통해 보다 나아지도록 노력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사회가 전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정치·경제지도자들이 쉴 새 없이 떠드는 '글로벌 경쟁력'이니 뭐니 하는 말이 바로 그런 의미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과연 10년 뒤 우리에게 정답이었다는 결론을 줄 수 있을 지는 그저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끊임없는 경쟁은 인간적 감정도 메마르게 만드는 듯하다. 스스로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긍정적인 동기부여보다는 무조건 남을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더 강하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잘 살아가려는 생각의 여유는 사치스럽다.

치열하게 벌어지는 경쟁 자체도 버거운 짐인 것은 분명한데 행여라도 떨어져나갈 경우 이들에 대한 대가는 너무 가혹하다. 부자는 망해도 십대는 가겠지만, 범인들은 망하면 생존의 갈림길에 내몰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경쟁에서 무조건 이기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사회적 풍토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은 두 가지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거나 혹은 경쟁을 가급적 회피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길로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이 사회의 통념처럼 굳어지고 있는 듯하다.

위장전입과 같은 수준은 이제 반칙의 수준도 되지 않는다. 부와 권세를 지닌 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그것을 가지려고 하는 데에 인정이 없고, 그러한 부와 권세의 되물림에 온갖 노력을 다 한다. 그것도 각종 불법적 수단을 통해서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이미 끊임없이 나오는 이야기임에 불구하고 그칠 줄 모른다.

힘없는 대다수 사람들은 현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념할 뿐. 이미 그러한 약육강식의 규칙은 다른 의미의 사회의 정의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후자의 경우는 또 어떠한가. 미래가 불안한 젊은이들은 그저 경쟁이 두렵다.

아무런 배경도 없는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능력 하나에 경쟁을 시작해야 하지만 이미 반칙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나 혼자의 능력으로 생존하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높은 꿈을 가지고 도전하기를 소망하는 청춘에게 해주는 사회지도층의 말은 고작 "눈을 낮추라"는 식이다. 그러한 충고를 전해주는 고관대작의 자제들은 결코 눈을 낮춘 것 같지 않은데 말이다.

얼마 전 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누가 봐도 훌륭한 능력을 가진 앞날이 창창한 청년임에도, 취업도 만만치 않고 설사 좋은 자리에 취업해도 갑자기 잘려나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언제 돈 벌고 결혼할 지, 고민이 컸다.

열심히 노력해서 충분히 이뤄낼 수 있는 성공의 길도 보이지만 그 이전에 실패에 대한 공포가 더 커서, 제 자신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처지에 결혼조차 버겁다는 것일까. '자수성가'라는 말은 그나마 공정한 규칙이 적용되는 사회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돈 많은 부모 만나는 게 제일 큰 복"이라는 자조적인 말은 이제 주위 친구들에게 흔히 듣는 이야기가 되었다.

'반칙왕'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이 살벌한 경쟁의 시대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청춘들로 하여금 생존을 걱정하면서 바둥거리기를 강요하는 듯하다.

치열한 경쟁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시대의 과제라고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공정한 게임의 법칙 하에서 젊은 청년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젊은 청년들이 노력할 점이 없지 않지만, 기성세대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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