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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성리학
청진기 성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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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0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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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용(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영상의학과 교수)
▲ 문태용(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영상의학과 교수)

11세기 남송의 주희(朱熹)는 그의 저서에서 성즉리(性卽理)를 밝혔다. 인간의 성품은 짐승과 달리 자연의 이치 즉 자연이 생겨난 그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하였다.

성철스님은 생전에, 깨우치기를 원하는 자가 찾아오면 언제나 삼천배를 하도록 추천했다. 어떤 범부(凡夫)가 성철스님을 찾아뵙고 법당으로 가서 힘들게 삼천배 하고는 다시 성철스님을 찾아가 뵈니 성철스님 말씀이 '왜 또 왔노?' 그러신다.

이 순간에라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를 알아차린다면 그는 염화시중의 미소를 던질 수가 있다.

고려 말 문익점(文益漸)은 공민왕을 폐위시키고 덕흥군을 고려왕으로 책봉하려는 원 순제를 설득하기 위해 이공수와 함께 서장관으로 연경(북경)에 갔다.

덕흥군이 내려 준 벼슬을 거부하고 원 순제를 설득시키려다 결국 실패하고 사형(死刑)대신 십 만 리나 되는 교지(운남)로 귀향을 떠났는데, 원나라 군사와 함께 고려왕으로 부임하기위해 압록강을 건너려던 덕흥군은 이성계, 최영 장군에 참패를 당하고 원 순제의 계책은 물거품이 되었다.

원 순제는 귀향 간 문익점을 연경으로 불러 다시 벼슬을 내려 등용하고자 하였으나 이미 정치의 부질없음을 깨우친 문익점은 고향의 조상을 모셔야 한다는 이유로 연경을 떠나 개성으로 돌아왔다. 목은(牧隱)이색(李穡)은 한 눈에 그를 알아보고 말하기를 "문공이 진정 성리학자 이십니다" 하였다.

정도전의 전제개혁은 여러 번 거론된 적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시행되기는 어려웠다. 탁상공론에 불과했던 전제개혁 정책을 다시 수정하고 보완하여 임금에게 상소하고자 했던 조준(趙浚)은 이를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익점을 탄핵(彈劾)했다.

이미 정치란 허망한 것이라는 것을 깨우친 문익점은 그 탄핵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고향인 산청으로 낙향하여 중국 남쪽에서 갖고 온 목화씨 재배에 전념하게 된다.

13세기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성군(聖君)이자 최초의 대왕(大王)이신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시고, 왜곡된 고려사를 다시 적게 하고, 고려 충선공 문익점을 영의정(領議政)으로 추서하였고 또한 문익점 가문에 한반도 유사이래 최초로 부민후(富民侯)라는 제후의 봉작(封爵)을 내리셨다.

문익점에게 부민후란 의복의 혁명으로 백성을 부유하게 만든 제후라는 뜻이다.

자연의 이치를 인간의 성품으로 알아차린 사람은 그 자연을 소유하지도 아니하고 버리지도 아니한다. 진리(眞理)를 알아차린 사람은 대승적 차원으로 자연을 소유하고 소승적 차원에서 자연을 버리기도 한다.

진리를 알아차리지 못한 범부는 남이 좋아하면 따라 좋아하고 남이 싫어하면 따라 싫어한다. 나비가 바람 부는 대로 흘러간다고 범부라 한다.

진리를 알아차린 사람은 홍익(弘益)차원에서 정치에 임하고, 자기 성찰(省察)을 위해 정치를 외면한다. 진리를 깨우친 사람은 상구보리(上求菩提)로, 하화중생(下化衆生)으로, 삼천배를 하던지 아니하던지 그 마음이 항상 평온하고 부드럽고 온화하다.

인간 삶의 모든 것은 깨우치기 위한 한 방편 즉, 소재로 이용되는 것이다. 알아차리고 나면 더 이상 존재의 필요성이 없다. 하지만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어린 범부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죽음이 편안한 것인 줄 알면서도 때가 아니면 죽지 않듯이, 만 백성이 부유해 질 때까지 성리학을 손에 놓지 않는 것이 보리살타가 아닌가 싶다.

성즉리, 이는 바로 인간의 성품은 짐승과 달라 자연의 이치를 깨우쳐 알아차릴 수있다는 그런 말씀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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