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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바람직한 입법을 위한 제언(하·끝)
'낙태죄' 바람직한 입법을 위한 제언(하·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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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0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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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효성(대한의사협회 법제위원회 고문)

상담의사의 역할

상담 절차가 낙태방지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형법학자들에 의해 점차 확인되고 있다. 상담의사는 낙태의 사유에 대해 임부와 함께 고민하면서 태아의 생명의 가치, 수술에 의하여 태아의 생명이 폐기된다는 사실, 수술의 의학적인 의미, 가능한 부작용 등을 명확히 설명하고 상담확인서를 교부해야 한다.

또한 상담 후 7일 내지 10일 가량을 임부가 숙고할 수 있는 낙태 숙고기간을 갖게 해야 한다.

상담의사는 임부에게 정보의 도움을 제공하지만, 임부의 의사에 반해 출산을 강제할 수 없으므로, 결국 임부가 책임있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한편, 낙태방지를 위해서는 임신상담 뿐만 아니라 피임상담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점에서 예방적인 피임상담이 생명보호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피임법의 보급은 낙태율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아주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시술의사의 역할

상담의사와의 상담을 거치고 낙태 시술의 숙고기간이 지난 후에 임부가 낙태를 결정할 경우, 상담의사와 시술의사는 동일인이 될 수 없게 제도화하면 시술의사에게 인공임신중절술이 위임된다.

낙태술 장소는 임부를 잘 배려해 줄 수 있고, 양질의 의료행위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어야 한다. 국민의 건강에 대해서 만큼은 의료수준이 확인되지 않고, 인증되지 않는 타국에 절대로 맡길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하는 의료행위는 세계적 의료선진국인 우리나라 의사들과 병원을 믿고 시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아울러 시술의사는 낙태한 병원에서 합법적으로 시술한 낙태에 관한 기록을 남겨 복지부에 보고하는 사후 관리를 받는 것도 필요하다.

임신중절 수술허용기간에 대한 검토

2009년 개정한 모자보건법은 임신한 때로부터 24주로 정한 허용기간 이내인 사람만이 인공임신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정 전의 법이 임신한 날로부터 28주 이내에서 기간을 줄인 것이다.

독일은 임신한 때로부터 12주 이내에는 임부가 낙태시술 3일 전에 상담을 한 경우에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판례상 임신 3개월까지 임부가 의사와 상의해 낙태를 결정할 수 있으며, 일본은 임신 22주 미만에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필자는 임신 24주일 이후의 모든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임신을 지속하는 것이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는 임신 24주일 이후에도 발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임신 24주일 이후의 낙태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낙태율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모든 여성은 본태적 모성애가 있기 때문이다. 낙태를 결정함에 있어 본능적 모성애는 내재적 한계로 작용한다.

이영란 교수는 여성은 남성의 자식번식욕구에 상당하는, 오히려 그 이상의 모성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결정권을 남용할 우려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모자보건법 제14조 제2호의 수정

모자보건법 제14조 제2호에는 인공임신중절 허용 사유로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질환이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시행령 제15조 제3항에 법 제1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할 수 있는 전염성질환은 풍진, 톡소플라즈마증 및 그 밖에 의학적으로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전염성 질환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본인이나 배우자가 이러한 질병에 걸렸다면 태아의 감염여부에 상관없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배종대 교수는 질병으로 틀림없이 죽게 될 생명이라도 생명은 죽는 순간까지 생존할 권리와 가치가 있으며, 의학적 방법을 최대한 동원하자는 견해이다.

임상의료에서 전문과 의료인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위해성 상황에서의 임신중단 사유는 산모 개개인 마다 돌발사고처럼 달리 나타나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의료전문가에게 인공임신중절 허용사유 만큼은 의학적 고견을 정확히 자문을 받아 계속 수정·보완하는 입법정책이 바람직하다.

사회적·경제적 적응 사유 도입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낙태는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것이지만, 모자보건법은 이를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판례도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엄격한 낙태규제법은 현실적 문제해결에는 사실상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낙태 허용의 완화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적·경제적 정당화 방식의 도입이 낙태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일본의 모체보호법은 우리나라의 모자보건법이 허용하지 않는 '사회적·경제적 정당화 사유'를 낙태의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임신의 지속이 임부나 그 가족의 사회적·경제적 적응 사유까지 고려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보호 결정적으로 위태롭게 한다는 비판이 있다. 따라서 엄격한 요건을 갖춰 허용해야 한다.

모자보건법이 명시하지 않은 성범죄로 인한 임신, 미성년자의 임신, 이혼상태에서의 임신, 양육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서의 임신 등의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할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사회적·경제적 사유는 그 범위가 불명확하고 넓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면 거의 모든 낙태를 허용하게 되며, 태아의 생명보호를 결정적으로 위태롭게 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많을 것이라는 것은 그만큼 이를 인정할 필요가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주장한다. 임부의 불가피한 사회적 긴급 상황은 다른 사유에 비해 가벼운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시의 부주의로 의식이 성숙하지 못한 10대의 어린 나이에 임신한 미혼모의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사회적 사유방식을 인정하게 되면 불법낙태는 사실상 없어질 것이다. 실정법으로 낙태를 엄격히 제한한다고 해서 법규범이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법규범은 오히려 유명무실해 질 것이다.

윤리적 적응 사유의 확대

성범죄로 인한 윤리적 적응 사유로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 제3호에 강간 또는 준 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와 제14조 제1항 제3호에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로 규정하고 있어, 강제추행죄·미성년자간음죄·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기타 형사특별법상의 성범죄 등에 의해 임신된 경우를 제외하고 있다. 이러한 범죄를 강간 또는 준강간과 차별할 아무런 실익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확대 적용함이 타당하다.

또 다른 문제는 강간에 의한 임신의 확정방법에 있다. 낙태를 하기 위해 강간을 주장하는 경우에 의사가 낙태를 해도 모자보건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상담 전담의사의 역할이 필요하며, 낙태의 사유에 대해 임부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낙태 예방 위한 사회복지제도 확립해야

형법학자·종교인·윤리학자들도 낙태 문제를 규범적으로 다룬다면 의사는 이를 실천 속에서 다룰 수밖에 없다. 낙태와 관련한 논쟁의 성격 자체가 오히려 각자의 가치관과 신념에 의거하여 절충과 합의에 의해 실천적인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의료계를 위해서는 보다 바람직한 일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우프만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으로 남겨둠으로써 개인의 자유로운 양심상의 결정에 맡기는 것은 가장 절실히 법질서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존재인 태아의 '생명과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개인의 자유로운 양심상의 결정이라는 이유로 법질서가 규율하기를 포기하는 것은 국가 스스로가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를 배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입법자는 긴급피난상황에서의 낙태행위가 어떤 사유에 의해 어떤 범위 내에서 정당한 것으로 허용될 수 있는지, 책임은 조각될 수 있는 것인지 등의 문제에 가치판단을 내려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한 법의 테두리를 설정하는 동시에 법 수범자가 행위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법적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낙태입법은 현실을 고려해 임부에게 준수 가능한 입법을 제시하고, 낙태율을 낮추기 위해 금지규범 강화보다는 낙태를 하기 위한 절차적 요건을 구체화하는 작업으로 태아의 생명이 희생되는 경우의 수를 감소시키는 방안이 요구된다.

그리고 강제력이 있어야 규범이 효력을 갖는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문제이다. 이는 독일의 입법태도와 같이 임신 중절수술의 경우에도 시술에 앞서 반드시 의료적 상담과 진료를 거치게 하는 상세한 절차규정을 완전하게 두고(상담모델방식), 낙태허용사유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확인과정을 두어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 등을 연구해야 한다.

사회·경제적 적용사유를 도입하는 것은 법률문제이나 무작정 미혼모의 양산을 숙고해야 한다. 미혼모를 포함한 임산부가 낙태를 하지 않고 정상적인 출산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의 사회복지제도의 확립이다.

따라서 사회적·윤리적 적응사유에 벗어난 무차별적 낙태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과 더불어 낙태에 대한 국가적인 복지대책을 과감하게 마련해 임산부는 누구나 낙태를 하지 않고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는 복지대책을 먼저 세움과 동시에 법집행기관에 의한 형사처벌과 선도를 엄격히 병행해 실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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