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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바람직한 입법을 위한 제언(중)
'낙태죄' 바람직한 입법을 위한 제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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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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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효성(대한의사협회 법제위원회 고문)

낙태죄가 의료에 미치는 영향

대한의사협회는 2001년 11월 15일 소극적 안락사와 낙태·태아 성감별·대리모 등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사윤리지침을 마련해 선포했다.

이에 대해 주요 언론사들은 '다시 불붙는 생명윤리 논쟁'·'의사윤리·실정법 충돌' 등으로 보도하며 의협의 윤리지침은 현행법에 저촉되고, 생명윤리에 대한 논란과 함께 시민단체와 종교계가 거세게 반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의사윤리지침 제5장 제54조(태아관련 윤리)는 ▲의사는 수태된 때부터 온전한 생명으로 여겨 그 생명의 보전과 건강 증진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의사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태아의 성감별 검사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의사는 의학적·사회적으로 적절하고 합당한 경우라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시행하는 데 신중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의사윤리지침은 그 행위의 가벌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윤리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것과 허용해서는 안 되는 것을 정해 놓은 것이다.

물론 허용될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윤리적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인공임신중절수술의 시행에 신중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중절시술을 시행하느냐 말 것이냐는 환자 자기결정권의 상황에 따라 수술상담과 중절시술에 임하는 의사의 판단에 달려있다. 또 의사윤리지침은 '지침'으로서 법적 강제성이 없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람과 집단이 찬성하는 윤리지침의 제정이 가능할까? 산모의 목숨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는 절대 안된다는 가톨릭교회부터 인간복제도 허용하자는 라에리안까지 다양한 목소리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모든 제도와 지침은 모든 사람을 완벽히 만족시킬 수 없다.

의협이 윤리지침을 마련해 선포하게 된 배경에는 의사들을 위한 의료윤리기준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의사윤리지침은 정기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미국도 정기적으로 격년제 개정작업을 하고 있다. 의술의 발달로 생명복제 등 새로운 윤리문제가 등장할 것이고, 의협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임상적 판단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과 산부인과의사회 입장

대부분 선진국들은 인구감소현상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 OECD국가의 합계출산율을 보면 ▲미국 2.1명 ▲프랑스 1.98명 ▲스웨덴 1.85명 ▲영국 1.84명 ▲노르웨이 1.90명 ▲일본 1.32명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1.13명으로 최저 수준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출산장려정책을 전개하고 있지만 인구 감소는 계속되고 있다.

2009년 11월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불법낙태를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산부인과 개원의사들을 중심으로 불법 낙태수술금지를 결의했으며,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최근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하다가 3회 이상 적발되면 산부인과의사회 회원자격을 박탈하는 산부인과의사회 윤리강령을 강화했다.

대부분의 산부인과 병·의원이 낙태수술을 중단하자, 사회·경제적 이유에서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여성들의 딱한 사정과 단속이 느슨한 틈을 타서 다시 낙태수술을 하는 병원이 점차 늘어나면서, 낙태환자의 쏠림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낙태시술근절에 동참하는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2010년 2월 3일 낙태병원 세 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 여파로 낙태할 병의원을 찾지 못한 원치 않는 임신부, 그에 따른 낙태시술비용 상승, 편법 낙태수술, 준강간을 둘러싼 갈등 등 새로운 사회현상이 생기고 있다.

낙태죄는 걸리면 운에 좌우되는 범죄라고 인식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임부는 스스로 낙태할 곳을 찾고 있다.

또 불완전한 시술로 인한 감염과 영구불임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원정 낙태라는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 인터넷 공간에서는 낙태에 자유로운 중국으로 낙태를 하러 오라는 광고까지 등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인공임신중절술의 입법정책 방안

모자보건법은 형법의 전면적 낙태금지에 대한 예외적 허용규범이다. 모자보건법의 법적성질은 적응방식에 의하여 낙태죄의 특수한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별형법인 모자보건법은 형법에 우선한다.

배종대 고려대 교수(법대)는 "낙태에 관한한 현행 형법규정은 실질적으로 모두 '죽은 법'이고, 모자보건법만이 '살아있는 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일수 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모자보건법 때문에 임신중절행위가 위법성으로 조각되는 것은 모자보건법의 폭거"라고 표현했다.

모자보건법에 대해 법학자들은 우생학적·윤리적 적응은 좁게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적응을 인정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모자보건법 제14조의 허용사유 중 모체의 생명과 태아의 생명이 충돌하는 한계상황과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윤리적 정당화 사유 이외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고,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허용규범의 확대를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이영란 숙명여대 교수(법학과)는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는 임신한 여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고려를 전혀 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종대 교수는 "정당화 사유의 존재를 확인하는 의사와 시술하는 의사를 제도적으로 분리해야만 정당한 사유의 객관적 확정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행 모자보건법은 정당화 사유의 확인을 시술의사에게 모두 맡겨 둠으로써 낙태를 원하는 부녀와 경제적 관심을 가진 의사의 담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따라서 상담의사와 시술의사를 분리하고, 각각의 임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자보건법상 인공임신중절 수술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치료행위에 임하는 의사의 '건전하고도 신중한 판단'에 위임하고 있다.

허용되는 낙태에 관한 절차규정에는 의료상담·사회적 상담·인공임신중절수술 확인 의사(醫師)·인공임신중절 시술 의사(醫師) 및 장소·수술 유보기간 등을 규정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규정은 행정적 통제가 가능하고, 인공중절수술의 남용을 막을 수 있다. 즉, 낙태 전에 반드시 의료상의 중요한 점에 관한 상담을 의사와 행하도록 하는 상담모델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낙태를 규제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태아의 생명보호이다.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하여 임산부나 그 관련자들과의 상담방식이 가장 적합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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