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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바람직한 입법을 위한 제언(상)
'낙태죄' 바람직한 입법을 위한 제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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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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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효성(대한의사협회 법제위원회)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의학적·우생학적·윤리적 적응이 있는 경우에 의사는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988년 한국인구보건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15∼44세 기혼여성들 가운데 52%가 평균 2회 정도 낙태시술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2005년 보건복지부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이 실시한 '인공임신중절실태 조사 및 종합대책 수립'에 의하면 한 해 출생아는 총 44만 명인 반면, 낙태시술은 34만 2443건에 달했다.

낙태시술 가운데 유전질환 등 모자보건법이 허용하는 조건을 갖춘 시술은 1만 4900여건(4.4%)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95.6%에 이르는 33만 여건이 불법으로 조사됐다. 이렇듯 매년 놀랄만한 수의 낙태가 이뤄지고 있다.

낙태의 허용여부는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두 기본권의 충돌이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두 기본권을 조화롭게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임부의 자기결정권 보장이 바로 태아의 생명권을 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적 경향은 "내 배는 나의 처분에 속 한다"라는 구호를 내세운다. 이 입장은 태아의 보호를 원칙적으로는 인정하지만,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법익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태아를 정상적으로 출산할 것인가 중절할 것인가는 여성의 자연법적 권리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보수적 경향은 "낙태는 살인이다!"라는 구호를 앞세운다. 즉 수태순간부터 태아의 생명도 사람의 생명과 같이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리신학에서는 살해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로 정당방위·전쟁·사형집행 세 가지 뿐이기 때문에, 산모의 건강이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적으로 낙태를 시킨 경우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고 단지 면책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태아는 잉태되는 순간부터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하며 의사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행위를 한 것이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어 낙태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단체나 여권 운동가들은 낙태금지를 "여성의 몸과 자율권을 통제하려는 반인권적 발상"이라며 "생명존중과 여성의 선택권은 배치되는 것이 아니며, 낙태하는 여성을 범법자로 몰고 처벌하는 것은 음성적 낙태시술 등을 막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어 낙태죄에 관한 사회적 합의 도출과 새로운 입법론의 제시를 어렵게 하고 있다.

김일수 고려대 교수(법대)는 태아의 생명보호를 일정한 범위 내에서 이익교량의 대상으로 삼고 상황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간해결방식·적응해결방식·상담모델방식을 제안했다.

기간해결방식이란 일정한 기간 안에 행하여진 낙태는 어떤 정당화사유가 있는지, 또는 어떤 이유에서 향해졌는지를 묻지 않고 허용하는 방식이다. 임신은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때 시작되며, 수정 후 늦어도 14일이면 착상이 가능하다.

따라서 어느 기간 안에서 낙태를 허용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프랑스 형법과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에서는 임신 3개월 이내의 낙태, 즉 초기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기간해결방식은 낙태를 쉽게 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그 자유의 제한은 항상 헌법적 검토의 대상이 된다.

또한 이 기간 경과 후에도 낙태를 허용해야 할 사례가 있으므로 기간해결방식을 쓰는 경우에도 적응해결방식을 혼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적응해결방식에서는 낙태의 허용기준을 임신중절에 적응하는 의학적·우생학적 이유, 형사학적·윤리적 이유 등에서 구해 낙태의 자유를 제한하자는 입장이다.

이러한 방식은 낙태의 전면금지가 아니라 제한된 범위 내에서 자유화를 지향하는 입법태도에 속한다. 스칸디나비아제국이나 구 서독형법에서 이러한 해결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우리나라 모자보건법 제14조와 일본의 모체보호법 제14조, 우생보호법 제14조 등이 채택하고 있다.

상담모델방식은 임산부를 위한 조언과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일정한 상담을 필요적으로 거친 뒤 임산부 자신이 최종 책임을 지는 결정 하에 낙태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곤궁에 처한 임산부와의 협의 또는 담론을 거친다는 의미에서 담론모델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에서는 태아의 생명을 우위를 지닌 보호법익으로 인정하되 곤궁한 갈등상황 하에서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임산부와의 협의를 통해 임산부가 최종적인 결정을 자기 책임하에 내릴 수 있게 해 낙태여부를 임산부의 책임있는 자기결정에 맡기자는 것이다.

1995년에 최종 입법화된 독일개정형법이 이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기간해결방식을 취했던 구 동독형법과 적응해결방식에 무게를 뒀던 구 서독형법을 통일 후 절충하는 과정에서 마련됐다는 점에서 제3의 길로 불리고 있다.

최근 낙태에 관한 형법적 규율의 일반적 경향은 적응해결방식을 토대로 일정한 기간상의 제한을 가미하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1960년대 이후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낙태의 자유화가 급속하게 번져 가는 경향이다.

일본은 1958년 우생보호법을 제정하여 인공유산을 실질적으로 자유화 했으며, 미국도 1968년 이후 주에 따라 자유화 내지 규제완화 쪽으로 기울었다. 1970년대 초반에는 유럽 여러 나라와 인도·싱가포르 등의 동남아국가들도 낙태의 규제완화 또는 인공유산의 자유화를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 적응사유도 의학적·우생학적 사유나 형사 정책적·윤리적 사유 외에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추가되는 등 완화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현대사회를 윤리적 기준이 없는 시대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어 생명존중과 생명경외에 관한 각성의 소리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형법의 낙태죄와 모자보건법 14조

우리나라 형법은 제27장에 '낙태의 죄'라는 장을 구성하고, 제269조와 제270조에 명시하고 있다. 낙태죄는 태아를 자연분만기에 앞서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거나, 모체 안에서 살해하는 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를 말한다.

이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범죄이나 부차적으로 부녀의 신체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낙태죄는 임신중절에 의해 태아를 살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라고 해야 한다.

모자보건법 제14조는 낙태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라는 표제를 사용한다. 인공임신중절수술이란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태아와 그 부속물을 인공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수술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낙태는 인공임신중절보다는 더 넓은 개념이 된다.

낙태는 모자보건법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에 의해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형법은 '부녀가 약물, 기타의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다.

또한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으며,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 형을 가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형법은 이상의 행위로 부녀를 사상에 이르게 한 때에는 낙태치사상죄로서 더 가중하여 처벌하고 있으며, 일체의 낙태행위를 모조리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한 해 동안 낙태죄로 입건된 건수는 46건으로 구속은 없고, 기소가 7건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모자보건법 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제1항에서 의사가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의 동의를 얻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배우자의 사망, 실종, 행방불명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만으로 그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모자보건법 제14조 제2항).

모자보건법 제28조(형법의 적용배재)는 "이 법(모자보건법)의 규정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자와 수술을 행한 자는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항 및 동법 제270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9년 7월 7일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제2항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은 연골무형성증, 낭성섬유증 및 그 밖의 유전성질환으로서 그 질환이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질환으로 한다'로 개정됐다.

시행령 제15조 제3항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전염성질환으로 풍진, 톡소플라스마증 및 그 밖에 의학적으로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전염성질환을 규정하고 있으며, 시행령 제14조 제1항 제3호는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제4호는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제5호는 임신의 지속이 보건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의사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시행령 제15조 1항은 모자보건법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임신한 날로부터 24주 이내에 있는 자에 한하여 할 수 있다고 바꿔 기존의 27주에서 24주로 기간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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