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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우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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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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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신(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우선 병아리 의학도로 '제11회 부산 소아 청소년 당뇨병 여름 캠프'에 참석해 삶 가운데 소중한 추억과 배움을 선물해 주신 모든 스태프 선생님들과 캠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처음 학교 클럽 게시판을 통해 '소아청소년 당뇨병 캠프'의 스태프 지원자 모집공고가 났을 때 마침 3학년 1학기 소아과 임상실습을 마친 직후였고, 부끄럽지만 '아이들 좀 도와주고 오면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지원을 하게 됐다.

캠프가 시작되기 전날에 가진 스태프 워크숍에서 제1형 당뇨병의 이해, 소아청소년 당뇨병캠프의 역사와 의의, 캠프 기간 동안 각 분과의 역할 그리고 마지막에 각 분과별 분임토의를 통해서 캠프에 대해 알게 됐다.

하지만 막상 캠프가 시작된다고 하니 제1형 당뇨병에 대해서 다시 더 공부해야 할 것 같고, "잘 알지도 못하는데 과연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 등 분주하고 걱정되는 마음 때문에 캠프 전날 밤은 잠도 잘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된 캠프의 첫날은 캠퍼들과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캠퍼들의 모습에서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또 이번 캠프에 처음 참여한 스텝들이 많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인계받는 동안 필자도 그랬지만 스태프들도 많이 긴장하고 설레었다.

입소식 후 첫 일정은 점심을 먹기 전 조별로 모여 혈당검사 및 인슐린주사를 맞는 것이었는데, 한 번도 인슐린 주사를 놓는 걸 본적이 없고, 아이들이 어렸기 때문에 스태프 선생님들이 다 도와줘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검사시간이 시작되자 마자 순식간에 무너졌다. 한 두 아이를 제외하고는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스스로 손끝을 펜 니들로 찌르고, 혈당을 확인한 뒤 스스로 배와 팔에 주사를 놓는 것이 아닌가. 이런 아이들의 모습은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른들도 주사바늘만 보면 움츠려 들게 된다. 필자도 의학도지만 스스로에게 놓는 주사는 정말 피하고 싶은 것 중 하나다. 처음엔 놀란 마음과 그리고 애처로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아이들이 대견스럽게 보였다.

간호분과·영양분과·체육분과의 교육시간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필자에게도 유익한 시간이었다. 특히 간호분과 교육 시간에는 질환에 대한 교육부터 혈당 체크하는 법·주사약 재는 법·주사 놓는 법을 알려주고 혹시나 잘못된 습관으로 주사를 놓고 있던 아이들을 교정해 주는 시간이었다.

필자가 속해있는 조에도 혈당 체크조차 할 수 없었던 초등학교 5학년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 그 시간을 통해 교육을 받고 캠프 여러 스태프 선생님들의 도움 덕분에 마지막 날에는 스스로 거의 모든 걸 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니 어찌나 뿌듯하던지….

체육분과의 교육시간은 정해진 시간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식사를 하고 혈당을 재는 시간 빼고는 모든 시간을 체육시간처럼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아픈 아이들이라 어둡겠지 의기소침해져 있겠지 하는 생각도 했는데 다들 어찌나 밝고 활동적인지….

영양교육 시간에는 영양 교육도 받고 요리 경연도 하면서 캠퍼와 스태프들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당뇨의 치료에는 인슐린요법·운동요법·식이요법이 필요한데, 당뇨병 캠프는 2박 3일 동안 각 분과를 통해서 이 모든 것이 조화된 이상적인 캠프였다고 생각한다. 부끄럽지만 사실 당뇨병이라고 하면 병에 관한 간단한 정의와 치료로는 인슐린이라는 것 밖에 몰랐다.

이번 캠프를 통해서 의학적인 지식 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의 치료적 접근도 알게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캠프기간은 의학도로서 시야를 한층 넓고 깊게 만들었으며, 정신적으로 많은 자극이 되었다. 먹고 싶은 것도 참고, 맞기 힘든 주사도 스스로 맞으면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부끄러웠다.

촛불의식을 통해 부모님이 보내신 편지를 함께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고, 도전 골든벨을 통해 더 많이 아는 아이들에게 위기감도 느꼈지만 프로그램 하나하나 의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좋은 시간을 좀 더 많은 아이들이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렇게 2박 3일간의 짧지 않은 시간동안 캠퍼들이 지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멈춰있던 마음의 키도 한 뼘 더 자랐다.

마지막 저녁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끝에 이렇게 적었다. 필자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했지만.

"스스로 자기를 관리하고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고. 너희들은 이미 그렇게 자기 자신을 이긴 사람이야."

2박 3일간 말로써 글로써 다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시간들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우리 조의 구호가 생각난다. "당당한 우리가 되자! 당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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