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5 18:04 (목)
응급피임약 재분류 논의 적절한가?

응급피임약 재분류 논의 적절한가?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1.08.12 09:52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곽미영(대한산부인과의사회 보험이사 이화다나산부인과 과장)

20세기 발명품 중 여성을 위한 최고의 발명품을 꼽으라면 스타킹과 피임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을 맘껏 발산할 수 있도록 해준 스타킹 발명이 여성의 외적 아름다움을 찾는 데 큰 몫을 하였다면, 피임약은 여성들에게 원치 않는 임신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여성으로서의 자유를 찾아 준 발명품이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선진국에서는 어려서부터 충분한 성교육과 피임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스로 '준비된 성관계'를 이루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피임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어지고 어려서부터 산부인과 의사와의 상담 및 교육을 통해 피임약을 처방받아 철저히 준비된 건강한 성관계를 이루어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세계 10대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우리나라는 피임교육의 결여로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인 피임약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한 채 여러 사회적, 의학적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피임 후진국으로 남아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고도의 과학이 발달한 21세기에 피임교육 없이 성에 노출되고, 이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이어져 결국 임신 중절로 연결되어지거나, 사회적 준비가 없는 상황에서 대책 없이 미혼모의 양산으로 이어지고, 입양에 대한 부정적 시각 등 사회적 분위기는 이러한 사회적 모순의 악순환을 자극해 결국 문제를 외면한 채 한 쪽에 방치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피임 및 성교육 부재로 피임에 대해 무지한 대부분의 우리나라 국민들에겐 성관계 후에도 72시간 안에 복용만하면 원치 않는 임신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하니 응급피임약이 '손쉬운 피임약'으로 받아들여져 마치 희망의 등불로 보였을 듯하다.

그러나 응급피임약은 비상시에 사용하는 응급약으로, 일반 먹는 피임약의 30배에 달하는 고용량의 호르몬이 함유되어 있고, 부작용도 많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응급피임약의 피임 성공률은 85% 정도에 불과하며 일반 경구 피임약(99%)에 비해 매우 낮은 피임 성공률을 나타낼 뿐이다.

이러한 잘못된 시각은 결국 일반 피임약(2.8%)보다 응급피임약 판매가 두 배(5.6%) 이상 많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현상을 나타나게 하였으며, 의약품재분류 회의에 응급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재분류 요청되는 웃지 못 할 해프닝까지 야기하게 되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응급피임약을 정의하라고 한다면 이는 일반적인 피임법이 아닌 말 그대로 정상적인 피임법 실패나 강간 등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응급으로 사용하는 '피임 실패 교정 응급약'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즉 응급피임약은 평생 한두번 부득이한 경우 복용하는 응급약으로, 상시 복용하는 피임약이나, 집에 준비해 놓는 상비약은 아닌 것이다. 응급피임약은 일반 피임약의 30배의 고용량 호르몬제로 관계 후 72시간 안에 복용하면 85%의 피임 효과를 보이는 제제이다.

생각지 않은 부작용이 반드시 따를 수 있으며 질 출혈 등 출혈 관련 부작용이 흔하다. 또한 가끔 자궁외 임신과 같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복용 전 임신 가능성 여부의 판단 또한 매우 중요하며, 이러한 이유로 복용 전 산부인과 전문의와 꼭 상담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피임 및 성교육은 반드시 정규 교육과정에서 빨리 다루어져야할 중요 과제이다.

인터넷을 통해 온갖 성적 자극이 급속히 증가하고, 성 접촉 연령 또한 점점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피임에 대한 교육은 전무한 상태에 머물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어려서부터 적절한 피임 및 성교육으로 '준비된 성관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이루어지고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되어 피임약 복용율이 이미 응급피임약이 일반약으로 분류 된 저들 나라와 같은 수준 이상(영국 26.49%, 미국 14.32%, 프랑스 36.44%, 뉴질랜드 40.50% 대한민국 2.8%)에 도달된 후라면, 정말 필요하다면 응급 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에 대한 논의를 고려할 수도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에서 아무 준비 없이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한다면 이는 의학적 부작용을 넘어 심각한 사회 경제적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며, 특히 청소년들의 성문란을 야기할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결국 원치 않는 임신의 증가·미혼모 양산·심지어 약물 악용을 통한 성폭행 등 상상을 초월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피임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선진국들에서조차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이후 약품 판매는 30배 증가하였으나, 원치 않는 임신이나 낙태는 전혀 감소하지 않았다고 증명되었다.

즉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재분류가 낙태를 줄이거나, 여성건강에 도움이 되지도 않으며, 건전하고 책임 있는 성문화 정착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있다. 잘못된 얄팍한 지식을 앞세워 몇몇의 눈앞의 이익을 위한 섣부른 정책 결정으로 인한 보건 의학적·사회적 악영향에 대한 충분한 재인식이 절실하다.

건강을 위한 노력은 그 어떠한 이유로라도 차선책이 될 수 없다.

이제라도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인 응급피임약 재분류 논의를 중단하고, 우리에게 지금 꼭 필요한 피임에 대한 교육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순서대로 국민들의 건강 대계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심사숙고 하에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길 바란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