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10:33 (금)
청진기 임사체험(臨死體驗)
청진기 임사체험(臨死體驗)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1.08.10 09:3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태용(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영상의학과 교수)
▲ 문태용(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영상의학과 교수)

의학의 진리를 탐구하는 우리 의과대학에서는 몇 차례 사망학(thanatology)을 강의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사망학 강의는 교과개편이 될 때마다 삭제되었다.

이유는 혐오적이고 학생들에게 인기도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국가고시 시험에 필수과목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레가 움직이지 않으면 수레를 때려야 하는가 말을 때려야 하는가?

사람을 움직거리게 하는 것이 음식덩어리인 육신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인가?

미친 듯이 달려가는 차를 보면 차가 미친 것이 아니라 운전수가 미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이지 운전수가 미쳤다는 생각을 못하는 경우 미친 듯이 달려가는 차만 본다면 이는 정말 공포의 한 장면 일 수밖에 없다.

주체를 알지 못하면 두려움이 생긴다. 두려움에 대한 방어기제(防禦機制)는 비굴하거나 거만한 허상을 만들게 된다. 인간의 유전정보체는 방어기제를 인식하고 허용하는 에고를 만든다.

그 에고를 정당화하기 위해 슈퍼에고를 만들고, 수백만년 자연에 대항하는 방어기제는 무의식이라는 세계 속에 잠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실상 영혼의 장난이다. 영혼이 빠져 나간 시신에서는 그 어떤 에고도 무의식도 발견할 수 없다.

육신은 음식덩어리이기도 하지만 기계와 같아서 점차 변성이 일어난다. 이러한 변성을 거부하게 되면 재생이 일어나고 암이 발생하는 것이다. 암에 걸리면 그 원인을 모르는 한 두려움에 빠지게 되고 그 두려움의 방어기제는 극심한 통증으로 나타난다.

에고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 에고가 오염된 애착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우울증에 빠지고 심지어는 자살을 하게 된다. 죽음을 두려워하면 그 두려움에 벗어나기 위해 미친 사람이 되거나 아니면 자살을 선택할 수도 있다.

진리(眞理)란 진짜 이유를 말한다. 죽음이 두렵다는 것은 삶이 두렵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두렵지 않으려면 죽음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죽음이 진리요, 삶이 모순(矛盾)이라는 것을 알 때 우리는 죽음이나 삶 모두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 에고란 역시 모순 덩어리다.

순수한 영혼이 아니라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없었던 수많은 법을 잔뜩 입력해 놓은 컴퓨터와 같다. 그 에고는 수시로 세상 모든 것을 찌를 수 있는 창이 되기도 하고 세상 모든 창을 막아낼 수 있는 방패가 되기도 한다.

세상 모든 것을 찌를 수 있는 창도 없고 세상 모든 창을 막아낼 수 있는 방패도 없다는 진리를 알게 되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자유를 얻게 되고 더 이상 모순을 부정하지 않게 된다.

두려움이 사라지면 죽음에 대한 공포도 사라지고 통증 역시 소멸되며 암도 사라지고 늙는 것도 없고 질병도 없고 죽는 것도 없고 태어나는 것도 없는, 생노병사의 고뇌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것이다.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죽음을 한 방편으로 이용할 수 있다. 불가피하게 수술을 받거나 수면내시경위장 검사를 할 때 전신 마취상태에서 임사체험을 할 수 있다.

만약 최면술이 법적으로 허용된다면 의대생들만이라도 최면 속에 들어가 음식덩어리인 육신을 끌고 다니는 주인공이 누구인지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인셉션 영화처럼 자신의 꿈을 조정할 수 있다면 꿈속에서 자신의 꿈을 조정하는 주인이 누구인지 찾아도 좋을 것 같다.

명상요법으로 자신의 내면세계로 들어가 자신의 존재가 불생불멸하는 영혼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만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검은 곽 속으로 들어가 죽음을 실감하는 임사체험 만큼이나 진리를 깨우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있을까 모르겠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