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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정의를 고민할 때
청진기 정의를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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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7.0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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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기(세브란스병원 내과R4)
▲ 김충기(세브란스병원 내과R4)

'우리나라는 정의로운 사회인가?' 이에 흔쾌히 "그렇다"라고 대답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앞서, 정신 없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온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세대와 계층 간에 존재할 커다란 시각의 차이를 고려한다면 사회 전반의 모습과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조차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쉬운 점은 다양한 시각과 가치의 공존과 화합이 쉽지 않음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회 전반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정의를 추구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의료계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적용된다. 오랜 의료계의 고민과 갈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편협한 필자의 관점이지만, 의사들의 오늘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어져온 불합리적인 틀에서 스스로 갇혀있다가 어쩔 수 없는 압력에 직면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변화의 흐름에 휩쓸려 다니는 듯하다는 인상이다.

의료계를 둘러싼 수많은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지만 의사들이 결국 눈앞에 보이는 이익과 가치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어떻게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사회의 정의에 대한 논의 또한 충분하지 못하지만, 의사 사회의 시각을 아우를 수 있는 정의에 대한 고민과 반성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의료계를 둘러싼 갈등에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말이 항상 빠지지 않는다. 척박한 현실에서 집단 간, 개인 간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정당한 가치의 추구를 위해 적극적으로 싸워야 함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의사들의 구호와 함성 옆에 늘 밥그릇이 놓여있다면, 그 누구도 의사들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사람을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는 특성으로부터 본질적으로 사람을 위하고 정의를 추구한다.

단순히 환자를 돌보고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는 행위만 두고 보았을 때 의사들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존재이지만, 실상 지금 우리를 향한 세상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사회는 의사들에게 보다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정의를 말하고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사람들의 건강한 삶과 관련된 그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도 의사들이 전문가적 책임을 가지고 정의의 방향을 제시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의사들이 최소한의 직업적 역할만을 수행한다면, 의사들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의사들이 사회적 정의에 기여하고자 하는 기준과 시각은, '밥그릇'이라는 영역보다는 훨씬 커야 한다.

사회 전반에서 의사들이 기여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정의로움을 추구하고 보다 공공선의 가치에 다가서야 한다. 의사들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책임과 역할에 앞장설 때, 의사를 향한 사회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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